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칼럼 : 오직 하나뿐인 지구 다섯 달째 호주산불의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 탓으로 압축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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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칼럼 : 오직 하나뿐인 지구 다섯 달째 호주산불의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 탓으로 압축되는 중
  • 김시월 대기자
  • 승인 2020.01.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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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수출 1위국 체면에 일부러 기후변화 원인론을 부정하던 호주 정부도 최근 태도 변경
산불 집중 지역 남동부 평균 기온 1950년대보다 섭씨 1.5도 상승해 더욱 고온건조
아직은 확산일로...다음달 ‘피크’에 오른 뒤에야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듯
최근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산불로 인해 거대한 화염토네이도(화재폭풍 또는 연기기둥)가 만들어져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모습. 이 연기기둥의 상층부에서는 비구름이 없는 상태에서 마른번개가 치면서 다른 곳으로 불똥이 떨어져 또 다른 산불을 발생시키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산불발생 지역은 계속 확장되어 나간다.  [깁스랜드 기상청 제공]
최근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산불로 인해 거대한 화염토네이도(화재폭풍 또는 연기기둥)가 만들어져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모습. 이 연기기둥의 상층부에서는 비구름이 없는 상태에서 마른번개가 치면서 다른 곳으로 불똥이 떨어져 또 다른 산불을 발생시키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산불발생 지역은 계속 확장되어 나간다. [깁스랜드 기상청 제공]

지난해 9월부터 다섯 달째 호주 대륙 전체를 산발적으로 불태우면서, 특히 시드니·캔버라·멜버른 등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뉴사우스웨일주와 빅토리아주 등 동남부 지역을 집중적으로 휩쓸고 있는 호주 산불/들불(bushfire)의 주요 원인은 갈수록 고온건조해지는 지구기후변화라는 데에 점차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모양새이다.

 

지구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9월쯤부터 봄, 여름이 시작되어서 이때부터 점차 더워지고 메말라지는 기후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시점의 계절 순환기부터 산불과 들불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봄, 여름 산불의 초기 단계만 하더라도 과거처럼 어느 정도 상처를 남기고는 자연적으로 사그라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뉴사우스웨일주에서는 150여 곳에서 동시에 발생하기도

그러나 산불 발생지역과 규모가 갈수록 확산일로를 거듭하면서 과거 방식의 접근방법만으로는 전지구적(全 地球的) 재앙으로까지 악화되고 있는 호주 대륙 산불의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뉴사우스웨일주와 빅토리아주가 있는 동남부지역에서는 이달 20일 하루 만해도 80곳 이상이 동시에 화염에 휩싸였고 뉴사우스웨일주에서는 1월 첫째 주에 150여 곳 산불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했다. 한반도의 35, 남한 면적의 75배나 되는 대륙 규모 땅덩어리에서 지난 다섯 달 동안 발생과 소멸을 거듭한 산불/들불은 어림잡아도 수백 군데에 이를 정도이다.

최근 빅토리아주의 산불. 지난해 9월부터 고온건조한 봄철 여름철 기후가 지속되면서 다섯 달째 호주대륙 곳곳을 불구덩이로 만들고 있는 호주 산불은 그 발생 원인을 놓고 “과거에도 자주 그랬다”고 얼버무리던 호주 정부와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전문가 사이의 견해가 정면충돌하였으나, 사태가 악화될수록 점차 ‘기후변화’ 요인으로 형세가 압축되어가고 있다. 결국은 스콧 모리슨 호주총리도 최근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데에 동의한다고 두 손 들었다. [AP=연합뉴스]
최근 빅토리아주의 산불. 지난해 9월부터 고온건조한 봄철 여름철 기후가 지속되면서 다섯 달째 호주대륙 곳곳을 불구덩이로 만들고 있는 호주 산불은 그 발생 원인을 놓고 “과거에도 자주 그랬다”고 얼버무리던 호주 정부와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전문가 사이의 견해가 정면충돌하였으나, 사태가 악화될수록 점차 ‘기후변화’ 요인으로 형세가 압축되어가고 있다. 결국은 스콧 모리슨 호주총리도 최근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데에 동의한다고 두 손 들었다. [AP=연합뉴스]

 

