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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 창작그룹 가족, 강영걸 연출 ‘녹차정원’: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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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 창작그룹 가족, 강영걸 연출 ‘녹차정원’

편집부 | 기사입력 2015/08/05 [11:12]

(박정기의 문화산책) 창작그룹 가족, 강영걸 연출 ‘녹차정원’

편집부 | 입력 : 2015/08/05 [11:12]


[내외신문=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혜화동 나온씨어터에서 창작그룹 가족의 이시원 작, 강영걸 연출의 ‘녹차정원’을 관람했다.

 

이시원(1973~)은 충남 부여출생으로 2005년 ‘녹차정원’으로 옥랑희곡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0년 서울 신춘문예에 희곡 ‘변신’이 당선되었다. 공연 희곡으로는 ‘데이트’ ‘녹차정원’ ‘천국에서의 마지막 계절’ ‘변신’ ‘자라의 호흡법’ ‘로드킬스’ ‘냉동인간’ ‘시계가 머물던 자리’ ‘뒤뚱뒤뚱 인생 산뽀’ 등이 있다. 저서(희곡집)로 ‘녹차정원(평민사 2012)’이 있다.

 

수상 경력은 2005년 제7회 옥랑희곡상 자유소재부문 최우수상 ‘녹차정원’, 2009년 극단 작은신화 여덟 번째 우리연극 만들기 선정,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 ‘변신’,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집중육성 지원 사업(문학.희곡작가) 선정, 2011년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사업 희곡작가부문 선정된 미모의 여류작가다.

 

강영걸(1943~)은 한국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연극연출가상, LA예총 올해의 예술가상, 국립극장 올해의 좋은 연출가상, 한국 문화 예술상을 수상한 연출가다. 연출작은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 ‘넌센스’ ‘작은 할머니‘ ‘올리버‘ ‘하늘텬따지‘ ‘19 그리고 80‘ ‘불 좀 꺼주세요‘ ‘피고지고 피고지고‘ ‘돼지와 오토바이‘ ‘아름다운 거리(距離)‘ ‘탈속‘ ‘지대방‘ 외 많은 작품을 연출했다.

 

무대는 마당 수돗가 부근에 녹차나무 여러 그루가 심어져 있고, 집의 창밖으로도 푸른 잎의 수목이 보인다. 일반주택의 마루방으로 책장에는 책이 잔뜩 꽂혀있고, 벽에는 작은 그림액자가 군데군데 걸려있다. 중앙에 창이 있어 밖이 내다보이고, 그 옆에 문 대신 휘장을 늘어뜨려 부엌 들어가는 통로로 설정된다.

 

낡은 오디오 기기가 한 대가 중앙의 낮은 장위에 얹혀있어 가족들이 음악을 듣고, 하수 쪽 객석 가까이 마루 끝에 페달을 젓는 헬스기구가 있다. 왼쪽이 장애인 형의 방이고, 오른쪽은 부모의 방이다. 양쪽 다 방문이 달렸다. 하수 쪽에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이 있다.

 

연극은 도입에 마루방에 아버지와 작은 아들이 누워 있다가 무더위에 못 이겨 일어난다. 작은 아들은 부엌에서 녹차 냉수를 가져오고, 아버지는 헬스기구가 낡아 페달이 잘 아니 돌아간다며 공구 통을 꺼낸다. 그러면서 빨리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아들과 반복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한다. 하수 쪽 방에서 '녹차정원'의 주인공 격인 척수마미 장애인인 큰아들이 등장하고, 아버지는 쾌청한 날씨나, 악천후를 불문하고, 큰아들을 운동시키려는 의지를 보인다.

 

외출하고 돌아온 어머니는 이 광경을 보고 못 마땅해 하며 말리지만 남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큰아들도 폭우라 쉬고 싶다며 떠듬거리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내뱉지만, 아버지의 완강한 의지는 강철에 비교된다. 우산까지 받쳐 들고 골목으로 나가는 부자의 외출이 관객을 안타깝게 만든다. 큰아들은 장 폐색 증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소개가 된다. 게다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도.... 폭우 속에 운동이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 잠시 후 부자는 물벼락을 맞고 기진맥진해 돌아오는 광경이 펼쳐진다. 홧김에 어머니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지만 불을 붙이지는 않고 마당에 비벼 버린다.

