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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의 욕망을 토대로 '나쁜 기적(Bad Miracle)'을 정의한 영화 '놉(NOPE)':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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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의 욕망을 토대로 '나쁜 기적(Bad Miracle)'을 정의한 영화 '놉(NOPE)'

※ [언론시사평]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소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8/21 [13:09]

엔터테인먼트의 욕망을 토대로 '나쁜 기적(Bad Miracle)'을 정의한 영화 '놉(NOPE)'

※ [언론시사평]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소영 기자 | 입력 : 2022/08/21 [13:09]
영화 <놉(NOPE)> 포스터 배우: 다니엘 칼루야

조던 필 감독의 세번째 작품 영화 <놉(NOPE)>은 영화의 기본적인 촬영 기원에서 시작하여 현재 전세계에 퍼져있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욕망을 꼬집는 공포영화다. 공포영화를 표방하고 있으나 그 안에 사회적 문제를 녹여낸 전작 <겟 아웃(인종차별)>과 <어스(계층)> 처럼 이번 영화 <놉(NOPE)> 역시 사회적 문제를 다양한 상징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영화 <놉(NOPE)> 감독 조던 필(Jordan Peele)

영화 <놉(NOPE)>의 감독인 조던 필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흑인 감독 중 한 명이다. 배우이자 코미디언이었던 그는 연출 데뷔작 <겟 아웃>으로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두번째 연출작 <어스(US)>역시 독특한 소재와 표현력으로 호평받으며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첫 작품 성공 후 부진한 경우를 이르는 말)를 깼다. 세번째 연출작 <놉(NOPE)>은 앞서 만든 두 편보다 영화적 상상력의 규모를 업그레이드했다.

 


 

노골적이지 않으나 뼈아픈 사회적 메세지

감독 조던 필은 자신의 꿈을 기초로 하여 현실적인 공포와 SF를 결합하고자 했다. 영화 <놉(NOPE)>은 실제 현실적인 요소가 더 많이 담겨 있는 작품으로 기존 필 감독의 작품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영화<놉(NOPE)>에서 직접적으로 거론되는 CW, SNL, TNZ 모두 북미의 엔터테인먼트이고, 초반부 CG촬영씬, 시트콤 촬영씬 모두 디지털 필름 영화, 90년대 TV쇼 에서 사용한 촬영 장비와 내부를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주인공 남매를 도와주는 엔젤이 근무한 가전제품 업체(Fry's Electronics) 역시 실존했으며, 실제 캘리포니아 버뱅크지점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작품 내 주프가 운영한 가상의 테마파크인 주피터 클레임(Jupiter's Claim)은 현실성을 부여하기위해 실제 SNS, 홍보 사이트, 관련 영상, 홍보 전단지를 사전에 배포하였으며 방문객들의 후기까지 기록되어있을 정도다.

영화 <놉(NOPE)> 감독 조던 필(Jordan Peele)의 트위터 

 

영화 초반부 주인공 '에메랄드 헤이우드(배우 케케 파머)의 대사와 다르게 필 감독은 '현재까지도 할리우드의 저명한 말 조련사 중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조련사를 넘어 헐리우드에서는 감독, 조명, 연출, 분장, 액션, 각본 등 관련 전문 직종에 다수의 백인이 주류임을 정확히 꼬집은 셈이다. 

영화의 오프닝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최초의 연속사진인 머이브릿지의 주프락시스코프(Zoopraxiscope)에도 실제 말의 이름(Sally Gardner)까지는 알려졌으나 정작 익명의 기수는 아직까지도 정보가 전무하다. 완성된 작품 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무명의 예술가들에 흔적을 묵시하는 헐리우드를 비판한다.

인종차별의 싸늘한 시선은 감독의 전작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헤이우드 조상에 대해 소개한 에메랄드에게 촬영감독 앤틀러스(배우 마이클 윈콧)은 '잘나신 귀족들'이라며 비웃고, 후에 에메랄드의 제안을 무시한다. 영화 <놉(NOPE)>이 시사하는 인종차별은 <겟 아웃>이 보여주었던 인종차별을 넘어 유색인종 전반을 그리는데, 이는 작품의 핵심 축이되는 주프(배우: 스티브 연)의 인생사와와도 관련이 깊다.

 


 

사소한 것도 놓쳐서는 안되는 영화 

명실상부 영화는 가볍게 즐기기 좋은 대중문화이자 훌륭한 유희다. 조던 필 감독의 독창성은 작품의 이야기와 소재도 있지만, 영화의 전개 과정 속에서 수많은 상징을 담아놓고 끝없는 암시를 반복적으로 제공하여 관객이 이를 발견하는데 있다. 