이달 중순 한때 동남부 지역에 폭우에 가까운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온건조한 날씨가 되살아나면서 잠시 주춤했던 산불의 기세도 다시 그전처럼 활활 타오르는 형국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기상/환경/재난 전문가들은 고온건조한 여름이 끝나가면서 비가 자주 오는 가을로 접어드는 2월말이나 3월초쯤이나 되어야 현재의 무서운 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한 달 가량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구덩이가 될 것이라고 비관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지난 다섯 달 동안 이미 우리나라 남한 면적과 맞먹는 10(100ha) 이상이 불타버렸다. 이번 산불/들불로 인해 호주 대륙 고유종인 코알라 캥거루 웜뱃 주머니쥐 등 포유류는 물론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의 동물 10억 마리 이상이 불에 타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행동이 꿈 뜨고 하루 종일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코알라는 거의 3분지1이나 절반가량이 죽은 것으로 보인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거의 절대적 주식으로 삼는데, 이번에 유칼립투스 나무의 숲들이 치명적 피해를 입어 먹을 게 없어지면서 지금 살아남은 코알라들마저 곧 굶어죽게 될 위기에 처해졌다.

 

다섯 달 산불에 이산화탄소 4억톤 배출...독일 1년 감축량의 8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 중순까지 3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주택 2천 채 이상이 사라졌다. 나무와 풀이 타버리면서 4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는데, 이는 평소 한 해 동안 호주에서 배출해오던 34천만t을 다섯 달 만에 넘어선 것이다. 승용차로 환산하면 1억 대를 1년 동안 운행할 때의 수치이다. 특히 탄소배출 감축 운동에 앞장서온 독일에서는 지난 1년 동안 5천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였는데, 이번 호주 산불은 독일 1년 감축량의 8배를 지구 대기에 내어놓은 것이다. 그만큼 앞으로 지구온난화 효과를 높일 것이 분명하다. 호주의 나무와 풀을 태운 연기는 남반구 바람의 방향(코리올리의 효과)을 따라 뉴질랜드-남태평양-남미대륙-남대서양을 거쳐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다시 호주 대륙까지 접근한 것으로 인공위성에 의해 밝혀졌다.

 

이처럼 호주의 산불/들불은 이미 호주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기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사건이 되어버렸는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중심으로 한 호주 정부는 산불 초기부터 늘 있어 왔던 일이라며 일부러 애써서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려다 정권 자체가 큰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봄으로 접어드는 9월부터 시작된 산불/들불이 예년과 다르게 그 위협적 현상을 더해가자 기후/환경/재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거와 같은 연례행사로만 볼게 아니라, 지구온난화라는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졌다.

 

그러나 세계 석탄 수출량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호주의 국제경제적 위상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주범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2) 감축문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호주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일부러 반박하는 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의 석유시장을 쥐고 흔드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 보호 명분 때문에 세계의 탄소배출량 감축 운동에 반발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이다.

 

실제로 모리슨 총리는 지난 연말쯤 호주 산불이 세계적 빅 이슈로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산불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에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늘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스스로의 생명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답변을 에둘러 회피했다. 모리슨 총리는 또 석탄 수출과 세계 기후변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호주의 주요 수익은 석탄에서 나온다.”면서 석탄 수출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모리슨 총리는 산불이 확산일로에 있는데도 지난 12월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중도에 돌아와야만 했다.

 

마이클 매코맥 부총리는 한술 더 떠서 산불은 늘 있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환경론자들의 헛소리가 아니라 피해지역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라고 라디오 인터뷰 질문을 일축하여 큰 빈축을 샀다.

 

호주 국내 문제에서 세계의 문제로 확산되자 호주 정부는 기후변화 원인론에 동의

호주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이처럼 산불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에 대하여 애써 외면하거나 괴변을 일삼던 태도는 산불이 호주 국내의 문제에서 세계의 문제로 급격히 떠오르자 드디어 태도를 바꾸어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해법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정책방향의 전환까지 이뤄내게 되었다.

올해 들어서도 별다른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세계의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Climate Change)가 원인이라는 것을 거의 정설로 굳혀가고 있는 듯하다.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의 인구 밀집 거주 지역 가운데 가장 건조한 곳들 중의 하나로서 특히 나무와 풀이 많은 남동부 지역은 12월부터 3월까지 고온건조한 여름철이어서 산불 발생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 지역인데, 지난해에는 호주의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기온이 가장 높고 건조한 한 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주 남부는 1950년대 보다 기온이 섭씨 1.5도나 올랐다고 한다.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이 2백 년 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가량 오른 것에 비해도 대단히 높은 수치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호주 산불이 아직 피크에 오르지 않았으며, 2월에 가서야 절정에 다다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어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의 근심걱정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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