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유기농업으로 자립을 실현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쿠바는 도시 내에서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지렁이, 우렁이로 친환경농사를 성공적으로 짓고 있어, 농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쿠바는 새로운 농업정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쿠바에서 쿠바소농협회(ANAP, 아납) 주최로 ‘7차 농생태학 국제 컨퍼런스(2019년 11월 18~23일)’와 ‘농민에게서 농민에게로 기술방법론 교육(2019년 11월 25~29일)’을 진행했다. 쿠바에서 강조하는 것은 ‘농민에게서 농민에게로 전해지는 농생태학’이다.

‘농민에게서 농민에게로’ 방법론의 행위자는 크게 촉진자(Facilitator), 지도농민(Promotor), 코디네이터(Coordinator), 동맹그룹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촉진자는 일종의 활동가로, 농생태학 실천의지가 있는 농민들을 위한 소통·일정 조율과 정보전달 역할을 하게 되며, 지도농민은 농생태학 경험을 오래 쌓은 농민들로, 이들이 구체적인 농생태학 실천방식을 지도한다.

코디네이터는 준공무원으로 농생태학 방식을 농민들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맡으며, 동맹그룹은 농생태학을 연구하는 대학·농관련기관의 연구조직이다.

‘농민에게서 농민에게로’는 우리나라의 친환경인증제처럼 ‘잔류농약 검출여부’를 따지는 정책이 아니다. 농생태학 실천의지가 있는 농민을 지도·육성하기 위한 운동이다. 이 방법론은 1970년대 라틴아메리카 각지에서 벌어진 수평적 농민네트워크 운동으로 활용됐다. 이를 통해 전통적 생태농업 방식을 공유하고 농민들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

쿠바의 농생태학 실천운동은 ‘다양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농업 과정에서 담보돼야 할 생물다양성과 생태환경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농사방식과 재배작물, 참여주체의 다양성까지 추구하고 있다. 소농들이 유지한 전통농업 기술 또한 농생태학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문화의 다양성도 포함하고 있다.

농생태학 실천운동을 주도하는 아납은 농생태학의 의의를 ‘경제적으로는 가정경제에 도움을 주고, 사회적으로는 지역주민의 식량 접근성을 높이며, 환경적으로는 지역환경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납 소속 15만9,335농가 중 72%가 농생태학 실천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등 전 세계 각국의 농민들이 쿠바의 실천운동을 배우기 위해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김정열 국제조정위원은 “농민에게서 농민에게로 방법론의 핵심으로 참여적 신속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따.

참여적 신속진단이란 농민들이 다른 농민들의 농지를 방문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공유하는 과정을 말한다. 지속적으로 방문해 농지 및 농사방식의 발전과정을 살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진단의 목적은 결코 ‘잔류농약 검출’이 아니다. 오히려 농생태학 실천의지가 있는 농민을 지원·응원하는 목적에서 이뤄진다. 참여적 신속진단 과정에선 △농가 생산량 △생산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 △작물 순환 방식 △병해충 방제 방식 △토양 수분 유지를 위한 물의 사용 최적화 방식 △토종씨앗 보전 여부 △토양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한 김정열 위원은 “쿠바 정부는 최근 7차 공산당 대회에서 기후위기 대응 아젠다를 설정하는 등,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강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노력도 강하다. 현재는 쿠바 헌법에 기후위기 극복노력 관련 내용을 넣으려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를 범세계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농생태학을 다른 나라에도 적극적으로 전파 중인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