영화 시작 나훔서 3장 6절의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를 구경 거리가 되게 하리니'라는 구절은 영화 내내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시트콤 장면과, 미지의 존재가 쏟아내는 것들을 예고하며 주제를 암시한다. 

영화 <놉(NOPE)> 예고편 중 TMZ 기자

영화 초반 CG작업을 위해 주인공 OJ의 경고를 무시하고 말의 눈에 크롬볼(Chrome ball)을 들이댄 스탭이 바로 발길질을 당했듯이 ‘눈’으로 보는 행동은 영화에서 삶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한다. 주인공 OJ에 의해 진 재킷(Jean Jacket)으로 명명되는 미지의 존재는 자신의 눈을 바라본 자들을 경고 없이 먹어치운다. 자신을 바라본 10마리의 말, 자신을 바라보던 40여명의 관람객들, 자신을 촬영하는 촬영감독 앤틀러스까지. 특히 TMZ의 촬영기사가 쓰고 있던 크롬 헬멧은 초반부 크롬볼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반사된 존재의 눈 때문에 처참히 숨을 거두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나쁜 기적’에 대해 이야기하던 OJ는 하늘에서 떨어진 동전으로 아버지의 부고를 맞지만 말의 엉덩이에 꽂힌 열쇠를 통해 작품의 열쇠가 생명체임을 암시한다. 동시에 역으로 땅에서 위로 향하는 물건을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모티프로 작용한다.

 필 감독의 전작 영화 <어스>에서처럼, 영화 <놉(NOPE)>역시 색은 의미를 가진다. 주인공 에메랄드의 이름 그대로 녹색빛은 작품 내에서 안전과 생존을 위한 은신의 의미를 지닌다. 연초록색 식탁보에 눈이 가려졌던 어린 시절 주프를 시작으로 초록색 가디건과 초록색 티를 입고 나오는 인물들, 후반부 초록색 복면을 쓴 말, 초록색 휘장에 숨겨져 있던 말 모두 생존한다. 보색인 붉은색과 연관된 인물들은 모두 존재가 만들어낸 폭풍우 속으로 사라진다.

 


엔터테인먼트가 추구한 욕망의 결과


최초의 연속필름 ‘움직이는 말’ 역시 개인의 호기심과 욕망에서 기원한다. ‘움직이는 말'이 제작된 계기는 미국의 철도기업가였던 롤런드 스탠퍼드가 도박을 이유로 말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관찰하던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스탠퍼드는 말이 달리는 동안 네 발을 지면에서 완전히 떼는 순간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했다. 이를 마이브리지에게 의뢰한 것이다. '움직이는 말'을 촬영한 결과 실제로 말의 네 발이 지면에서 완전히 떨어지는 순간이 관측됐으며, 이는 옛 그림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네 다리가 앞뒤로 '뻗는 순간'이 아닌, 말의 배밑으로 '굽히는 순간'일 때 벌어진다는 사실이 판명됐다.

영화 <놉(NOPE)>의 주요 소재 연속사진 ‘움직이는 말 (The Horse in Motion)’을 촬영한 장비

최고의 촬영감독으로 알려진 앤틀러스(마이클 윈콧)은 수동기계식 카메라를 쓰면서도 광고 촬영 현장에서는 디지털 필름을 사용했다. 정작 집에서는 올드 필름 다큐멘터리 편집만 반복하던 인물이다. 주인공 남매에게 촬영의 도움을 주지만 결국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시선을 들어 존재를 바라봄으로서 자신이 촬영한 예술적 결과물과 목숨까지 바쳐버리는 비극을 맞는다.

자본주의와 모든 것을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는 엔터테인먼트의 잔인한 시선에 대한 답이 바로 영화 <놉(NOPE)>이다. 조던 필 감독은 영화 <놉(NOPE)>의 촬영에 모티브가 된 영화로 영화<킹콩>, <쥬라기 공원>을 언급한 바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명예와 돈에 눈이 멀어 또다른 거대한 생명을 통제시키려 드는 인간에 대한 명작이다 . 영화 <놉(NOPE)>은 이런 그릇된 욕망에 '아니다(NOPE)'라고 답하는 작품인 셈이다.

