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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생조차 한 수에 불과하다: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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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생조차 한 수에 불과하다

편집부 | 기사입력 2015/07/09 [17:56]

(리뷰) 인생조차 한 수에 불과하다

편집부 | 입력 : 2015/07/09 [17:56]


사진제공/쇼홀릭

 

뮤지컬 ‘체스’

 

[내외신문=김미령 기자]“결국 우리 모두는 체스 게임의 말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 한 문장을 위해서 달려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뮤지컬 ‘체스(연출:왕용범)’는 냉전 시대 체스 게임에 나라의 명예를 걸고 싸워야했던 이들의 사랑과 배신, 인생을 체스에 비유한 작품이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 ‘요셉 어메이징’ 등의 팀 라이스가 세계적인 슈퍼밴드 아바(ABBA)의 비요른 울바에우스, 베니 앤더슨과 함께 만든 뮤지컬 ‘체스’는 지난 해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으로 돌풍을 일으킨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 감독 콤비와 김선미 프로듀서가 힘을 합한 기대작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이념이 극명하게 대립되던 냉전시대, 체스 세계 챔피언 쉽이 열리는 방콕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세기의 대결인 미국 챔피언 프레디와 러시아 챔피언 아나톨리의 체스 매치는 점점 과열되어 가는데 프레디의 조수인 플로렌스는 점점 통제할 수 없는 프레디의 태도에 지쳐간다. 경기 중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식사자리에도 프레디는 나타나지 않고 스치는 대화 속에 플로렌스는 아나톨리에게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늘 감시당하며 살던 아나톨리는 아름답고 총명한 플로렌스에 호감을 갖게 되고 자유에 대한 갈증을 절감하고 결국 미국으로의 망명을 결정한다. 8주 후, 세계 챔피언쉽 경기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고 세 사람은 재회하게 된다. 연인 사이가 된 아나톨리와 플로렌스, 그들에게 복수하려는 프레디, 남편을 찾아온 스베틀라나. 인생이라는 거대한 체스게임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허무함을 지울 수 없다. 이념의 대립이라는 셰계관 속에서 날선 대립각을 세워 주리라 기대했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 때보다 지금 자유롭다고,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지금과는 달랐던 시대이다. 이념의 대립 속에서 개인의 삶은 뒷전이 되고 커다란 희생을 감내하게 하고는 합리화시키던 시대. 한번 뿐인 삶을 빼앗기고도 정당한 항의조차 용납되지 않을 때 사람은 무엇을 향해 살아갈 수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인지하지 못한 채 삶을 도둑맞고 있었다는 걸 오랜 후에야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뮤지컬 ‘체스’의 인물들이 체스보드 위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는 ‘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오싹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삶 또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두려운 것은 보이지 않는 어둠이기에.

 

좀 더 ‘체스’ 게임의 묘미를 살렸다면 자유분방한 프레디의 아픈 과거와 총명하지만 상실에 대한 상처로 인해 어딘가 불안한 플로렌스, 시대의 아픔을 짊어지고 무거운 삶에 짓눌린 아나톨리의 모습이 더 선명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프레디와 아나톨리의 대립을 가장 잘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장치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아나톨리와 플로렌스의 이룰 수 없는 사랑과 방해꾼인 프레디를 본 느낌만 남았다.

 

다양한 넘버는 귀를 즐겁게 하지만 인물들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다보니 드라마가 약해져 작품은 상당히 지루해져버렸다. 40대 유부남인 아나톨리 역에 아이돌 네 명이 쿼드로 캐스팅 되다 보니 아무래도 프레디와의 대립이 약하다. 다만,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켄(VIXX)과 신우(B1A4)의 안정적인 넘버 소화와 존재감은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전개가 되어 버렸지만 화려한 앙상블들의 움직임과 안정적인 오케스트라는 눈과 귀를 상당히 즐겁게 한다.

 

천재 체스 선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아나톨리 역에 조권(2AM), 켄(VIXX), 신우(B1A4), 키(샤이니), 체스를 통해서 자유를 느끼지만 불안정한 프레디 역에 이건명, 신성우, 두 남자 사이에서 운명의 키를 쥐고 있는 플로렌스 역에 안시하, 이정화, 체스 챔피언 쉽 위원장 역에 홍경수, 아나톨리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몰로코프 역에 김법래, 김장섭, 극의 반전을 만들어 가는 월터 역에 박선우, 박선효 등이 함께 한다.

 

인생을 체스게임에 대비하는 공감은 아쉽지만 진정한 자유를 가진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뮤지컬 ‘체스’는 오는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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