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APEC 정상회의 취소...외교 일정 차질 불가피칠레 반정부 시위로 'APEC 정상회담' 돌연 취소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열려던 우리 정부 외교 행보 꼬여로이터, 대체 개최지 하와이 마카오 전망반정부 시위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칠레가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정상회의 개막을 불과 17일 남기고 내린 전격적인 결정이다. 또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이같은 결정이 "최근 몇 주간 칠레와 모든 국민들이 겪어온 어려운 상황" 때문이라며 "우리가 가장 걱정하고 중요시하는 것은 공공질서와 시민들의 안전, 사회적 평화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요금 30칠레페소(약 50원) 인상으로 야기된 칠레 시위는 지난달 18일부터 2주가 넘게 진행되고 있다. 소득 불균형에 따른 빈부 양극화에 대한 분노로 번지며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다.이 과정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20여 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다. 대통령의 사과와 임금과 연금 인상, 그리고 8명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 등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지하철 역사와 주요 상가 건물이 불에 타는 등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국가비상상태까지 선포된 상태다. 칠레 정부는 지난 24일까지만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시위가 국제회의 개최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다"고 했지만, 시위 양상이 다시 과격해지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끝내 개최 취소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APEC과 COP에 생길 문제와 불편에 깊은 유감을 전한다"며 "대통령은 그 어떤 것보다 항상 칠레 국민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칠레의 이같은 결정으로 APEC 정상회의 일정이 변경되는지, 다른 장소에서 개최되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이 참여하는 지역 경제 협의체다. 다음달 16∼1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계획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회의가 취소되면서 참가국 정상의 양자회담 등의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어렵게 됐다.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과 관련한 1단계 합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서명하는 방안도 추진돼왔으나 역시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미·중 정상이 1단계 무역 협상안에 서명 여부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8일 “중국과 무역협상에 서명하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1단계라고 부르지만 매우 큰 부분”이라고 말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예정대로 미·중 무역 합의안 서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장소를 다시 구하는 게 관건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중 무역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하와이나 마카오를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APEC 취소로 양국 협의안 서명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PEC 취소는 한국외교에도 여러 영향을 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열어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현안을 점검하는 기회로 활용하기를 원했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등으로 최악의 상태인 한·일 관계에 전환점을 마련하는 기회도 놓치게 되는 등 외교일정도 꼬이게 됐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내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