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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적 석학 ‘하버마스와의 대화’: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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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적 석학 ‘하버마스와의 대화’

소정현기자 | 기사입력 2022/10/09 [05:00]

<서평> 세계적 석학 ‘하버마스와의 대화’

소정현기자 | 입력 : 2022/10/09 [05:00]

 

     

 

실사구시 표상 독일 지식인하버마스 이론과 사상

공식인터뷰와 사적 탐방기 통해 심층 조망한 역저

경제발전민주화 귀감한국시민사회 역동성! 주목

 

민주적 관점시민과의 열린 소통

 

하버마스는 독일의 비판 이론 전통에서 출발했지만 영미의 자유주의와 실용주의 사조를 과감히 수용함으로써 학문 분야나 학파를 초월해 보편적 타당성을 갖는 사상을 확립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확신에 찬 이론의 독단이나 특권을 배제하면서 학문의 소명은 결국 상식을 갖춘 시민과의 열린 소통에 있다는 민주적 관점을 견지한다.

 

저자 한상진은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차례 하버마스를 방문해 대화 및 인터뷰했고 탐방기를 썼다. 하버마스의 학문적 깊이와 폭, 이론적 논쟁의 배경과 뒷이야기,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삶의 이모저모를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저자가 하버마스와 나눈 공식 인터뷰 6, 두 번째는 2000년대에 하버마스와 개인적 만남을 갖고 이야기를 나눈 탐방기 4, 세 번째는 하버마스의 한국 방문 때 모든 일정을 함께하며 느낀 체험기와 하버마스가 귀국한 뒤 보낸 인상기이다.

 

저자 한상진은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차례 하버마스를 방문해 대화 및 인터뷰했고 탐방기를 썼다

 

인터뷰탐방기세부 내용들

 

저자가 하버마스와 나눈 6편의 인터뷰가 실려 있으며, 각각의 인터뷰는 인터뷰가 성사된 계기, 인터뷰 전문, 인터뷰 에피소드의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995년 인터뷰는 19964월 예정된 하버마스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조선일보사의 신년 기획 인터뷰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동양을 어떻게 볼 것인가,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 문화 변동과 정치, 사회운동의 방향, 서구 자본주의의 미래, 탈현대 논쟁의 뒷이야기 같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1996년 인터뷰는 하버마스의 한국 방문 일정이 모두 끝난 뒤 출국 직전 프레스센터에서 이뤄진 합동 기자회견을 실었다. 한국의 종교문화와 근대화, 남북 관계와 언론 개혁의 방향 등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합동 기자회견이 성사되기까지 과정과 기자회견 모습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1999년 인터뷰는 세기말과 새 천년을 잇는 의미심장한 시기에 이루어졌는데, 한국에 대한 하버마스의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분단과 통일, 민주화, 여성, 사회운동, 유교, 불교, 인권 등 한국과 관련된 여러 문제와 가능성에 대해 하버마스가 명백한 견해를 피력했다.

 

2006년 인터뷰는 두 가지 내용으로 나뉜다. 첫 번째 인터뷰는 동아일보사의 의뢰를 받아 미리 서면으로 질문한 것으로 미국의 패권 정치와 소통 정의의 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인터뷰는 당시 종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하버마스와 나눈 대화로, 기축 문명의 관점에서 유교와 불교를 이야기한 것이다.

 

6편의 인터뷰 가운데 한국에 대한 하버마스의 관심과 기대가 가장 풍부한 내용과 분량으로 표현된 것은 2013년 인터뷰다. 그는 특히 동아시아 가운데 한국의 성취와 잠재력에 주목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이 거둔 경제발전, 민주화, 특히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적극 평가하는 입장에서 동아시아의 미래를 여는 힘은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나온다는 관점을 피력했다. 이런 관점에서 20세기의 낡은 국가주의 정치를 떠나 21세기의 새로운 정치를 여는 선도국의 역할을 한국에 주문했다.

 

하버마스와의 공식 인터뷰와 별개로, 탐방기의 사적 대화는 하버마스의 이론과 사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와 오랫동안 학문적 깊은 교분을 갖었던 하버마스는 90세 넘는 연세에도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 석학의 최고봉이다.     

 

한국사회에 대한 선견적 각별함

 

페미니즘은 여러 이유로 매우 중요합니다. , 여성운동은 오늘날 유일하게 성공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사회운동입니다. 둘째, 다른 운동과 비교할 때 순수하게 비폭력적입니다. 셋째, 성에 따른 관계를 변화시키면서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제도, 즉 가족과 사회화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칩니다.(1995년 인터뷰)

 

한국은 전후에 경제성장과 규범적 발전이 같이 이뤄진 유일한 나라입니다. 정치적으로 민주화되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를 다른 어느 것과도 거래할 수 없다는 규범의식이 널리 정착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중요한 결실입니다.(2013년 인터뷰)

 

만일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추구했던 근대화를 계속 추구하면서 동시에 문화적인 정체성을 보존하고자 한다면, 한국에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인 유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와 유교는 좋은 자산입니다.(1996년 인터뷰)

 

2014년 여름, 하버마스는 우리를 따뜻하게 반겼지만 필자에게 꽤 마음에 걸리는 질문을 했다. 요지인즉 왜 인터뷰를 보수적인 신문에 넘겼느냐는 것이었다. 하버마스는 자신의 사진, 이미지, 대담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용되는가에 대해 여전히 민감한 것 같았다. 그는 필자에게 인터뷰는 이제 그만하자고 했다.(2013년 인터뷰 에피소드)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프랑스 미셸 푸코와 함께 비판 이론의 전통을 끊임없이 쇄신해 온 실천적 지식인으로 금세기 최고 석학 중 한 명이다. 유럽과 영미의 대조적인 사조들을 독창적으로 결합해 보편적 설득력을 갖춘 사상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2019년 출간한 또 하나의 철학사는 동서양 기축 문명에 내재한 합리성의 기반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유럽 중심주의 극복을 향한 하버마스 학문 여정의 대단원을 이룬다.

 

한상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서던일리노이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중민재단 이사장으로 1980년대 민주화 이행기에 중민 이론을 주창했다. 하버마스의 소통 이론과 유교의 공론장 개념의 친화성에 주목해 비판 이론을 재구성하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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