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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사소한 얘기, 거대한 이상, 박제된 욕망, 연극<갈매기>: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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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사소한 얘기, 거대한 이상, 박제된 욕망, 연극<갈매기>

편집부 | 기사입력 2016/06/24 [19:23]

(공연 리뷰) 사소한 얘기, 거대한 이상, 박제된 욕망, 연극<갈매기>

편집부 | 입력 : 2016/06/24 [19:23]


: : 사진=연극 갈매기 공연장면 /제공-국립극단
[내외신문=김미령기자] 갈매기의 깃털 같은 종이뭉치가 쏟아져 내린다. 국립극단의 연극 의 마지막 장면이다. 쏟아져 내린 것은 뜨레쁠례프에게 무엇인가??
연극 는 작가 안톤 체호프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자서전적 작품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왕성하게 작품을 쏟아내던 체호프가 꼬박 1년을 매달려 나온 이 작품은 현대 연극의 기점이 되었다.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호수와 갈매기, 특별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이들을 통해 아무 일도 아닌 듯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 지망생인 뜨레쁠례프는 배우가 되고 싶은 니나와 사랑하는 사이다. 유명한 배우인 어머니 아르까지나와 그녀의 연인이자 성공한 소설가인 뜨리고린. 뜨리고린을 향한 니나의 열정과 그런 니나에게 끌리는 뜨리고린, 뜨레쁠례프를 사랑하는 마샤와 마샤를 사랑하는 메드베젠꼬 등, 등장인물들은 온통 얽혀있다. 온 세상이 알 수 없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4막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사랑과 욕망을 수면위로 올려놓고 꿈과 현실을 이야기 한다. 많은 등장인물들은 사랑하고 있으나 마주보는 사람은 없이 모두 어긋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지나간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일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하고 서로를 안아주지 못하고 결코 소통되지 않는 괴로움을 그리고 있다.
비워진 무대를 채운 배우들의 연기는 명징했으며 ‘연극’을 통한 시도들 또한 강렬했다. 체호프의 작품 특유의 서술보다 암시와 간략함이 돋보였다. 니나에게 쏟아지던 빗줄기, 뜨레쁠례프를 덮치던 종이뭉치, 마지막에 게임을 하는 장면은 서늘한 느낌마저 든다. 뜨레플례프와 니나의 예기치 못한 만남이 좀 더 강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배우들의 유기적인 연기는 때로는 스스로를, 혹은 광기를 폭발시키며 달려간다. 절망적이고 서툰 뜨레플례프의 불안함이 꿈을 찾아 쫓아가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처럼 어둡다. 자유롭게 어디든 날아가는 갈매기처럼 사랑도 꿈도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다면 좋으련만 욕망이란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스스로를 묶어둔다.?
그래서일까, 뜨레쁠례프가 죽인 갈매기의 시체를 보고 눈을 빛내며 박제해달라고 했던 뜨리고린은 그 부탁 자체를 잊었다 한다. 경직된 대답이 어쩐지 경고처럼 들렸다. 이제 그에게 박제한 갈매기는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일까, 뜨레쁠례프의 가장 찬란한 자유와 사랑인 니나는 이미 뽀얗게 먼지가 앉았으니.
: : 사진=연극 갈매기 공연장면 /제공-국립극단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해졌다고 생각하다 만난 순간 알게 될 때가 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향한 뜨거운 갈증을. 작가로서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된 뜨레플례프는 니나를 만난 순간 알게 된 것일까, 그녀야말로 자신의 호수라는 것을, 간절히 날개 짓해도 닿을 수 없는. 정말 원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이 파괴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지 그 하나가 없어 모든 의미가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깊숙한 곳에 터질 듯한 욕망과 비틀어진 광기가 있다. 언뜻 평범해 보여도. 인정할 수 없다 해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쩌면 만난 순간 알게 될 것이다. 호수를 향해 날개를 퍼덕이는 갈매기가 누구인지.?
불안하고 서툴다고 슬퍼하지 않아도 좋다. 절실한 것은 모두 마찬가지니까. 언젠가 호수너머 어딘가에 닿기를 바랄 뿐이다.
불안정한 청년 뜨레쁠례프 역에 이번이 데뷔인 김기수, 그의 어머니 유명 여배우 아르까지나 역에 여전한 매력으로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이혜영, 그녀의 연인 성공한 작가 뜨리고린 역에 이명행, 그를 사랑하는 배우지망생 니나 역에 강주희, 이 밖에 이창직, 이정미, 박완규, 황은후, 박지아, 정찬호가 밀도를 높여 생생하게 작품을 보여준다. 명동 예술극장에서 6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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