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슈퍼엘리뇨 비상, “더 뜨겁고, 더 센 놈 온다”세계기상기구, “세계는 곧 찾아올 엘니뇨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라고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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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세계의 많은 기상전문가들은 올여름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많은 엘리뇨가 그저 보통의 엘리뇨가 아니라 훨씬 강력한 ‘슈퍼 엘리뇨’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곧 ‘더 뜨겁고, 더 큰 놈이 온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엘리뇨가 발생하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가뭄과 홍수의 양극화현상이 심해지고, 폭염과 산불 등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가입하여 무려 191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세계기상기구는 어떤 근거에서 이렇게 강력한 경고를 내놓았을까. 세계기상기구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2도 낮은 라니냐 현상이 지속되었는데, 이제부터 이곳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높아지는 엘리뇨 현상이 찾아와 몇 년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엘리뇨에 따른 0,5도의 해수면 온도 상승은 기후변화로 인한 글로벌 기온 상승에 약 20%의 추가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어서 그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기상기구 페텔 탈라스 사무총장은 “지난 3년 동안 해수면이 차가운 라니냐로 인해 전체적인 지구 온도 상승에 제약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최근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8년을 보냈다. 그런데 이제부터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리뇨가 찾아오면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뜨거운 지구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엘리뇨의 발달은 지구온난화 추세를 급격히 부추길 것이며, 지구 기온과 관련된 기록들을 마구 깨뜨려 새 기록들을 세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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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라스 사무총장은 이어 “엘리뇨가 지구 온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 한 해 뒤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올여름부터 엘리뇨가 발달하기 시작하면 2024년에는 엘리뇨로 인한 기온 상승 효과가 가장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므로 세계는 심각한 가뭄과 홍수 및 극단적 날씨 등 엘리뇨가 가져올 전 지구적 재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엘니뇨가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와 결합해 지구 온도를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올여름부터 엘리뇨가 시작돼 지구 기상과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 점점 분명해지자 유엔(UN)도 지난달 “엘리뇨의 발달은 세계의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은 특히 호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같은 주요 곡물 생산 및 수출국들이 극심한 가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럴 경우, 세계적 식량위기가 초래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세계기상기구의 ‘엘리뇨 경고’ 이후 세계의 기상전문가와 기상단체 등도 이와 비슷한 경고를 쏟아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5일 “기후변화로 이상기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올해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전 세계의 이달 평균기온이 1979년 기록한 6월 최고기온보다 1℃ 높은 상황이었고, 앞으로 이 추세가 유지되거나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달 초순 며칠 동안은 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5℃ 높았던 것으로 관측됐다. 2015년의 유엔(UN)의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산업화 시대 대비 1.5℃ 상승폭’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최후저지선으로 보고 기온상승 제한기준을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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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뇨 현상은 한 번 시작되면 보통 몇 년씩은 지속되므로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이 남아 있지만, 기상학자들은 대체로 올해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확률이 높다고 예측한다. 미국 펜실바니아대학의 기상학자 마이클 만은 “현재 지구 표면 온도는 역대 최고 또는 그에 가까운 수준으로서 올해는 가장 뜨거운 한 해가 될 게 확실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코넬대학 기후학자 나타릴 마호왈드도 “올해 나타난 극단적 기상변화를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나타난 기후 요인들은 부정적 현상의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AA)도 올여름 엘리뇨 발생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내다보았다.
세계적으로 전문가들이 비슷한 예측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상청도 지난달 23일 ‘엘리뇨 주의보’를 발령했다. 5월 중순 측정한 동태평양의 남미 대륙 페루 앞바다 해수면 온도가 28.5도로 평년보다 0,5도 높은 상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올여름 동안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점차 상승하면서 엘리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보했다. 엘리뇨 현상이 발생하면 한반도는 평년보다 더 덥고 습한 날씨가 예상된다.
태평양에 엘리뇨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주변의 바다도 당연히 영향권에 든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 여를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이 평년 대비 0.5도~1.0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적도 해역으로부터 열에너지가 지속적으로 공급돼 높은 수온이 유지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엘리뇨는 남미 대륙 페루와 에콰도르 앞바다인 동태평양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1981~2010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곳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2도 이상 높은 경우에는, 공식용어는 아니지만 흔히 ‘슈퍼 엘리뇨’라고 지칭한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이를 ‘매우 강한 엘리뇨’라고 표현한다.
스페인어로 <엘니뇨 : el Niño>는 ‘어린 아이’를 말하는데, 대문자로 쓰면 ‘아기 예수’를 뜻한다. 과거 한때 남미 대륙 페루 앞바다인 동태평양에서 조업하던 어부들이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바닷물이 따뜻해져서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 현상을 두고 ‘이때는 일하지 말고 아이들처럼 놀라’는 의미이거나 ‘아기 예수 탄생일을 기념하라’는 등의 뜻으로 받아들여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에 반해 페루 앞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라니냐 : la Niña>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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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부근 동태평양에서 발달한 엘리뇨가 그 먼 거리를 이동해 서태평양 해역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마디로 지구의 자전운동 때문이다. 지구가 스스로 회전함에 따라 적도 부근에서는 바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Trade Wind: 편동풍 偏東風)이 발달하는데, 이에 따라 동태평양의 해수면이 서태평양 쪽으로 이동하면서 햇빛을 받아 갈수록 따듯해진다. (지구의 중위도 지역에서는 여러 요인으로 바람이 반대로 부는 편서풍이 발달한다)
반면에 동태평양에서는 바다의 윗물이 서쪽으로 밀려감에 따라 빈자리를 깊은 바다의 찬물이 올라와 채우게 된다. 이를 용승(湧昇)이라 한다. 이에 따라 적도 부근 동태평양 보다 서태평양 쪽의 해수면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남태평양 제도와 호주,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등이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슈퍼 엘리뇨’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