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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흐르는 ‘대기(大氣)의 강’이 최근 물난리 근원: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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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흐르는 ‘대기(大氣)의 강’이 최근 물난리 근원

 수증기가 기압배치에 따라 가늘고 길게 형성되어 흐르면서 집중호우 퍼부어 
7월 중순 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고와 예천 산사태 초래
길이가 1만㎞가 넘고 아마존강의 2배 물기를 머금은 ‘대기의 강’도 관측돼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7/19 [13:45]

하늘에 흐르는 ‘대기(大氣)의 강’이 최근 물난리 근원

 수증기가 기압배치에 따라 가늘고 길게 형성되어 흐르면서 집중호우 퍼부어 
7월 중순 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고와 예천 산사태 초래
길이가 1만㎞가 넘고 아마존강의 2배 물기를 머금은 ‘대기의 강’도 관측돼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3/07/19 [13:45]

하늘에도 강이 흐른다. 이른바 대기(大氣)의 강’(atmospheric river)이다. 다만 땅 위의 강은 고체인 땅바닥을 액체인 물의 형태로 흐르지만, 하늘의 강은 기체인 공기속을 역시 기체인 수증기(水蒸氣)의 형태로 흐른다는 게 다른 점이다. 수증기도 결국은 물이다. 그런데 모양은 매우 비슷하여 하늘에 흐르는 대기의 강도 땅 위로 흐르는 대지(大地)의 강처럼 길고 가느다랗게 흐른다. 반면에 대지의 강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웬만하면 그 자리를 늘 지키면서 흐르는 데 비해 대기의 강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 사이에 생겼다가 없어지곤 한다.

 

지구의 일부분인 대기권에서 보는 대지의 강과 지구 대기권 밖의 우주에서 보는 대기의 강은 그 모양이 매우 흡사하다. 가늘고 긴 모양은 물론, 흐름이 시작하는 쪽의 폭은 좁고 끝나는 쪽의 폭은 넓은 형상도 비슷하다. 주변 환경에 따라 이리 휘고, 저리 휘는 형태도 서로 닮았다. 그러나 그 외형적 크기와 품고 있는 물의 분량에 있어서 대기의 강대지의 강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의 차이처럼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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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중순 나흘 동안 우리나라에 물난리를 일으킨 ‘대기의 강’ 구름 모습. 중국 남부 양쯔강 유역부터 러시아 동쪽 오오츠크해까지 길고 가느다랗게 뻗어 흐르면서 수증기를 잔뜩 품은 구름이어서 하늘이 뚫린 듯 비를 퍼부어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많이 냈다. <기상청 위성 사진>.    

 

기상관측위성에서 포착된 대기의 강중에서는 중국대륙 동부에서 북미대륙 서부까지 1이상 길게 흐르던 것도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긴 강인 나일강의 전체 길이가 6,650이고 두 번째로 긴 아마존강의 6,400이며 6,300의 양쯔강과 6,275의 미시시피강이 그다음이니, 하늘의 강이 얼마나 길게 흐르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측정한 바에 따르면 아마존강의 두 배, 미시시피강의 15배나 많은 물을 품은 대기의 강도 존재했다가 없어지기도 했다. 하늘에 흐르는 강이 과연 얼마나 대단한 규모인지 능히 가늠할 만하다.

 

이렇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과시하는 대기의 강이 그 하늘의 수로(水路)를 지키지 못하고 둑이 무너지면서 땅으로 쏟아져 내려 최근 우리나라에 역대급 물난리를 초래하였다.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나흘 동안 계속된 장마 속 폭우로 인해 충북 청주시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경북 예천군 산사태 등으로 5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특정한 모양 없이 대충 넓게 퍼져 있는 비구름에 비해 대기의 강은 양쪽으로 퍼지지 못하고 폭이 좁게 흐름에 따라 수증기의 밀도가 높아 폭우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큰 피해를 일으키기 일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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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속 폭우로 인해 많은 피해를 일으킨 ‘대기의 강’이 지난 17일 우리나라 상공에 위치해 있던 상황을 레이더로 포착한 모습. 서남쪽 서해상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흐르면서 우리나라를 관통해 청주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경북 예천 산사태를 일으켰다. <기상청 자료>    

