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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작가상】: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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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작가상】

강민숙 | 기사입력 2024/04/03 [19:40]

【제1회 한국작가상】

강민숙 | 입력 : 2024/04/03 [19:40]

1회 한국작가상

 

20235내일을여는작가편집회의에서 한국작가회의 창립 50년을 맞이해 한국작가회의를 대표할 수 있는 문학상을 제정해 회원들의 창작력을 높이고 한국 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국작가상을 제정하기로 의결하였습니다. 1년간 각 지회의 기관지에 발표한 작품을 대상으로 시, 소설, 어린이청소년문학, 학술평론 4개 분야였습니다. 다른 분야는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심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각 지회에서 발간하는 기관지를 다른 지회에서 심사하기로 했습니다. 본심은 전체 회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하고, 최대한 상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작가상 예심 심사는 129일에 마무리되었고, 본심 심사는 2024126일부터 229일까지 구글 설문지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들은 사무처에서 압축파일(zip)로 보내온 예심 통과작 시 13, 소설 9, 어린이청소년문학 5(동화 3, 동시 2), 학술평론 7편을 읽은 뒤 각 부문의 작품 중에서 1편씩을 선정했습니다. 그 결과 시 부문에서 복효근의 소원 비는 곳에서(내일을여는작가, 2023년 봄호, 82). 소설 부문에서 황선만의 꿀알바( 충남작가, 2023년 하반기), 동시 부문에서 안학수의 후투티(충남작가, 2023년 하반기), 학술평론 부문에서 황선열의 미디어 시대, 문학의 역할(경남작가, 2022, 42)이 선정되었습니다. 시상식은 2024330일 정기총회 때 가질 예정입니다.

 

소원 비는 곳에서

복효근

 

조그맣고 반반한 하트 모양 나무때기에 소원을 적어 매다는 거란다

주렁주렁 매달린 소원 하트를 보자니

단연코 건강이 가장 많다

로또가 되게 해주세요

사업대박, 스케이트보드를 사주세요도 있다

내 소원은 무엇인가 묻는다

내 지나온 길목엔 나가 아닌 우리의 소원이 있었지

토옹일, 꿈에도 소원은 토옹일이었지

토요일이면

경의선 열차를 타고 가서 압록강 푸른 물에 발을 잠그고

저 건너 말 달리는 고구려의 사내아이들 그려보는 꿈 같은 거

이제는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어쩔 수 없이 나도 건강이다

토옹일은 아직도 가슴 저 밑바닥에서 옴작거리는데

뭘 망설여 가족 건강 쓰면 되지

맞다 바다에 수장되어 죽고

멀쩡한 거리에서 짓눌려 죽고

언제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서

내 건강 내가 챙기고 부디 죽지 말아야지

쪼잔하게 스케이트보드가 뭐냐

내 어릴 적 소원은 크고 빛나고 원대한 그 어떤 것이었단다

그딴 꼰대소리는 하지 않기로 한다

이 나이쯤 되면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무렵

막걸리통 자전거에 싣고 시인 만나러 가는 대통령이

나에게도 전화를 걸어 주말에 열차 여행 같이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그이는 예쁜 여자랑 개에 끌려 한강 산책하느라 바쁘겠지

오죽하면 집중호우에 같은 동네 아파트 저층이 침수가 되는데

퇴근하여 가정부터 챙기겠어

이제 어쩌다가 토옹일은 불온한 단어가 되고

그래 그래서 스케이트보드가 맞다 건강이 맞다

그날 나는 소원 하트를 쓰지 못했다

*신동엽 산문시1

 


               복효근 시인

복효근(시 부문)

한국작가회의가 제정한 제1회 한국작가상 시 부문 수상자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선발된 몇 분의 판단으로 수상자가 결정되는 방식이 아닌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흥미롭고 마음에 듭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선 황소 무게를 알아맞히는 대회가 있다고 합니다. 그램(g) 단위까지 맞혀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맞히는 경우가 없다고 하지요. 그런데 참가자가 제시한 숫자를 모두 더하여 참가자 수로 나누니 그램 단위까지 맞아떨어지더라고 합니다.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한국작가상도 대중의 의견이 함께 반영되었다는 점과 함께 동시대의 문학적 지향을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금의 우리 현실은 독재라는 표현이 아무렇지 않을 만큼 폭압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다시 반공을 국시로 하던 유신, 군사정권 시대로 회귀하여 우리의 염원이던 평화통일은 그 단어마저 불온시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가 하면 멀쩡한 시민들이 거리에서 짓눌려 죽어도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무능과 무위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시민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내 한 몸 내 가정 안위를 챙기는 것이 가장 급선무가 되어버렸습니다.

