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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모든 순간 모든 가치를 뛰어넘은 그림, 뮤지컬<빈센트 반 고흐>: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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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모든 순간 모든 가치를 뛰어넘은 그림, 뮤지컬<빈센트 반 고흐>

김미령 | 기사입력 2017/12/12 [11:56]

[공연리뷰] 모든 순간 모든 가치를 뛰어넘은 그림, 뮤지컬<빈센트 반 고흐>

김미령 | 입력 : 2017/12/12 [11:56]


--뮤지컬의 한 장면 / 사진 : 윤빛나 기자--

[내외신문=김미령 기자] “선물이다!” 라며 펼쳐진 꽃봉오리가 활짝 피더니 바람에 날린다. 테오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간다.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고흐의 얼굴에도. 마주 보며 웃는 얼굴은 차라리 후련하다. 그렇게 기억되었으면 싶다. 그 모든 순간, 그림에 담아.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른 비화로 유명한 화가, 열정적으로 그림에 몰두했으나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예술인, 그러나 사후 125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기억되는 사람. 그의 삶을 그린 작품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뮤지컬 이다.

뮤지컬 는 빈센트 반 고흐의 37년간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을 그의 동생 테오와 실제 주고받았던 편지를 토대로 그려냈다. 여백이 가득한 무대는 마치 캔버스 같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사용해 만들어낸 입체적인 영상이 압도적으로 채우고 있다. 영상이 흐르는 길을 따라 형제의 삶을 따라가 볼 수 있다.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는 테오가 ‘To.빈센트 반 고흐’를 부르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가진 것이 없어 고통 하던 청년 빈센트의 상실과 그림으로 인해 희망에 부풀었던 삶을 담담히 보여준다. 그의 일생동안 변함없이 그를 믿어주고 사랑한 동생 테오와의 이야기는 문득문득 시리도록 아름답고 안타깝다.

--뮤지컬의 한 장면 / 사진 : 윤빛나 기자--

가난한 광부들을 위한 선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으나 언제나처럼 거절당한 빈센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새로운 길을 향했던 젊은 날, 그는 아프지만 삶을 향해 전진한다. 하지만 그림을 향한 열정은 그의 영혼을 점차 무너뜨린다. 외로움 고뇌로 가득한 그의 영혼은 누구에게도 용납되지 못한다. 위대한 화가이자 나약한 인간이었던 빈센트 반 고흐.

사람은 정말 소중한 무엇이 존재할 때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존재한다는 자체가 힘이 되기 때문이다. 비틀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그로인해 고통스럽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모든 것을 다해 사랑하지만, 사랑이 깊을수록 절망 또한 거대한 무게가 된다면. 그림에 대한 그의 정열은 집착을 넘어서 광기에 다다른다.

뭐 하나 수월한 것이 없었던 빈센트의 삶에서 그림은 살아야하는 의미였지만 위대한 예술가의 삶이란 이렇게도 극단적으로 몰아붙여져 끝내 그 자신마저 앗아가 버렸다. 밖에서 보기에 그저 괴팍하고 광기어린 화가로 보였던 빈센트, 그러나 그의 그림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림에는 천재였으나 다른 모든 부분에서 불안하기 짝이 없는 고흐. 언제까지나 벗어나지 못한 열등감과 부채감. 사랑하는 일에도 지키는 일에도 상식적인 균형마저 흐트러진 그의 모습은 안타깝다. 만약 그가 내 곁의 사람이라면 몹시도 괴로웠을 것 같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테니.

그런 그를 끝까지 믿어주고 사랑한 테오. 테오가 있었다는 것이 그 삶의 모든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형의 그림. 그러나 그 그림에 담긴 진심을 알아본 것 또한 테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모든 순간, 모든 가치를 넘어서서 오직 그림에 담았던 화가, 고흐는 그에게 언제나 마음 쓰이는 형 빈센트였으니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위태로웠던 고흐. 거센 폭풍 속에 표류하는 돛단배처럼, 그의 삶은 시련으로 가득하며 너무나 예민하고 풍부한 감성은 불편하게 느껴질 만큼 아슬아슬했다. 배우 박한근의 고흐는 시련 속에 흔들리면서도 그림이라는 꿈을 향한 위태로운 항해를 실감나게 보여주었으며, 배우 임강성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면서도 형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테오를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멋진 호흡이었다.

--뮤지컬의 한 장면 / 사진 : 윤빛나 기자--

배우는 단 둘뿐이지만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영상이다. 무대 위에 살아나는 그림은 놀라울 만큼 생생하다. 그림이 주는 따뜻한 질감까지 전해져 뭉클하다. 고흐의 그림만을 활용해 그의 생애를 담아낸 영상은 빈 공간을 채울 뿐만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70점에 달하는 그림을 활용한 영상이 벽면과 여행가방, 캔버스 등의 간단한 소품 위로 펼쳐지며 살아서 춤춘다. 마지막 커튼콜까지 그림이 주는 감동을 만끽할 수 있다. 뛰어난 영상의 활용은 이 작품에선 또 하나 배우가 아닐까.

황금빛 태양 아래 죽음을 향하면서도 절망하지 않은 빈센트 반 고흐. 그 순간에도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잡고 아픈 몸을 추스르며 형의 유작전을 열고자 노력하던 테오 반 고흐. 삶의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를 잃어가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형제의 약하고도 굳센 의지가 아름답다.

그림을 너무나 사랑한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역에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의 박한근, 이준혁, 김경수, 조상웅, 천재였기에 참 어려운 삶을 살아야하는 형을 변함없이 사랑한 테오 반 고흐 역에 임강성, 박유덕, 유승현 등이 고정 페어 없이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간다.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1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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