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광활한 우주⑧화] 50억 년 후 태양에 잡아먹힐 지구의 운명 예고편을 보았다.지구에서 1만2천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별(항성)이 행성 집어삼키는 장면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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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수천 년 동안 종교적, 철학적으로 인류를 옭매었던 ‘지구종말론’에 과학적 논리가 첨가되어 이제 80억 인류에게 ‘세상의 멸망’은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굳어가고 있다. 다만 50억 년쯤 뒤의 일이어서 지구의 사람들은 하나도 걱정하지 않을 뿐이다. 물론 그 훨씬 이전에 지구상에 생명체는 없어질 것이니, 사람들은 지구의 소멸을 아예 걱정할 필요조차 없어진다.
붙박이별(항성. 恒星) 태양의 ‘살붙이’인 떠돌이별(행성. 行星) 지구는 약 46억 년 전 태양계의 한 행성으로 태어났는데 약 50억 년 뒤 태양에 잡아먹힌다고 하니, 지구는 지금 그 일생의 절반가량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 인류는 ‘중년의 일생’을 막 지나가고 있는 지구의 ‘피부’에 다닥다닥 붙어서 살아가고 있는 미미한 생명체인 셈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태양계에는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행왕성 등 8개 행성과 명왕성 세레스 에리스 등 3개의 왜소행성이 있고, 행성 주위를 도는 50개 이상의 위성 및 긴 꼬리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지나가는 혜성, 긴 빛줄기를 만드는 유성 등의 여러 ‘살붙이’ 천체들이 있다. 그런데, 태양 중심에서 가까운 행성 순서대로 적어도 수성·금성·지구까지는 팽창하는 태양의 이글거리는 화염 속으로 사라지고, 태양계 반지름 일직선상으로 지구 밖의 행성들과 나머지 물체들은 태양과의 거리가 먼 까닭에 또 다른 역학관계를 이루면서 여전히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20세기 들어 우주천문학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태동하기 시작하여 21세기 현재에는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지구소멸론’은 거꾸로 뒤집어보면 태양의 일생과 관련되어 아주 사소한 ‘통과 의례’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왜냐하면 태양은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86%를 차지하면서 지구 질량의 33만 배가 될 만큼 절대적으로 거대한데, 태양이 팽창을 거듭하다가 다시 축소되면서 결국에는 소멸하는 과정에서 지구 하나쯤 먹어 없애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절차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태양의 지구 포식(捕食) 논리는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데 최근 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천문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캘리포니아대 공동연구진은 지난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죽어가는 별(항성)이 팽창을 거듭하면서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행성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처음으로 관측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항성의 행성 포식(捕食) 현상’은 지구에서 약 1만2000 광년 떨어진 우리은하 내 독수리자리 근처에서 포착됐다. 관측대상이었던 별이 갑자기 10일간 100배 이상 밝아졌다가 사라진 특이한 ‘별 폭발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를 분석한 결과 죽음을 앞둔 별이 팽창하다가 주변 행성을 집어삼키는 현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는 50억 년 후 자체 구성 물질인 수소와 헬륨을 모두 소진하고 팽창하면서 적색거성(赤色巨星)이 될 태양에 빨려 들어가 없어질 지구의 최후 과정을 미리 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태양 크기의 0.8~1.5배로 추정되는 이 별은 갑자기 밝아졌다가 빠르게 어두워지면서 고온의 백색 섬광을 방출했으며, 그 후 이 별에서는 아주 차가운 물질들에서만 나올 수 있는 신호가 오랫동안 지속해서 방출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밝고 뜨거운 섬광과 이후의 차가운 물질 방출 신호를 분석한 결과 목성 크기의 행성이 팽창하는 별(항성)의 중심부로 빨려 들어가면서 폭발하고 이어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별이 이전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50억 년 후 태양이 지구를 집어삼킬 때 외계문명이 1만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지구를 관찰한다면, 태양이 갑자기 어떤 물질을 방출하면서 밝아졌다가 주변에 먼지가 형성되고 이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 ‘항성의 행성 포식 현상’을 관찰하면서 지구의 미래를 미리 보고 있는 것”이라며 영화의 예고편과 같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자신의 행성을 삼킨 별의 모습은 관측된 바 있으나, ‘행성 포식 현상’이 진행중인 것을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포착된 ‘행성을 포식하는 별’은 캘리포니아공대가 운영하는 팔로만 천문대의 관측장비 “ZTF”에 의해 관측돼 ‘ZTF SLRN-2020’으로 명명됐으며, 관측자료의 분석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NEOWISE’ 우주망원경도 이용됐다.
한편 우주의 구성 물질은 수소와 헬륨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우리 태양은 3/4이 수소(H), 1/4이 헬륨(He)으로 채워진 거대한 가스집합체이다. 그 중심부에서는 질량수 1인 수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하여 질량수 2인 헬륨으로 변하는 ‘핵융합반응’이 46억 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질량이 태양보다 작은 별은 서서히 식어 자그마한 백색왜성(白色矮星)이 된다. 반면에 태양 정도 질량의 별은 수소가 모두 소진되면 수소 대신 헬륨을 태우면서 점점 팽창해 결국 거대한 적색거성이 되었다가 헬륨마저 소진되면 급격하게 쪼그라들어 핵만 남은 백색왜성이 된다. 태양 질량의 10배 넘게 큰 별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까지 태우며 핵융합을 계속하다가 어느 순간 초신성(超新星)으로 관측되는 대폭발을 거쳐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어 그 일생을 마친다. 이번에 관측된 ‘항성의 행성 포식’ 현상은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에서 일어난 것이어서 ‘태양의 지구 포식’에 대한 예고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