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공연리뷰) 광기 앞에서 비로소 자신을 찾다, 연극<시련>:내외신문
로고

(공연리뷰) 광기 앞에서 비로소 자신을 찾다, 연극<시련>

편집부 | 기사입력 2015/12/11 [19:22]

(공연리뷰) 광기 앞에서 비로소 자신을 찾다, 연극<시련>

편집부 | 입력 : 2015/12/11 [19:22]


사진:윤빛나 기자
[내외신문=김미령기자] 진실이란, 때때로 아무런 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목이 터져라 외치고 차마 알리고 싶지 않았던 치부를 들추면서까지 진실을 고했지만, 마치 귀가 없는 것처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좌절한 존 프록터가 외친다. ‘하느님은 죽었소!’라고.
연극은 테네시 윌리암스와 더불어 미국 현대연극의 거장인 아서 밀러 작품으로 1953년 발표되자마자 크게 각광받았으며 명작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사회를 뒤흔들었던 매카시즘을 1692년 세일럼에서 벌어졌던 마녀사냥에 빗대어 집단과 개인, 광기와 욕망, 이념과 이익에 치우친 속에서 진실이란 얼마나 가볍게 무시되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청교도 마을 세일럼. 소녀들은 숲에서 악령을 부르는 놀이를 하다가 패리스 목사에게 들키는데 아비게일의 거짓말로 인해 엉뚱하게도 마을에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이 상황을 이용해 사람들은 해묵은 감정으로 서로를 고발하고 의심하며 혼돈은 점점 증폭된다. 결국 아비게일은 존 프록터를 차지하기 위해 그의 아내를 마녀로 고발하는데.......
그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소녀들은 욕심 많고 엄격한 패리스 목사에게 혼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폐쇄적인 세일럼에 패리스를 돕기 위해 찾아온 헤일목사가 휘말리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모두를 의심하면서 정작 ‘진실’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예상한 대답이 나오길 기다릴 뿐이다.
원하는 답을 주지 않은 사람은 모두 ‘마녀’가 되어 ’사냥‘ 당한다. 눈에 보이는 적확한 증거가 있어도 어려운 것이 진실이거늘, 누군가의 양심을 재단하고 판단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왜 굳이 그러한 일을 하려 하는가 들여다보면 차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고집을 피우는 자신을 만날 뿐이니 외면할 수밖에 없는 걸까.
비단, 세일럼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지만 어둠이 결탁하여 손을 뻗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의 명예 때문에 소녀들의 거짓을 인정할 수 없는 댄포스 주지사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힘을 가진 자의 위선이 사회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음에 오싹하다.
그럴 듯한 말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거짓의 횡포는 ‘진짜’로 보일 만큼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고 혹독하게 시험해온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결국 신념과 고결함을 선택하는 용감한 사람들이 거짓을 이기기 때문이다. 존 프록터의 흔들림과 다시 자기 자신을 찾아가기까지의 여정은 제목 그대로 ‘Crucible(용광로, 혹독한 시련)’했지만.
아내가 아팠던 동안 집에 일하러 온 아비게일과 정을 통하는 죄를 지은 존 프록터. 그 죄로 인한 시련은 결국 그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그는 거짓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지켰다. 인간은 얼마나 약하고 또 강인한가, 얼마나 간사하고 또 고결한가. 진실을 향함으로 죽음을 넘어서는 존 프록터의 선택을 통해 작품의 시의성이 통렬하게 부각된다.
선택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안전해 보이는 넓은 길로 갈 것인가,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험한 좁은 길로 갈 것인가.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무대 뒤편에 객석을 마련해 관객들은 서로 마주보게 되는데 서로를 의심하고 고발하는 세일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보다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 연극을 살리는 것은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열연이다. 특히 댄포스 역의 이순재는 권력의 횡포를 오싹하리만치 사실적으로 살렸으며, 진실을 위해 자신의 치부를 고백하지만 절망하고, 혼란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기까지 존 프록터 역의 지현준은 연극에서 존재감을 입증한다. 두 인물의 대립이야말로 이 연극의 백미다.
이순재와 댄포스 주지사를 더블캐스트로 맡은 이호성, 가련한 이미지에서 당찬 악녀 아비게일로 정운선,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던 엘리자베스 프록터 역에 채국희, 존 헤일 목사 역에 최광일, 이밖에 이문수, 정재진, 이현순, 김정호, 유정민, 김효숙 등 연극계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뜨겁게 무대를 채우고 있다.
전 회차 매진이 되어버릴 만큼 기대를 모은 연극은 오는 28일까지 서울시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