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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은 걸음, 우당 이회영과 그의 아내의 이야기 뮤지컬<아나키스트의 아내>: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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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은 걸음, 우당 이회영과 그의 아내의 이야기 뮤지컬<아나키스트의 아내>

김미령 | 기사입력 2017/12/08 [17:10]

[공연리뷰]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은 걸음, 우당 이회영과 그의 아내의 이야기 뮤지컬<아나키스트의 아내>

김미령 | 입력 : 2017/12/08 [17:10]


--뮤지컬 공연장면 / 제공 : 잘한다 프로젝트--

[내외신문=김미령 기자] 가야만하는 길은 없다. 가고자 했기 때문에 결심하는 것이다. 가야만한다고.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을 위해 가기로 한 이상 멈출 수 없었다. 수많은 실패에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마지막 숨이 다할 때조차 어쩌면.

“허, 참.” 아내에게 던지는 한숨. 미안하고 미안하고 참으로 미안한 마음을 그저 한숨에 실어 낸다. 독립 운동을 위해 조국을 떠나 많은 재산마저 모조리 쏟아 붓고도 여전히 할 일이 태산인 독립 운동가는 어쩌면 아내에게 할 말이 없다. 독립운동의 아버지라고까지 불리는 우당 이회영선생과 이은숙 여사의 이야기, 뮤지컬 이다.

극단 더늠의 뮤지컬 는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당 이회영 선생을 중심으로 비단 아내뿐 아니라 형수, 조카, 가까운 동지. 단 6명뿐인 배우들은 생략과 압축을 줄거리뿐 아니라 배역에도 꾹꾹 담았다. 독립 운동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을 보여주고 있다.

우당 이회영 선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부와 명예를 버리고 형제들과 함께 조선을 떠나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 운동가를 계속 키워냈다. 비밀결사인 신민회, 다물단과 의열단 등 조국을 향한 그의 안타까움과 열정은 거듭되는 실패에도 더욱 뜨거워진다. 그 어떤 잣대로도 잴 수 없다. 그 치열한 삶은 먹먹함조차 사족처럼 느껴지기에.

?--뮤지컬 공연장면 / 제공 : 잘한다 프로젝트--


대대로 내려온 재산이 급히 처분해서 현 가치로 600억, 제대로 받았다면 2조 라는 말이 있을 만큼 부자였으나 몇 년이 지나자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그런 그의 곁에는 그의 뜻을 끝까지 믿고 지지해주는 아내 이은숙 여사가 있었다. 분명 흔들리는 순간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함께’라는 것은 어떤 결심이라야 가능할까 

그 시대 조국을 위한 투쟁은 목숨을 담보로 가야만하는 험한 길이었다. 빤히 보이는 위험도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66세, 노구의 이회영 선생은 다롄에서 일본 경찰에 잡혀 모진 고문에 결국 순국한다. 남편의 부고는 이은숙 여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러나 그녀도 멈추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이 채워 질 거라 믿는 것처럼.

 

높은 이상을 현실로 가진 남편, 그를 따라가는 아내.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까 싶지만 감내해야하는 일이 참으로 많았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무진 이여사의 모습은 남편의 높은 이상만큼 굳건한 기개를 보여준다. 이여사와 형님인 밀양박씨의 결속은 커다란 사건이 없이도 애틋하고 감동적이다. 잔잔하고 묵직한 작품 속에 잠시 숨을 쉴 수 있게 한다.

?--뮤지컬 공연장면 / 제공 : 잘한다 프로젝트--


하나의 뜻을 가지고 하나의 마음으로 함께 하고자 했던 가족은 시대의 풍파 속에 뿔뿔이 흩어진다. 각 세력의 정치는 보지 않아도 오고가는 시대에 익숙하게 보던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가서 더욱 씁쓸하고 서글프다. 하나의 마음, 하나의 뜻이란 어쩌면 영원히 ‘이상’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아서.

수많은 독립운동의 중심에 서있으면서도 그 흔한 감투 하나 없던 이회영 선생. 어디서나 든든한 기둥이었던 선생은 죽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았다. 생각만으로 끝나지 않고 앞장 서 가는 걸음, 그리고 끝까지 함께 걸어간 이은숙 여사. 두 분의 치열하고 처절한 걸음은 이제 멈춰졌을까, 그저 함께 꽃이 피는 거리를 산책하는 가벼운 걸음이면 좋으련만.

마적 떼의 습격에 총상을 입은 때에도 상황을 수습하느라 곁에 없었던, 쌓이고 쌓인 말은 “허, 참”이 전부였던 남편. 그래도 함께 한 이여사의 마음엔 어떤 말이 쌓였을까. 길고도 험난한 세월을 그의 아내로 살아낸다는 것은 또 얼마나.

극단 더늠의 차지성 연출, 이보람 작곡, 장원정 안무, 우당 이회영 선생 역에 배우 김준겸, 아내 이은숙 여사 역에 이초롱, 이동녕 역에 이원범, 선생의 형수이자 이 여사의 형님 밀양 박씨 역에 방미연, 조카 규준 역에 김종남, 규준의 동생 규서 역에 손종기가 출연한다.

가야만 했기에 힘겨운 길을 선택했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아프지만 담담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뮤지컬 는 12월10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알과 핵에서 만날 수 있다.

--작품 보태기--

우당 이회영 선생은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으며 1990년에는 우당기념관이 세워졌다. 2000년에는 중국정부로부터 항일혁명열사 증서를 수여받았다. 이은숙 여사는 남편이 그렇게도 바라던 독립을 보았으며 1966년 란 제목의 육필 회고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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