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관측 이래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날 7월6일 17.23도..종전 최고 16.82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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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평균기온이 본격적으로 측정되기 시작한 이래 지구 곳곳의 온도를 측정하여 하루 평균값을 낸 기록은 44년 동안 ‘17도 마지노선’을 굳건히 지켜왔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도 ‘17도’ 한계선은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2023년 7월 들어 이 ‘17도 마지노선’은 급격히 붕괴되었다. 게다가 불과 4일 만에 지구평균기온 최고치를 3번이나 바꾸었다. 1979년부터 지구평균기온을 측정해오고 있는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에 따르면 올해 7월 3일의 지구평균최고기온은 17.01℃를 찍으면서 관측 이래 사상 최고값을 기록했다. 그 이전의 최고기록은 2016년 8월의 16.82℃였다. 44년동안 유지되어온 ‘17도 마지노선’을 돌파한 것이다.
하루 평균을 낸 지구최고기온의 신기록행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 날인 7월 4일 17.18℃로 올랐고, 5일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가 6일 17.23℃로 더 뛰었다. 그야말로 ‘불타는 지구’의 맹위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와는 별도로 지구평균기온을 측정해오고 있는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관측으로도 이번 7월 초의 지구 기온은 194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 단체의 소장 카를로 부온템포는 미국 CNN방송에 “전세계가 이전에 가보지 못한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평생 기후 관련 일을 해오면서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단체 선임과학자 제니퍼 그랜시스는 “이는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예상하고, 경고해 왔던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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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전문가들은 이번 7월 초의 기록적인 더위는 지구온난화 추세에다가 태평양의 엘리뇨현상이 겹친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류의 화석 연료 사용으로 지구 기온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태에서 엘리뇨가 바다 온도를 높여 상승효과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엘리뇨는 적도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세계기상기구(WMO)는 7월 4일 엘리뇨의 발생을 공식 선언했다. 엘리뇨는 지난 2016년 발생하여 2019년까지 3년 동안 지속되었었다. 이후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으로 바뀌었다가 최근 다시 엘리뇨로 전환되어 지구평균기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구 표면은 70% 가량이 바다로 덮여 있어서 해수면 온도의 상승은 지구 전체 온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 중남미 대륙 서쪽의 바닷물은 무역풍(편동풍)을 타고 서태평양 쪽으로 이동하면서 이 일대의 기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후 전문가들은 엘리뇨 현상이 막 시작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7월 초의 지구평균기온 최고기록도 곧 깨어지고 새로운 신기록들이 잇달아 달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그랜섬기후변화연구소의 파울루 세피노 박사는 “엘리뇨는 이제부터 그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고, 북반구는 여름이 한창이다”라면서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주 내에 최고 기온 기록이 다시 세워져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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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지구평균기온이 지구 역사상 12만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자주 나오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의 카르슈텐 하우스타인 박사는 엘리뇨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지구평균기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2023년 7월은 약 12만 년 전 간빙기(間氷期) 이래 가장 더운 달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방송 WFLA의 수석 기상학자 제프 바라델리는 “최근 10년간의 기온은 지구기온을 본격적으로 측정하기 시작한 1800년대 이래 가장 높다”면서 “약 12만년 전 정점을 찍은 마지막 간빙기 이후 인류는 가장 뜨거운 날씨를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간빙기의 지구평균기온은 지금보다 약 1도 높았고, 얼음이 녹아 해수면상승을 초래하면서 해수면도 지금보다 약 9m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간빙기’란 지구의 과거 지질시대 중 빙하시대에 빙기(氷期)와 다음 빙기 사이에 있는 기간으로, 전후(前後) 빙기에 비해 따뜻한 시기가 비교적 오래 지속되었던 시기를 말한다. 지구의 마지막 간빙기는 대략 12만 년 전쯤 존속되었다가 다시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왔고, 약 1만5000년 전부터 다시 지구가 따뜻하여지고 있는 단계이다. 약 1만5000년 전부터 지금까지를 ‘제4 간빙기’라고 보는 학설도 있으나, 이후에 빙기가 다시 찾아오리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를 간빙기라는 말 대신에 후빙기(後氷期)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화석화된 나무의 나이테와 얼음 핵, 바다 퇴적물과 같은 간접적 척도인 대용물(proxy) 자료를 토대로 지질시대의 지구기온을 탐색하고 있는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지금 가장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3도 오르기까지 1만 년 넘게 걸렸는데,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 효과로 수백 년 만에 이 1만 년의 기온상승 폭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는 평균기온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면서 그야말로 ‘불타는 지구’를 향해 치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가뭄과 홍수, 폭염과 한파 등 극단적 기후 현상이 번갈아 일어나기 일쑤이다. 그렇다면 바다와 육지를 합해 표면적이 5억㎢가 넘는 광대한 지구의 평균기온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외신들이 자주 인용하는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NCEP)는 인공위성이나 35㎞ 상공의 기상측정풍선을 이용해 지구를 위도와 경도 단위로 세밀하게 분할하여 개별 위치 측정을 한 뒤 종합하여 분석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또 전 세계 183개 회원국을 두고 있는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국가별 지상 및 상공 관측소와 선박 등의 평균 관측 기온을 제출받아 측정값을 가공하여 지구평균기온을 발표한다. NCEP는 사람 평균 키보다 높은 지상 2m를, WMO는 사람 호흡기인 코 위치에 해당하는 지상 1.5m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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