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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악어컴퍼니-극단 단비, 문삼화 번역/연출 ‘거미여인의 키스’: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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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악어컴퍼니-극단 단비, 문삼화 번역/연출 ‘거미여인의 키스’

편집부 | 기사입력 2015/12/27 [18:36]

(박정기의 문화산책)악어컴퍼니-극단 단비, 문삼화 번역/연출 ‘거미여인의 키스’

편집부 | 입력 : 2015/12/27 [18:36]


[내외신문=박정기문화공연칼럼니스트]신연아트홀(A아트홀)에서 (주) 악어컴퍼니와 극단 단비의 마누엘 푸익 작, 문삼화 번역 연출의 ‘거미여인의 키스’를 관람했다.

 

마누엘 푸익(Juan Manuel Puig Delledonne, 1932~1990)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다. 주요 저서로는 ‘거미 여인의 키스’ ‘리타 헤이워즈의 배신’ ‘색칠한 입술’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건’ 등이 있다.1990년 7월, 그의 아홉 번째 작품인 ‘상대적인 습기’를 집필하던 중 사망했다.

 

문삼화(1967~)는 University of Northern Iowa(UNI) 연극과 출신이다. 2003년 연극 ‘사마귀’로 공식 데뷔해 10년 넘게 연출가로 살아온 베테랑이며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연출작품은 ‘바람직한 청소년’ ‘뮤지컬 균’ ‘세자매’ ‘일곱집매’ ‘언니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너 때문에 산다’ ‘쿠킹 위드 엘비스’ ‘백중사 이야기’ ‘Getting Out’ ‘라이방’ ‘사마귀’ ‘뽕짝’ ‘모든 건 타이밍’ 그 외 다수다.

 

2003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베스트3, 2004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제3회 젊은 연출가전 최우수작품, 2005 서울연극제 연기상, 신인연기상, 2006 거창 국제공연 예술제 남자연기상, 2008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Nart)선정, 2008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09대한민국연극대상희곡상, 2013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여자연기상, 2013한국연극BEST7, 2013제1회 이 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최우수상, 2013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14제16회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연출가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엑토르 바벤코 감독의 영화로 소개된 작품이며, 1970년대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발표된 소설 중에서 최고의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 소설에는 페론 정부의 정치 폭력과 현대 아르헨티나의 대중문화와 같은 매우 현실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동시에 팝 문화를 상호텍스트로 사용하면서 하위문화를 어떻게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보여준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두 죄수의 이야기다. 한 명은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검거된 발렌틴이라는 정치범이며, 또 다른 한 명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수감된 몰리나라는 동성연애자다. 한방에 수감된 두 사람... 몰리나는 감옥 생활의 따분함을 잊기 위해 예전에 보았던 영화를 발렌틴에게 이야기해 준다. 영화에 대한 소감에서 두 사람은 차이가 난다. 몰리나는 대중문화에 젖어 있지만, 발렌틴은 좌익 이데올로기에 물들어 있어 정치적인 면만 이야기를 하고, 몰리나는 영화 자체에만 관심을 드러낸다. 식사시간에 밥 대신 죽이 나오고, 죽을 먹은 몰리나는 복통을 일으키며 쩔쩔맨다. 그러나 발렌틴은 몰리나의 고통에 나 몰라라 한다. 그러다가 발렌틴도 복통을 일으키게 되면서 몰리나는 지극정성을 다해 발렌틴을 간호해 준다.

 

연극의 중반에 관객은, 몰리나가 발렌틴이 이끌고 있는 게릴라를 체포할 수 있는 단서를 잡기 위해 그곳에 함께 수감시킨 인물임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관객은 몰리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색안경을 끼고 몰리나를 관찰하게 된다.

 

몰리나는 계속해서 영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다가 발렌틴이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자, 몰리나는 포트에 물을 데우고 수건으로 발렌틴의 몸을 정성스레 닦아준다. 옷을 벗은 발렌틴의 몸에 고문을 당한 흔적이 여기저기 나타나 있다. 몸을 깨끗이 닦아주어서인지,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어서인지 두 사람은 한 이불을 덮고 꼭 껴안고 잠을 자게 된다.

 

동성연애자와 정치적 극단인 게릴라와의 결합처럼 느껴지는 동침광경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그러고 나서 몰리나는 교도소 수감생활을 마치고 석방이 된다. 석방 전 교도소장은 몰리나에게 발렌틴의 동료들이 있는 장소를 알아내라고 지시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발렌틴은 동료 게릴라들의 거처를 몰리나에게 알려주며, 편지전갈을 부탁한다.

 

석방된 몰리나.... 그러나 몰리나는 발렌틴이 알려준 게릴라의 거처를 찾아가 편지를 전하지만, 그들의 소재를 결코 경찰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는 게릴라인 발렌틴이 동성연애자인 몰리나를 의식 없는 인물로 평가해 그를 무시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관객도 몰리나가 비밀경찰의 끄나풀이라는 것을 알고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대한다. 그러나 대단원에서 몰리나가, 발렌틴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키는 모습에서 극적 반전이 이루어지면서 드높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동을 만끽하게 된다.

 

무대는 조그만 감옥, 교도소의 1실을 무대에 만들어 놓고, 배경 쪽에 창살달린 벽과 창 그리고 정면에 출입구가 있고, 출입구 아래 쪽에 식기를 들여보내는 덧문이 있다. 좁은 복도로 해서 상수 쪽으로 들어가는 통로와 그 안에 화장실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무대 좌우에 침상이 놓인 2인실이고, 침대 머리맡에는 어머니 모습을 그린 그림, 그리고 헝겊을 휘장처럼 걸쳐놓고, 긴 서랍 같은 조형물에 잡동사니를 넣어두었다. 작은 의자가 있어 연극 진전에 따라 의자를 이동시켜 앉기도 하고, 수건과 담요 물끌이는 포트 등을 사용한다.

 

이명행 송용진, 최대훈 정문성, 김호영 김선호 등 세 팀이 트리플 캐스팅되어 2인 씩 번갈아 가며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성격창출 또한 수준급이라 연극의 도입부터 관객을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갈채를 받는다.

 

(주) 악어컴퍼니와 극단 단비 제작의 마누엘 푸익 작, 문삼화 번역 연출의 ‘거미여인의 키스’는 독특한 구성과 전개, 그리고 대단원에서 반전이 제대로 연출된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드러난 성공작이라 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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