민족이 처한 역사적 아픔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하여 건강한 비판의식으로 문학적 참여를 도모했던 한국작가회의의 소명의식이 다시 요청되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의 이번 수상작도 그러한 자각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심사대상에 오른 여러 훌륭한 작품보다 저의 졸작이 낙점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싶습니다. 저와 우리 작가회의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작은 역할을 했다면 부끄러움이 덜할 것 같습니다

우리 작가회의는 라는 좁은 영역을 넘어 언제나 나를 포함한 우리의 참다운 삶에 대하여 고뇌하였습니다. 저 또한 앞으로도 문학적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시를 통해 우리가 더 자유롭고 평화로울 수 있는 깊고 넓은 꿈을 가꾸어 나아가겠습니다

 

약력

1991시와 시학으로 활동 시작.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따뜻한 외면』 『꽃 아닌 것 없다』 『고요한 저녁이 왔다』 『예를 들어 무당거미』 『중심의 위치, 청소년 시집 운동장 편지,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 디카시집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 교육 에세이집 선생님 마음 사전등이 있음. 시와시학상, 신석정문학상, 박재삼문학상, 시와편견문학상 등을 수상.

 

황선만(소설 부문)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크기도 밝기도 위치도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별들은 계속 이동했다. 잠시 후 밖에 나가 하늘을 보면 별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천체의 패턴에 눈이 떠지자 이불 속에 누워서도 별이 보였다. 카시오페이아가, 견우가, 삼태성이 집 앞 나뭇가지 어딘가에 걸쳐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나가 보면 예상은 적중했다. 별은 언제나 내가 예상한 그곳에서 반짝였다. 지긋하고 유일한, 변치 않는 존재였다. 별은 항상 그 자리를 지켜주니 좋다. 어떤 변덕도 부리지 않고 삐지지도 않는다. 그저 듬직한 친구 같다.

좌충우돌 갈팡질팡 세월을 살아가지만 내게 문학은 나만의 별과 같았다. 새로 들어온 책들이 자리 둘 곳이 마땅치 않을 정도로 서재가 좁아졌고 오래된 책은 누렇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변함없이 나를 환영해주니 서재 또한 별과 같다. ‘내게 문학이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은 통하지 않는다. 문학이 있었기에 이만큼 이나마 절제하고 생의 중심을 지킬 수 있었다. 1회 한국작가상이라니! 더없이 좋지만 등짐을 짊어진 기분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문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내 소망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으니 참 좋다. 변함없이 정진하겠다. 항상 자리를 지키는 저 하늘의 별처럼 말이다.

 

                          황선만 소설가

약력

일평생 글만 쓰고 살리라 믿었던 사람. 여러 글을 써왔지만 문학만이 채울 수 있는 갈증에 목말라온 소설가. 세상의 다양한 삶의 영역 속에 머물렀기에 소설의 자양분이 차고 넘친다고 믿는 경험 신봉자. 2012작가마루로 작품 활동 본격 시작. 소설집 내가 뭐 어때서있음.

 

 

안학수(아동청소년 부문)

동시

 

후투티

 

안학수

 

부채 달린 모자를 쓰고

자꾸

부채를 접었다 펼쳤다

모자를 자랑하는 새

 

손 없이 머리로만

접고 펼치는 마술사.

 

 

 

 

너무 크나큰 영광이라서 수상자로 어울리기엔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함에도 한국작가상이기에 저의 욕심이 앞서서 염치없게도 덥석 받습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님들, 특히 내로라하시는 아동분과 선생님들 속에서 제가 1회 수상자라니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영예입니다.

제 인생이 어느덧 석양의 자리에 닿고 있습니다. 사위기 전에 남은 빛이라도 제대로 쏟아낼 수만 있다면, 비로소 수상자로서의 품새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주어진 만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본 상이 한국문학과 한국작가회의 발전에 가장 크고 좋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안학수 아동문학작가

약력

대전일보신춘문예 동시 당선. 동시집아주 특별한 손님』『부슬비 내리던 장날』『낙지네 개흙잔치』『박하사탕 한 봉지, 장편소설 그림자를 벗는 꽃』『하늘까지 75센티미터있음. 권정생창작기금 수혜.