 올해 장마 기간 전국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전국 평균 511로서 5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평년 동 기간(238.4)2배를 넘는 엄청난 수치이다. 그런데 이 강수량의 대부분이 이달 중순 사나흘 사이에 집중호우로 쏟아져 이처럼 큰 피해를 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호우는 일일 최고 강수량이 전북 익산 기준으로 38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수도권 집중호우 때의 서울 기준 381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359), 그리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342)  때보다도 더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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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한반도 주변 기상도. 서남쪽 중국 남부 양쯔강 유역부터 흘러들어오던 ‘대기의 강’이 동북쪽 오오츠크해 쪽으로 빠지면서 제4호 태풍 탈림이 중국 남부 홍콩 일대에 진출해 있다. 이 ‘대기의 강’과 태풍 사이에 구름이 사라지면서 우리나라는 잠시 맑은 날씨로 접어들었다. <기상청 자료>    

 

이번 호우가 기록적 강수량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많은 수증기량 '대기의 강' 현상 지구온난화 영향 등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우선 수증기량이 많아졌다. 장마는 여름철 수증기가 많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지속적 강수(降水) 현상이다. 장마 때 비를 뿌리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은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고온 다습한 기단(氣團. 공기덩어리)과 북쪽 대륙에서 내려오는 한랭건조한 기단이 충돌하면서 형성되는데, 고온다습한 기단의 수증기가 한랭건조한 기단에 의해 응결되어 물방울이 되면서 비를 많이 내렸다.

 

 

그리고 대기의 강이 그렇잖아도 많은 여름철 수증기를 가늘고 기다란 띠 형태로 몰아넣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폭우를 초래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구름이 주변의 기압배치에 따라 좁고 긴 선형으로 몰리면서 수증기 밀도가 그만큼 높아져 물방울로 응결하면서 선상강수대(線狀降水帶)가 형성된 것이다. 이번 장마 때에 남쪽 북태평양고기압과 서쪽 티베트고기압 사이의 좁은 기압골을 따라 대기의 강이 생겨나 우리나라에 물을 쏟아부었다.게다가 지구온난화에 따라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의 기후변화가 강수량을 높이는데 한 몫 거들었다. 바닷물의 온도가 1도 오르면 대기 중 수증기량은 약 7% 늘어나는데, 올여름 시작된 엘리뇨현상이 바닷물을 가열시켜 수증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리뇨현상은 결국 무역풍(편동풍)을 타고 서태평양의 바닷물까지 덥히어서 수증기 발생량을 늘린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19세기 중엽 이후 본격적인 기온 관측이 시작된 이래 평균 17도 마지노선을 유지해 왔는데 이달 3일부터 3일 연속 ‘17도선을 넘어서면서 뜨거워진 지구를 여실히 증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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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11월 북태평양 일대에 나타난 ‘대기의 강’. 북미대륙 북쪽 알래스카 알류산열도 부근에서부터 남쪽으로 하와이제도를 거쳐 다시 동북쪽 미국 캘리포니아주까지 활처럼 휘어 있다. 그 길이는 1만㎞ 가까이 될 정도로 매우 길다. <NASA,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한편, ‘대기의 강은 기습적 폭우 등으로 인해 해당 지역에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지구 전체 측면에서는 물 순환에 매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의 강은 지구 강우량의 22%를 담당한다고 조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해양학연구소에 따르면 대기의 강의 평균 길이는 1,600, 폭은 400정도로 방대한 것이어서 그만큼 많은 수증기를 머금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가 대기의 강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관측되었는는데,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북부에는 3주 내내 폭우가 퍼부어 막대한 피해를 냈다. 그리고 20193LA인근 산타바라라 카운티 해안가에서 저녁 8시 무렵 54분 동안 무려 1.500회에 가까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번개도 대기의 강이 그 원인이었다. 물이 수증기로 변해서 일으키는 지상 최대의 쇼천둥번개도 대기의 강에서 많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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