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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마음 속 소녀를 만나는 편지를 통한 기적, 뮤지컬<키다리 아저씨>: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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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마음 속 소녀를 만나는 편지를 통한 기적, 뮤지컬<키다리 아저씨>

김미령 | 기사입력 2016/09/27 [17:50]

(공연리뷰) 마음 속 소녀를 만나는 편지를 통한 기적, 뮤지컬<키다리 아저씨>

김미령 | 입력 : 2016/09/27 [17:50]


: : 사진-뮤지컬 에서 제르비스 역의 배우 송원근 / 제공-유민정
[내외신문=김미령기자] 조건 없는 애정이란 어쩌면 불가능하다. 사람의 마음에 완전한 진실이란 없기에. 그러나 진실보다 강력한 것이 있다. 진심이다. ‘진짜 마음’은 기적을 만들어낸다. 진심이 가득한 편지를 통한 기적, 뮤지컬를 소개한다.
후원자들이 왔다 가는 우울한 날에도 키가 큰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거미와 닮았다며 웃는 소녀, 제루샤 애봇. 고아원 너머의 세상을 꿈꾸던 그녀에게 꿈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녀의 재치 있는 에세이를 읽은 후원자가 작가가 되길 바란다며 상급학교에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조건은 있다. 한 달에 한번 편지를 보내야하고 후원자의 정체를 알려고 해선 안 된다는 것. 제루샤는 이름조차 가명인 그에게 Daddy long legs(다리가 긴 거미를 뜻하며 키다리 아저씨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라는 별명을 붙이고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뮤지컬 는 1912년 발표된 진 웹스터(Jean Webster)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2009년 루비콘시어터에서 초연되었다. 트레버 넌과 뮤지컬 을 함께 공동 연출한 존 케어드가 뮤지컬로 호흡을 맞췄던 작곡가 폴 고든과 함께 만들었다.?
초연 이후 미국의 여러 지역에 꾸준히 순회공연을 가진 뮤지컬 는 2012년 런던 웨스트엔드와 2013년 캐나다 위니펙을 거쳐 2015년 9월 28일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었다. 오베이션 어워드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뮤지컬 대본상, 작곡 및 작사상, 여우주연상을 2016년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뮤지컬 대본상을 받았다.
: : 사진-뮤지컬 에서 배우 신성록, 유리아 / 제공-유민정
남들처럼 되고 싶다던 소녀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기분이 좋은 것은 지금 스스로의 모습이 조금 초라할 지라도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믿어지기 때문일까, 제루샤처럼.
제루샤의 생각을 빌어 상류층의 특권의식, 종교적 위선, 여성참정권 등의 다소 무거운 주제들을 재치 있게 비판하고 유머러스하게 작품에 녹여 불편하지 않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인상 깊다. 가벼운 로맨스라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진부함이 있지만 작품의 사랑스러움과 따뜻함이 훨씬 강력하다.?
아무런 대가없이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아무 것도 알려하지 말라는 사람에게 꾸밈없이 자신을 내보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가 없는 호의에 감사한 마음이야 가질 수 있지만 말이다.?
즐거운 일도 부끄러운 일도 자신 안의 위선과 슬픔까지 담아 써내려가는 편지는 쓰는 이와 그 편지를 받는 사람 모두를 성장시킨다. 그 안에 담긴 애정이 진짜이기 때문에. 편지가 성장시킨다. ‘키다리아저씨’도,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도.
: : 사진-뮤지컬 에서 제르비스 역의 배우 강동호 / 제공-유민정
키다리아저씨에게 보내는 제루샤의 편지가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제루샤의 대사량이 엄청나다. 여배우 두 사람의 고군분투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충분히 소화하는 노력에서 엿보인다. 혼성 2인극에 여배우가 빛나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이지숙 배우의 가장 큰 강점은 어린 소녀에서 어엿한 어른으로의 성장이 보이는 것이다. 목소리 톤부터 행동하는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연기한다. 유리아 배우는 발랄함과 씩씩함으로, 사고를 치고 시무룩해있는 소녀가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두 여배우는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예뻐지고 사랑스러워진다. 제루샤 애봇이 그런 소녀였기 때문일까.
마음속 어딘가에 여전히 꿈을 잃지 않은 소녀가 있기 때문에 제루샤는 낯설지 않고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그런 그녀가 성장한다.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단단한 내면이 점차 찬란하게 빛난다. 열심히 노력해 스스로를 만들어낸 사람의 자신감이 보이는 것이다.
또한 뮤지컬 는 제루샤의 치명적인 사랑스러움에 강력한 한방을 더한다. 제르비스 팬들턴, 키다리아저씨이다. 문학적 소양이 높고 좋은 집안에 부자, 게다가 조건 없이 베풀 줄 아는 남자. 완벽한 조건에 당연히 키도(!) 크다.?
: : 사진-뮤지컬 에서 배우 이지숙(뒤쪽-배우 송원근) / 제공-유민정
그런 그가 제루샤의 편지를 통해 예상치 못한 감정으로 허둥댄다. ‘사랑을 보내며’라는 소녀다운 마무리에 설레서 고민하고, 편지를 읽는 것이 즐거워 약속을 까먹고, 샐리의 오빠인 지미맥브라이드가 제루샤 옆에 있는 게 신경 쓰이고 못마땅해 전전긍긍하는.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더니 허둥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터진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제루샤와 비교해도 지지 않는다. 매력적인 제르비스 역은 트리플 캐스팅으로 송원근, 신성록, 강동호배우가 각기 다른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강동호 배우는 인상처럼 편안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신성록 배우는 강력한 웃음 포인트로, 송원근 배우는 특유의 귀족적인 분위기와 달달한 보이스로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목소리의 변화는 독보적으로 매력적이다. 배우마다 경험할 수 있는 재미가 다르다. 제루샤의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는 적극성과 포인트도 다르다. 세 사람 모두 너무나 멋진 ‘키다리 아저씨’여서 더 행복한 공연이 된 것이 아닐까. 극단적으로 흘러가지 않아도 일상의 소소함과 누군가의 마음이 성장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즐겁다. 마음은 번져가는 행복감으로 충만해진다. 어쩌면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은 ‘키다리아저씨’가 된 기분일 것이다. 애정을 가지고 함께 공명하며 성장하는. 제루샤와 키다리아저씨처럼.
소박하고 아름다운,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번지는 특별한 뮤지컬는 대명문화 공장 1관 비발디파크 홀에서 10월 3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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