 

 

황선열(학술평론 분야)

 

()이라는 말은 무엇을 증여(贈與)한다는 말입니다. ()은 상()과 패()가 합쳐진 말입니다. ()은 지붕과 창문을 형상화하고 패()는 재물을 뜻합니다. 사람들도 누군가에게 고백할 때 증여행위를 합니다. 증여(贈與)는 선물이나 마음, 감정을 남에게 준다는 뜻입니다. 원숭이가 나뭇가지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나 사람이 누군가에게 주는 꽃 한 송이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소박하지만 근본적인 상()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이 특별한 감투가 되고, 특정한 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역사를 거스르는 행위를 한 사람을 기리는 상을 만들고, 상금을 몇천만 원씩 주기도 합니다. 그 상으로 그들의 잘못을 덮으려고 하고, 그 상금으로 그들의 정신을 포장하려고 합니다. 타락한 상이 타락한 화폐와 만나서 인간 정신을 더욱 나락의 길로 빠뜨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학자 이마무라 히토시는 화폐인문학에서 화폐의 기원은 증여행위에 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는 행위는 아름다운 행위입니다. 이 증여행위가 화폐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순수한 화폐의 기능이 점차 사라지고, 화폐가 뇌물이 되고, 부정부패의 매개물이 되고 있습니다. 화폐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아지고, 화폐가 인간 정신을 타락의 길로 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화폐가 순수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듯이, 우리 시대의 각종 상들도 순수한 증여의 방식으로 바뀌었으면 합니다.

상의 의미가 점점 타락해가고 있는 이 시대에 처음으로 만든 한국작가상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작가상은 심사위원을 위촉하지 않고 작가들인 회원들이 직접 심사위원이 되어서 작품을 읽고 투표로 결정해서 주는 상입니다. 이 상은 회원들의 마음을 담아서 주는 상이니만큼 그 의미가 다른 상과는 다릅니다. 수천만 원의 상금으로 작가들의 정신을 훼손하는 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작가상은 상금이 미정입니다. 이 상을 주는 회원들의 마음은 값으로 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작가상은 작가회의 회원들의 관심과 공감, 그리고 평가로 받는 상입니다. 새로운 의미가 있는 제1회 한국작가상을 받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문학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과 작가들이 순수한 본연의 정신을 잃어가기 때문이고, 철저한 자기 갱생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의 위기와 인간 정신이 타락해가는 시대를 생각하면서 미디어 시대, 문학의 역할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가짜 뉴스에 놀아나고 진실이 감추어지고 왜곡되는 시대일수록 작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는 눈보라 치는 겨울 산에서 홀로 찬바람과 맞서는 푸른 소나무처럼 우뚝하면서 당당한 작가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것이 한국작가회의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작가회의는 굴종의 시대에 맞서고, 폭압의 시대에 저항했으며, 은폐된 진실을 파헤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 정신이 한국작가상을 제정한 뜻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한과 후한 시대의 혼란기에 살았던 왕충은 논형(論衡)이라는 책에서 혼란기의 시대일수록 작가들은 논리의 잣대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서적에 나타난 허구를 밝혀야 하고, 세대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하고, 사실과 허위를 판단하여 진실만을 기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잣대와 저울을 가지기 위해서 작가는 끊임없이 기록해야 하고, 자기 갱신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 우리는 더없는 허위와 가짜, 부정과 부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부인이 부정을 저질렀는데도 그 부정을 덮는 데 급급하고, 그 부정을 덮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권력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폭력으로 논리의 균형을 제압하고 있습니다. 총체적인 혼란기의 상황에서 작가들의 밝은 안목과 인문 정신의 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이 절실한 시기에 한국작가상을 받아서 더욱 깊은 소명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1회 한국작가상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고, 작가 정신을 올곧게 지켜나가는 작가로 살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황선열 평론가

약력

1997매일신문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경성대, 부경대, 동아대 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부산작가회의 지역문학위원회위원장, 국제교류위원장, 부회장 역임. 작가와 사회편집위원, 청소년종합문예지 푸른글터편집주간, 계간 동화 읽는 가족기획편집위원, 신생인문학연구소 소장, 한국작가회의 부산지회 지회장 역임. 현재 인문학연구소 문심원 원장. 편저 권환 시전집』 『독립군시가집』 『권환전집』 『광야의 노래-만주연변지역 독립군시가집, 평론집 빛과 그늘의 문학』 『따져읽는 어린이 책, 경계의 언어, 아동청소년문학의 새로움, 동화의 숲을 거닐다, 현대시와 시인을 찾아서, 청소년과 인문학의 향기, 회통의 시학, 동양시학과 시의 의미, 독립군노래이야기, 아동문학의 근원, 서정의 파문, 시와 품격, 연구서 일제시대 독립군시가연구, 번역서 유협의 문심조룡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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