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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행복한 예술가, 배우 박한근: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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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행복한 예술가, 배우 박한근

김미령 | 기사입력 2017/12/30 [20:26]

[Interview] 행복한 예술가, 배우 박한근

김미령 | 입력 : 2017/12/30 [20:26]


--박한근배우의 인터뷰 모습 / 사진:유민정(라온아토)--

[내외신문=김미령기자] 높아지는 파도, 어두컴컴한 밤하늘, 금방이라도 산산조각 날 것 같은 작은 배.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바다를 표류하는. 아슬아슬한 항해의 끝은 어딜까  ‘그림’이라는 이상에 전부를 걸어버린 화가의 좌절과 고통, 기이한 행적조차 외로움에 사무친 슬픔이 느껴졌다.

이상이 너무 높으면 다다르기 전에 지쳐 먼저 망가져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절실하고 고통스러웠던 열정을 가진 빈센트 반 고흐의 배우 박한근을 만났다.

뮤지컬 에서는 영상이 중요한데, “처음에는 그냥 모른 상태로 연습을 했어요.” 영상 없이 연습을 하려니 막연했다고. “다른 배우들의 영상을 보게 되면 모르는 사이 잔상이 남아서 안 보는데 이 작품은 안 되겠더라고요.” 연출에 요청해 공연 영상을 보고 어떻게 그림이 움직이는지 파악했고 연습 막바지에는 벽을 다 하얗게 만들어 영상을 쏴줬단다.

고흐는 ‘그림’이라는 이상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는 게 그만큼 좋았으니까 그림을 선택했겠죠. 고흐를 연기하면서 ‘왜 그렇게까지 그림을 그렸을까’에 가장 집중했어요.”찾아낸 답은 외로움. 흔히들 그림을 많이 그렸던 그 시기를 ‘고흐의 황금기다’라고 표현하지만 오히려 가장 힘들고 외로웠던 시절이라 판단했다고.

그렇게까지 그림에 몰두했던 고흐는 행복한 사람이었을까, “행복의 척도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거 같아요.” 행복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지만 고흐의 마지막은 너무 안타깝다고. “힘든 인생을 살다 갔구나하는 건 누구나 다 알잖아요. 하지만 행복했을지는 아무도 몰라요. 빈센트만 알겠죠.”

--뮤지컬 에서 빈센트 역의 박한근 배우/ 사진:윤빛나(라온아토)--

진지하게 고흐와 마주하고 있는 배우 박한근의 모습도 궁금해졌다.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고흐, 배우 박한근은 어떨까  “신경을 많이 써요. 유명한 연예인은 아니지만 관객들 앞에 서야하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행동할 때 조심한다고. 휩쓸리는 편은 아니고 중도를 열심히 지키고 있지만 가끔 힘들단다.

고흐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가 특징인데, 배우 박한근은 어떤 색인지,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가 다양한 편이다보니 ‘여러 색을 가진 배우’라고 이야기해주세요.”라며 배우로서는 감사하고 좋은 평가지만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색은 회색, 검정 같은 무채색이라고. 무대 위에서는 배역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갈 수 있어도 인간 박한근은 변화가 없는 편이란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화상을 많이 그리다보니 자기응시라는 병까지 얻게 되었던 고흐, 자신을 마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겨운 일이다. 자기 자신의 대한 자괴감, 현실의 무게, 그런 걸 마주할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했다. “떠나요. 스스로 이겨내고 일어서기 위해서요.”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데 선호하는 방법은 무계획 여행! 이라고.

“우연히 만난 곳이 너무 좋으면 그 감흥이 정말 커요. 그래서 계획 없이 가는 여행이 너무 설레요. 그 설렘이 스스로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요. 예상치 못한 감동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멋진 일이예요”

--박한근배우의 인터뷰 모습 / 사진:유민정(라온아토)--

고흐는 계속 되는 거절의 시기를 거쳐 그림으로 인생이 변화했는데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있는지, “뮤지컬의 모차르트를 만난 거죠.”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했지만 원하던 배우의 길은 결국 포기했었다고. 유학 준비를 하던 시기에 아는 지인의 권유로 본 오디션이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그림에 전부를 건 고흐처럼 ‘모차르트’를 만난 그 때 그 역시 모든 걸 다 걸게 되었다는 것.

고흐가 온전히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테오’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에게도 테오와 같은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전적으로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라는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배우 강태을, 허규, 뮤지컬을 같이 하고 있는 손호영, 얼마 전 같은 작품을 한 유승현이 그들이다. 전적으로 믿어준다는 것은 친함의 연장선인거 같다며 자신이 뭘 해도 전적으로 믿어준다고.

“‘너는 열 송이의 장미를 열 사람에게 나눠주고 있어. 열 송이의 장미를 한 사람한테 줘봐. 그럼 그 사람이 네 사람이 돼.’ 라는 소릴 들은 적이 있어요.” 살짝 무서웠다고. 정곡을 찔린 느낌이 들었던 것. 그 후로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하려고 노력한단다.

뮤지컬와 을 같이 하고 있는데, “차이점이라고 하면 빈센트는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더 조사할 수 있는 자료가 많죠. 어떻게 박한근만의 빈센트를 보여줄 수 있을까가 숙제였어요. 하지만 배우로서 연구해야하는 건 빈센트나 데니스나 똑같아요.”라며 표면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뮤지컬 에서 데니스 역의 박한근 배우/ 사진:윤빛나(라온아토)--

뮤지컬은 어떤지 묻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몰랐는데 연습을 하면 할수록 이 작품이 너무 따뜻한 거예요.”라며 모든 캐릭터가 다 사랑하고 있다고. 사랑이야기들이 안타깝고 따뜻하고 너무 좋다며 자세히 보면 앙상블도 전부 커플이란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이야기라서 너무 예쁘다 웃는다. “맨날 힘들다가 사랑이 채워지니까 너무 따뜻하고 너무 좋아요. 물론 데니스는 프로짝사랑러지만(웃음)”

빈센트 (vs) 데니스, 예술가로 성공한 화가와 사랑에 성공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조금은 잔인한 질문에 “공존했으면 좋겠어요.”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힘들어야 명작이 탄생한다고들 하지만 행복할 때 더 많은 걸 쏟아 부을 수 있어요.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행복할 수 있고 힘들더라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행복한 예술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일을 할 때 그는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싶은데 본능이 그걸 내버려두질 않는단다. 그래보였다.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고흐의 모습은 어쩌면 배우 박한근과 닮아있다. 그러나 그는 행복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행복’과 ‘예술’이 같이 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쩐지 가능할 것도 같다. 칠흑 같은 어둠속 폭풍우를 견뎌낸 배가 찬란한 아침을 만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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