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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환 여행에세이)철원평야에 뜬 작은 섬: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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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환 여행에세이)철원평야에 뜬 작은 섬

편집부 | 기사입력 2015/12/26 [12:11]

(박성환 여행에세이)철원평야에 뜬 작은 섬

편집부 | 입력 : 2015/12/26 [12:11]


‘소이산’이 전하는 묵직한 옛 이야기. 녹색 생태숲으로 거듭 태어나다.

 

한국전쟁이 끝 난지 60여년

 

세상사 모든 시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풍경들, 사람의 발길이 닿지 못했던 이유로 풀과 나무들은 자유롭게 자라나 울창한 숲을 이뤘다. 이렇게 깊게 감춰진 숲은 귀한 동물과 식물들을 불러 모았다. 이러한 천혜자연의 숲을 걸어보는 기분은 어떨까?

 

강원도 철원읍,

 

이름조차 생소한 ‘소이산(所伊山, 362.3m)이다. 그저 평범한 산, 그 이름처럼 ’그저 그곳에있던‘ 그러한 산이다. 크고 웅장한 모습이 아닌 야트막한 야산, 그렇게 볼품없는 작은 산이지만 작은 산은 무엇보다 큰 이야기를 안고 버틴다. 그렇게도 묵직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전쟁이후 미군의 군사기지이자 ‘민간인 출입통제선’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2000년 10월에 들어서서 해제되었으나 여전히 군사작전 지역이자 훈련지역으로, 동시에 군사목적의 지뢰매설지역으로 일반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철원평야에 떠 있는 작은 섬, 소이산

 

나지막한 야산의 모습이지만 정상에 오르고 나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드넓은 철원평야를 비롯하여 철새도래지와 비무장지대, 그 앞 북한의 평강고원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더불어 ‘백마산(백마고지)’, ‘고암산(김일성고지)’, ‘삽슬봉(아이스크림고지)’, 철원역과 제2땅굴, 노동당사까지 한눈에 조망되는 곳이다.

철원군 소재지에서 약 4Km지점에 위치한 작은 산, 소이산은 이와같은 조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고려시대에는 제1봉수대를 설치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함경도 경흥에서 함흥, 철원을 거쳐 서울로 연결되던 제1선 경흥선 봉수로에 속했던 곳이다. 또한, 철원평야의 한 가운데 솟아 있어 군사적 요충지로 밤 낯에 따라 남과 북의 주인이 바뀌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으로 군사적 요충지다.

 

옛 철원의 화려한 역사를 말없이 바라보며 기억하고 있는 공간, 지뢰밭과 민통선에 갖혀 사람의 발길을 거부해온 그 곳, 이제 그 공간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2006년 시민단체 ‘생명의 숲’에서 소이산을 평화의 숲으로서의 가치를 인정, ‘천년의 숲’으로 선정하였고, 2011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이라는 거창한 문구의 사업에 선정이 되었다. 이로서 육군 6사단은 소이산 개방에 협의를 하였고, 민, 관, 군이 함께 참여를 하면서 같은 해 6월에 착공, 12월에 완공을 하였고 2012년 마침내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이라는 이름으로 길을 열게 되었다.

 

소이산 전체를 살펴보면 왼쪽은 산 사면이지만 오른쪽은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다. 아직까지도 산책로를 제외한 구간은 지뢰지대다. 지뢰밭 철책을 곁에 두고 걷는 길, ‘생태숲 녹색길’을 걷는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작은 야산의 면적 2,382㎡에 총 4.8km의 산책길이다. 생태숲길 2.7km, 지뢰꽃길 1.3km, 봉수대 오름길 800m다. 60년을 숨겨온 천혜의 숲길, 사람의 발길을 거부해온 세월만큼 자연 생태환경과 군사작전 당시의 환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노동당사에 무료주차를 하고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느 쪽으로 걷던 괜찮다. 여행자는 체력적인 안배를 위하여 먼저 봉수대 오름길에 오르고 생태숲길과 지뢰꽃길로 돌아 내려오는 시계방향으로 걷기로 한다. 총 소요 시간은 넉넉히 2시간 정도로 봉수대 오름길 1시간, 생태숲길과 지뢰꽃길이 각각 30분 정도 소요 되었다. 사진 촬영을 하며 걷던 길이니 빠른 걸음이라면 그보다 더 줄어 들것이다.

해발 362m정도의 야산이지만 철원평야의 표고가 100여m 정도이기에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봉수대 오름길’, 일명 ‘소이산 전망대’를 먼저 찾는다.

 

주차장에서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다보면 ‘봉수대 오름길’의 이정표를 만나게 되고 여기서부터 800m의 오름길이다. 오솔길이라기보다는 차량 한 대 정도는 넉넉히 지날 수 있는 폭을 가졌다. 그런데 경사가 그리 급해 보이지도 않는데 이상하게도 힘에 부친다. 습기 가득해진 안경알을 닦아내고 잠시 숨을 돌린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긴 숨 하번 내쉬고 다시 걷는다.

 

봉수대 오름길에는 두 곳의 전망대가 있다.

