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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기후현상...집중호우 예상되나..손놓고 있는 침수예상 현장들: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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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기후현상...집중호우 예상되나..손놓고 있는 침수예상 현장들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많은 집중호우가 예고

박근종 칼럼리스트 | 기사입력 2023/06/09 [10:17]

극단적인 기후현상...집중호우 예상되나..손놓고 있는 침수예상 현장들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많은 집중호우가 예고

박근종 칼럼리스트 | 입력 : 2023/06/09 [10:17]

[내외신문=박근종 칼럼리스트] 기상청이 지난 5월 1일 발표한 ‘엘니뇨 발달 전망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7월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태평양의 엘니뇨(El Nino)·라니냐(La Nina) 감시 구역 해수면 온도가 4월부터 급속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까지 3년간 이어진 ‘라니냐’가 우리나라 전역에 가뭄과 홍수라는 극단적 강수 현상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그 반대 현상인 ‘엘니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로 5개월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평년보다 1.5도 이상 차이가 생기면 ‘강한 엘니뇨’로, 2도 이상 차이 날 때 ‘슈퍼 엘니뇨’라고 부른다. 

▲ 아마존 산림파괴로 인해 홍수가 난 아마존유역    

 

엘리뇨는 폭염, 집중호우, 태풍 등 극단적 이상기후의 원인이 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처럼 올여름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많은 집중호우가 예고됐지만, 반지하 주택의 인명 피해 위험이 여전하다. 지난해 8월 8일 수도권 집중호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과 동작구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던 50대 여성이 갑작스레 물이 차올라 집이 침수돼 사망하는 참변을 겪었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 정부와 서울시가 떠들썩하게 내놓은 이주 유도책은 실행이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9월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기록적 폭우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려던 주민 9명 중 7명이 목숨을 잃는 참으로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물을 막는 차수판(물막이 판)은 아직도 설치를 안 했다.

 

이러한 비극 직후 반지하 수요가 급격히 줄긴 했으나, 얼마 안 가 되살아났다고 한다. 더 나은 거주 여건을 찾지 못한 원주민들이 다시 돌아왔고, 원주민이 나간 자리는 조금이라도 더 싼 집이 필요한 청년층이나 외국인 노동자, 또 다른 취약계층이 채웠다. 폭우 직후 서울시가 “반지하는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라며 지상층 이주를 지원하는 바우처(Voucher)를 지급했지만, 금액은 적고 기간도 짧아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바우처는 반지하 거주자가 지상으로 거처를 옮기면 최대 2년간 월세 2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관내 침수 우려 반지하 가구 2만 8,000호 중 바우처 지원으로 이주한 가구는 3.4%인 970호에 불과했다. 

▲ 사진/박근종 칼럼리스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상층 전세 계약을 할 때 연 2% 저리로 최대 1억 3,000만 원의 보증금을 지원하는 전세 보증금을 지원하긴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적다 보니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서울시가 일괄 매입하는 사업 역시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목표치 3,450호 중 지난 5월 31일 기준 2.8%인 98호만 매입을 완료하는 데 그쳤다. 소유주가 여러 명인 다세대 주택은 전체 가구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지상층 소유주 입장에선 딱히 집을 팔 이유가 없어 매입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제로 2,584호가 매입 의사를 밝혔고, 597호는 매입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폭우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재난 불평등’이 어김없이 재현될까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피해를 주지만 회복 과정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사회적 약자가 자연재난으로부터 더 많은 타격을 받는다. 극복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재난 불평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존 C. 머터(JOHN C. MUTTER)’ 교수는 자연과학자이지만 ‘재난 불평등(The Disaster Profiteers)’에서 자연재해를 사회문제로 확장되는 지점인 ‘파인만의 경계(Feynman line)’를 포착하여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경계에서 ‘재난의 상황은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며, 자연보다는 인간이 더 큰 피해를 준다.’라고 역설했고, 심리학자 ‘키스 페인(Keith Payne)’도 ‘부러진 사다리(The Broken Ladder)’에서 불평등 문제를 심리학으로 해석하고, 우리 사회를 가득 메우고 있는 불평등이 어떻게 일상적 행동, 정치적 선택을 조종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올해도 비가 많이 오면 반지하 피해가 반복될까 두렵고 가슴은 조마조마하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정부는 기후재앙 시대에 잦아진 극단적 기상을 ‘뉴 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로 상정하고, 재난 대비책과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면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가 그치면 금세 잊어버리거나 태풍이 지나가면 무시되는 일시적·형식적 ‘땜질식 처방’이나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아니라 재난 대비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위험이 코앞에 닥친 반지하 밀집 지역에 대해 차수판(물막이 판)과 개폐식 방범창 설치, 배수시설 점검 등 당장 할 수 있는 대비책부터 서둘러야 한다. 중·장기적으론 지상층 이주 지원을 대폭적으로 확대하고 반지하 자연 소멸을 유도해야 함은 물론이다. ‘Banjiha(반지하)’를 고유명사로 써가며 주거약자에 집중된 한국의 폭우 피해를 비중 있게 다뤘던 지난해 외신 보도는 참으로 뼈아프고 국제적 망신이었다. 같은 보도가 되풀이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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