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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따뜻한 난로 같은 사람, 독립운동가 최재형에 대한 뮤지컬<페치카>, 연출 권오경: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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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따뜻한 난로 같은 사람, 독립운동가 최재형에 대한 뮤지컬<페치카>, 연출 권오경

김미령 | 기사입력 2017/11/16 [15:15]

[Interview] 따뜻한 난로 같은 사람, 독립운동가 최재형에 대한 뮤지컬<페치카>, 연출 권오경

김미령 | 입력 : 2017/11/16 [15:15]


--뮤지컬의 연출 권오경 / 사진-오채원(라온아토객원)--
[내외신문=김미령기자] ‘진실은 드러나거나 드러내지는 게 아니고 결국 발견되는 것’. 뮤지컬 권오경 연출의 말이다. 작품을 통해 어떤 진실을 발견하게 될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뮤지컬 는 어린 시절 노비였던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로 갔지만 자수성가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산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에 대한 이야기다. 항일의병부대에 숙식과 무기를 제공할 만한 힘과 재력을 가진 사업가이자, 러시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고 황제의 대관식에 초대받을 정도로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저도 최재형 선생님을 전혀 몰랐어요.”라며 안중근이 왜 의거를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영상자료 ‘아들아, 아들아(조마리 여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최재형과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고. 안중근에게 든든한 백업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가 최재형 선생과의 첫 만남이었던 것이다.?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인 만큼 자료가 많지 않아 뮤지컬로 풀어내는 일이 험난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뮤지컬’형식이란 말에 극렬하게 반대했었다고. 한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장르의 특성이 맞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본질’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선, 사건을 통해 임팩트를 공략해야하는 뮤지컬이란 장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나름 조사한 사료들을 토대로 해서 관계를 만들었다. 동시대 혹은 가까운 시대에 살았던 독립 운동가들을 조사하다가 ‘알렉산드라 김’이란 인물을 찾기에 이른 것. 최재형 선생의 조력자로 ‘알렉산드라 김’을, 최재형 선생을 끝까지 추적한 인물로 일본인 ‘기토’를 만들었다.?
“각자의 위치를 가진 인물들을 대립시켜서 픽션 아닌 픽션을 만드는 거죠. 이런 식으로 즐겁게 찾아가보고 있어요. 어떻게 정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관객들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역사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극적인 재미를 가지고 볼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다고.?어떤 모습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대해 업적을 보여주는 것엔 관심이 없다는 뜻밖의 말이 돌아왔다. “누군가를 설명할 때 그 사람의 스펙을 주로 이야기해요.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할 때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주변에 무엇이 있고 취미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단 말이죠. 그래서 최재형이라는 인물의 업적을 비추는 건 조금 더 뒤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간 최재형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굉장히 영민했던 선생은 당장은 생존하기 위해서 언어도 빨리 익히고 선장 부부와 잘 지냈겠죠. 그 과정 중에 애정이 싹트고 선장 부부의 양자나 다름없이 됐을 거라고 예상을 해요. 그 분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읊는 건 장례식에서 하는 거고요, 이 공연은 최재형 선생의 장례식이 아니거든요.”
살아남기 위해서 성실하지만 그야말로 투쟁적인 삶을 산 사람. 그런데 문득, 어느 순간 갑작스런 사랑에 빠지듯, 조국이 눈에 들어온 최재형 선생. 개인의 힘으론 감당할 수 없어 외면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이지만 선생은 조국을 위해 투쟁하기로 선택을 하셨을 거라고.
--뮤지컬 Poster / 제공 : K문화독립군--
“최재형 선생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야말로 있는 자의 모범이고 표본이에요.” 라며 결국 진실은 드러나거나 드러내지는 게 아니고 발견되는 것이란다. 드러나야 할 것이기에, 절대 감춰진 채 사라질 것이 아니기에 최재형 선생이 이렇게 조명되고 있다는 말이다. ‘돈이 많은 사람인데 이렇게 돈을 썼대.’가 아니라 ‘최재형이 이런 사람인데 이런 선택을 했대.’ 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최재형의 결단과 그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내적 고민. 왜 조국을 외면할 수 없었는지.?
“청년들이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게 됐고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 되기가 힘든 시대죠. 엄청나게 열심히 사는데 아무 것도 손에 쥐어지지 않죠. 최재형 선생님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태도’라고 생각해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선택에 대한 태도와 결과의 연속, 그러한 모습들을 통해 한 인물을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라고.?
진행될 공연은 쇼케이스로 규모가 크지 않은데 내년 본 공연에선 어떻게 확장시켜갈 것인지 물었다. “본 공연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확실하게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가능하면 너무 역사적으로 치우치거나 오해될 수 있는 쪽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의 뮤지컬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이 극이 시작해서 끝나는 지점까지 과정자체가 의미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본 공연이 이루어진다면 규모가 스펙터클하게 커지기보다 의미가 더 확장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의미들을 충분히 느끼고 공연을 보는 사람과 무대에 서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낯설고 어려울 순 있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최재형 선생을 기리고 예전에 살았던 그들과 현재의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터치’가 됐으면 한다고.?
또한 역사 속에서 일부러 갈등을 조장했던 일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 갈등으로 벌어진 상처는 정치나 사회적 대비책으로 위로해 줄 수 없어요. 도저히 회복하기 힘든 심한 상처에 약이라도 발라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문화 밖에 없어요.” 하다못해 연고라도 바를 수 있는 터치를 하는 것은 문화로만 가능하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라는 작품이 드러나는 게 아니고 최재형 선생님을 비롯해 수없이 묻히고 잊혔던 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현재 우리들한테 올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며 뮤지컬, 아니 문화의 확장에 대한 소신을 엿보였다.
--뮤지컬의 연출 권오경 / 사진-오채원(라온아토객원)--
그렇다면 뮤지컬 쇼케이스를 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살아가다보면 아무 이유도 없는데 막연하게, 알 수 없는 단절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와요. 그 순간들을 느껴야 되요. ‘난 안 그러는데. 난 행복해.’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아픈 것일 수도 있어요.“라며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지점에 대해 말했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단절감, 누구 한사람 없는 것 같은 극한의 외로움. “우리 모두가 길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그런 삶에 한 번 떠올려 볼 수 있는 인물을 한 분 알아간다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위대한 독립 운동가이면서 큰형님, 아는 사람인데 돈이 많아 든든한 사람, 좋은 선배, 그냥 알게 된 어떤 할아버지. 어떻게 느껴지던 최재형이란 인물을 알게 되는 건 수지 맞는 장사라고. 그를 알게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묻는다.?
“100년 전에도 비슷한 고민과 힘겨운 선택을 거듭하며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 있었다는 것. 이야기의 끝이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상관없을 만큼 그렇게 성실하게 자신의 선택을 고민해온 사람들이 늘 있었다는 위안,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동감. 공감이 되는 인물을 알아둘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라며 어려운 역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인물을 알아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거라며 많이 보러 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러시아의 겨울은 얼마나 혹독할까. 그 땅의 사람들에게도 지독한 추위는 조국마저 빼앗긴 조선인들에겐 가혹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페치카(러시아식 벽난로)’였던 최재형 선생. 최재형 선생을 통해 권오경 연출이 발견한 진실을 기대해본다.?
뮤지컬 는 11월 22일~23일 이틀간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쇼케이스 형식으로 먼저 관객들을 만난다. 점점 추워지는 겨울, 마음까지 따뜻하게 덥혀줄 ‘페치카’ 최재형 선생을 만나러 가보면 어떨까. 분명 연출의 말처럼 그분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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