영화 <놉(NOPE)> 주프가 운영한 테마파크

영화 <놉(NOPE)>에서 가장 그릇된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은 90년대 후반의 아역 스타였던 릭 주프 박(배우: 스티븐연)이다. 시트콤 촬영장의 잔인한 사건을 태연하게 읊으며 유료로 관련된 피에 얼룩진 기념관을 운영한다. 유년의 사건에 일종의 그리움마저 느끼는 주프는 외곽 사막에서 낡은 시골풍 테마파크를 운영하며 새로운 쇼를 꿈꾼다. '나쁜 기적'을 순수한 '기적'으로 믿고 미지의 존재를 길들이려 했던 주프의 이야기는 헐리우드 연예계가 요구하는 관심과 파멸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영화 <놉(NOPE)> 예고편

관객들이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으로 꼽았던 침팬지 씬은 주프의 인생을 꿰뚫는 사건이다. 겉으로는 완벽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을 표방하지만 침팬지와 동양인 아역배우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시트콤 촬영장에서 일어난 사고를 카메라는 섬뜩하리만큼 담담하게 담아냈다. 식탁보로 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참혹한 비극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주프는 자신이 생존했다는 '나쁜 기적'에 맹신하여 이후 엄청난 엔터테인먼트 쇼를 기획하게 된다.미디어 착취에 희생자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이다.  

 


영화를 사랑한 감독의 시선

영화 <놉(NOPE)>은 코로나가 절정이었던 시기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영화의 미래가 조금 걱정되는 시기에 썼다'고 고백한 조던 필은 작품에서 영화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영화 <놉(NOPE)>은 자신의 작품을 넘어 영화라는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애정을 가득 드러낸다.  주인공 남매의 성은 할리우드(Hollywood)와 유사한 헤이우드(Haywod)이며, 영화 내내 인류 역사에서 처음 등장한 움직이는 이미지의 주인공은 말을 타고 달리는 흑인의 이미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속사진 ‘움직이는 말 (The Horse in Motion)’ 촬영:에드워드 마이브리지

특히 작품의 주요 소재인 연속사진 ‘움직이는 말 (The Horse in Motion)’은 1878년 6월 영국의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제작 총 여섯 개의 카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의 카드에는 말이 달리는 동작을 연속 자동촬영한 사진 12개가 담겨 있다. '마이브리지의 '움직이는 말' 촬영은 오늘날 영화라 부르는 연속 사진의 기원 중 하나로서, 영화사에 중대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화 <놉(NOPE)>에 등장하는 미지의 존재는  초반부 비행선에서 모자 형태로, 이후 초기 카메라(다게레오)의 형태로 변화한다. 눈을 끝없이 깜박이며 먹잇감을 내려다보는 존재는 흡사 카메라가 목표로 하는 물체의 초점을 잡기 위해 연속적으로 촬영하는 형태와 닮았으며, 잡아먹힌 사람들이 빨려 들어간 내부 역시 초창기 카메라의 주름상자와 흡사하다. 

극 초반부 광고 촬영장에서 보여준 아이맥스 카메라와 크롬볼, 그린 스크린을 시작으로 남매의 집에 설치한 무선원격이 가능한 CCTV, 시트콤 촬영장의 브라운관, TV 카메라, 촬영 감독 앤틀러스가 가지고 온 수동 카메라, 그리고 에메랄드가 촬영한 폴라로이드, 최초의 연속사진인 ‘달리는 말’에 자신의 조상처럼 서있던 주피터 클레임 테마파크 너머의 OJ까지. 감독은 오랜 시간동안 엔터테인먼트에 종사하며 자신이 보아온 수많은 기기들로 영화를 아낌없이 채웠고 영화의 시작과 끝을 같은 이미지로 마무리 함에 성공한다. 
 

영화 <놉(NOPE)> 예고편

영화 <놉(NOPE)>의 여러 장면에는 명배우 시드니 포이티어(Sidney Poitier)의 첫번째 연출작이자 첫 번째 흑인 카우보이가 등장한 1972년 서부극 벅 앤 프리처(Buck and the Preacher) 포스터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영화 <놉(NOPE)> 역시 포이티어처럼 필 감독의 첫 번째 흑인 카우보이를 그린 영화다.

뿐만 아니라, 영화 <놉(NOPE)>은 공포 영화 최초로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피와 희생자들의 절규가 쏟아지는 괴생명체, 스펙터클한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도전적인 연출이다.  


영화 <놉(NOPE)>은  현재 북미에서만 1억불이 넘는 흥행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 필 감독은 네 번째 작품을 구상 중이라 발표했다. 그의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으며, 이색적인 공포를 새롭게 기대해본다. 영화 <놉(NOPE)>은 우리나라에서도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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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문화부 기자. 뮤지컬,공연,콘서트,영화 시사회 스틸 전반 촬영 및 기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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