 

생태숲 녹색길을 만들면서 조성된 ‘전망대’와 기존의 헬기장을 2014년에 공원으로 조성한 ‘평화마루 공원’이다.

 

먼저 우측의 ‘녹색길 ’전망대‘에 오른다.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얼마 가지 않아 2층 정자로 지어진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에 오르면 철원평야와 함께 노동당사 일대가 조망에 드는 곳이다. 그리고 철원군청에서 ‘녹색길’을 만들면서 애쓴 흔적을 만나기도 하는데 전망대 유리에 지명과 함께 실제위치를 겹치게 하여 보여주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거의 지워져 다소 산만하고, 그림과 실제 위치를 맞추려 하니 잘 맞춰지질 않는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되면서도 그렇다고 불평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라도 친절함을 보여 준 작은 배려가 기분을 좋게 한다.

 

이제 ‘평화마루 공원’으로 향한다.

 

소이산 진면목의 공간으로 최고의 ‘조망’이 펼쳐지는 곳이다. 군사시설, 정확히는 미군의 군사시설이었다. 지금은 평화를 기대하는 공원으로 탈바꿈을 한 곳이지만 여전히 과거 군사시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물들이 서고, 옛 벙커는 국군들이 사용하던 군용품들의 전시와 제6군단의 간단한 소개를 하는 ‘군사박물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과거 헬기장이었던 정상에 오르고 나면 이제야 제대로 된 철원평야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가슴 확! 트이는 공간!

 

드넓은 곡창지대의 넉넉한 풍요로움과 고요함 속에 간직된 과거의 긴장감을 느끼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데 된다.

 

한국전쟁 당시 철원평야의 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투가 펼쳐진 곳으로 전국 최고의 곡창지대이자 최고의 미질을 자랑하는 철원 평야다. 조망권 내의 농토는 대부분 행정구역산 철원읍 대마리로 민통선 안쪽이다. 예전의 이곳 농민들은 군부대에 신고를 하고 민통선의 논과 밭으로 출, 퇴근을 하였으며, 논에 들어 갈 때는 주황색 모자와 팻말을 들고 농민임을 알리면서 농사를 지었다. 지금은 바코드를 이용하여 출입을 하고 있다. 특히 철원 관내에는 공장이 없다. 그만큼 공기가 맑으면서 계절별 일교차도 심한 지역으로 ‘철원 오대쌀’은 최고의 미질을 자랑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빨리 수학하여 전국 쌀값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소이산의 백미를 만나고 나면, 이제 본격적인 ‘녹색길’탐방에 나선다.

오름길을 내려서면서 중간지점에서 ‘생태숲길’을 만나면서 옹벽을 넘어가는 계단을 만나고, 군사훈련에 사용 되었던 참호들을 만나게 된다. 모든 풍경은 자연 그대로다. ‘생태숲길’이라는 이름처럼 우거진 숲으로 사람이 지날 수 있을 만큼의 오솔길이 유일의 길임을 알리고 있으며, 지친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포토존’이다. 민통산 마을 ‘대마리’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충분히 시원스러운 조망이다. 다시 길은 낮아지고 또 다른 길을 만나고, 군부대가 상주할 당시의 거대 옹벽을 만나면 30분의 ‘생태숲길’이 마무리 된다.

 

오른쪽으로 녹색 이끼 잔뜩 머금은 거대 옹벽, 맞은편으로는 철조망이다.

 

여기서부터 ‘지뢰꽃길’이다. 수개월에 걸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였으며, 잡목과 수풀들을 정리하여 길을 내었다. 숲의 생태가 파괴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위하여 철조망의 일부는 이들의 자유로운 통로를 위하여 배려를 하였다.

 

‘지뢰꽃길’은 철원 출신의 시인 ‘정춘근(1960~   )’의 ‘지뢰밭’이라는 시에서 따 온 이름이다. 시의 배경이 실제 소이산 이기에 더욱 잘 어울린다. 지뢰꽃길에서는 정 시인의 시 외에도 관내 지역의 문학 동인들이 기증한 시와 그림들도 함께 전시가 되면서 삭막한 철조망으로 이어진 길을 보듬고 있다. ‘지뢰’가 묻힌 철망을 두고 걷는 동안 다양한 꽃들을 만날 수도 있다. 이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할 것이다. 꽃은 때를 찾아 올 것이며,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것이다.

 

이렇게 30여분, 멀리 처음의 출발지였던 노동당사가 보이면서 ‘지뢰꽃산방’이라는 정자가 나타난다. ‘지뢰꽃길’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이로서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이 마무리 된다.

 

오랜 시간동안 자연만의 세상이었던 곳, 60여년간 닫혀져 있던 문이 열리면서 누구에게나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있다. 숲을 느끼고 걷는 참 소중한 걷기 여행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생태숲길의 길 안내 푯말을 추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국 어디를 가나 골칫거리인 ‘쓰레기’다. 소이산을 찾는 여행자들의 당연한 배려가 절실하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내어 주기 위하여 길을 내어주는 누군가의 마음도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도 아름다운 마음에서 시작 된다.

 

소이산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오늘도 묵직한 마음 접어 묻어두고 사람의 발길을 반기고 있다. 작게만 보이는 소이산의 속 깊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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