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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조화로움의 정수, 창작가무극<잃어버린 얼굴1895>: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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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조화로움의 정수, 창작가무극<잃어버린 얼굴1895>

김미령 | 기사입력 2016/10/21 [17:14]

(공연리뷰) 조화로움의 정수, 창작가무극<잃어버린 얼굴1895>

김미령 | 입력 : 2016/10/21 [17:14]


: : 사진-창작가무극의 한 장면 / 제공-유민정(라온아토)
[내외신문=김미령기자]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삶이란 어떤 말로도 담을 수 없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 하여도. 비어있는 자리를 채우려고 욕심을 부린다. 우겨넣는다. 그 무게를 짊어질 수도 없으면서.
창작 가무극 는 2013년 초연 당시 99.6%라는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짧은 공연 기간임에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요청으로 예술단작품으로는 해마다 재 공연되는 이례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명성황후의 사진이 한 장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에 착안, ‘왜?’라는 질문으로 추리해나가는 미스터리한 형식으로 줄거리보다 이미지를 강조해 기존의 형식과 역사관과는 다르게 명성황후의 정체성에 다가간다. 역사적 인물인 명성황후와 어리석고 약한 여인에 불과했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굳이 황후에 대한 불만을 얘기해보라고 부추겼다가 마을 전체를 수몰시키는 잔혹함과 촌부의 아내로 살았다면 좋았을까 한숨짓는 쓸쓸함. 분명 사람이란 양면적인 존재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태도도 마음도 달라진다. 같은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 : 사진-창작가무극의 한 장면 / 제공-유민정(라온아토)
사진사 휘와 그의 소꿉동무로 황후의 궁녀가 된 선화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명성황후를 더 보여주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인간적인 속내와 이중적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게 하며 각자의 역할로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인다.
미니멀한 무대는 장면에 맞게 층위를 두고 움직이며 비어있는 공간과 시간을 영상과 군무의 유려함이 채워준다. 초 재연을 거치면서 한층 더 깊어진 음악 또한 서정적이고 비장하게 가슴을 파고드는데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명성황후 역에 김선영의 다양하고 입체적인 감정이 압도적이다.
‘휘’라는 가상의 인물과 명성황후의 조카 민영익, 두 사람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서울예술단의 최대 강점인 군무에 힘을 더해 한층 완성도를 높였다. 대원환국, 김옥균과 개화파의 갑신정변, 녹두장군 전봉준을 중심으로 한 동학혁명 등 서울예술단의 군무는 말 그대로 ‘아름답다’.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화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담백하게 절제되어 있는 조화로움이다. 과하지 않은 것이 더욱 깊이 있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 : 사진-창작가무극의 한 장면 / 제공-유민정(라온아토)
무대를 채우고 있는 액자는 비어있으나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인물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한번 떠올려보는 이조차 없는 그들의 삶처럼. 비범한 인물도, 대단한 배경의 권력자도, 시골마을의 과부도 운명에 휩쓸린다. 몸부림치고 악을 써도 변하지 않는다. 주어진 삶은 누구나 한번 뿐이기에.
명성황후에 대해 여전히 논란거리는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의 마지막 국모이면서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이 없는 사람. 여러 가지 생각이 분분한 가운데 안쓰럽기도 하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한 어리석음과 약함이 그토록 몰아세웠던 것은 아닐까 싶어서.?
서울예술단의 건재함과 존재이유를 확증하는 작품이다. 화려하고 단아한 군무와 한사람도 빠지지 않는 가창과 연기가 작품의 질을 훌쩍 높여놓는다. 잔혹하고 영민한 황후이자 서러운 여인인 명성황후에 김선영, 유약하지만 끊임없이 고민하는 고종에 박영수와 객원 이창엽, 삼일천하를 이루지만 결국 제거당하는 김옥균 역에 김도빈, 아들과 며느리마저 정치적인 한 수에 불과했던 흥선대원군 역에 금승훈, 화자로 이야기의 두 축을 맡은 민영익에 조풍래, 휘 역에 객원인 정원영과 김태훈, 이밖에 고미경, 이혜수, 변재범, 최정수, 박혜정 등 서울 예술단원들이 함께 한다.?
10월 23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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