 

장면이 바뀌면 작은 아들은 재수생이고, 대학생인 여자 친구가 작은 아들의 공부를 도우려고 찾아온다. 둘의 다정한 모습이 녹차정원의 돋아난 새 잎처럼 산뜻하고 신선해 뵌다. 둘은 첫사랑의 감정을 상대에게서 느끼는 모양이다. 이 집에 장녀 격인 딸이 찾아온다. 장녀는 가족의 생활비 조로 봉투를 작은 아들에게 쥐어주고 간다. 장녀에게는 결혼상대가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극의 후반부에 상대남이 이 집을 방문하게 된다. 첫사랑을 하는 작은 아들은 형에게도 여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을 통해 형의 상대를 구한다.

 

일이 성사가 되어 형이 상대 여인을 만나러 정장을 하고 꺼내놓은 신발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신으려 하지만 척수마비라 스스로는 신지 못하는 모습이 관객을 안타깝도록 만든다. 형은 휠체어에 몸을 싣고 첫 데이트장소로 떠난다.

 

장녀가 결혼상대를 데리고 등장하고, 작은 동생의 여자 친구가 두 사람을 맞이한다. 시원한 녹차를 대접하게 되고, 장녀의 결혼상대는 호남인양 성품을 드러내 보이지만, 남자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처가 될 사람 남동생의 여자 친구의 예쁜 모습에 대뜸 호감을 드러낸다. 장녀가 이번에도 남동생의 여자 친구에게 돈 봉투를 쥐어주며 식구들 돌아오면 전하라고 하고 떠난다.

 

큰아들이 귀가를 한다. 그가 만난 상대여인이 마음에 들었는지 희색이 만연한 표정이다. 그러나 재회가 성사될지는 미정이다. 아버지가 큰아들을 운동시키려는 의지가 반복되고, 어머니는 이런 모습에 안타까움을 들어내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지만 곧 비벼 바닥에 버린다.

 

큰아들은 평생 처음 데이트하던 여인을 생각하며 신을 혼자서 신어보려 애쓰다가 기진해 쓰러진다. 바로 그 때 큰아들이 그리던 바로 그 여인이 등장한다. 큰아들은 놀라며 벌떡 일어나 반가움을 표시하며 그녀를 맞이한다. 그러는 큰아들의 모습은 척수장애자가 아니라 단정한 모습의 정상인이다.

 

어눌하던 말씨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더듬지 않고 제대로 대화를 한다. 그를 찾아온 여인도 그를 대하는 모습이 은근하고 다정하기 이를 데가 없다.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마주잡고 반기는 모습이 녹차정원 속에서 싱그럽게 피어나는 한 송이 꽃망울에 비견된다.

 

그녀가 한동안 머물다가 돌아가야 한다며 일어선다. 큰아들은 그 여인에게 재회를 청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수가 없노라고 답하고 등을 돌려 가버린다. 홀로 남은 큰아들은 마룻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며 눈을 번쩍 뜬다. 짧은 꿈을 꾼 것이다. 척수마비인 자기 자신을 재삼 의식한 듯 장남은 비탄에 잠기며 그 자리에 엎드린다. 큰아들의 신발에 조명이 모아진다.

 

장면이 바뀌면 상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은 아들의 여자 친구가 장녀와 그녀의 결혼상대를 맞이한다. 그들의 대화에서 큰아들의 죽음이 소개가 된다. 세 사람이 퇴장을 하면, 상복차림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작은 아들이 돌아온다. 아버지는 페달 밟는 헬스기구를 마루 한가운데로 가져다 페달이 잘 돌아가도록 정비를 하고, 작은 아들은 시원한 녹차냉수를 가지러 부엌으로 들어간다. 아버지와 아들의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되풀이 하면서 아들 뒤를 따라간다. 어머니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다가 마당에 비벼 던지고 안으로 들어간다. 녹차정원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며 연극은 끝이 난다.

 

문영수, 오선숙, 김용민, 김산옥, 강윤경, 길윤이, 이재근, 김현식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물론, 큰아들의 척수마비 장애인 역의 김용민은 실제와 방불한 호연과 열연으로 극을 감동으로 이끌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기획 김진희.박지영, 조연출 황순심.주애리, 음악 남수한, 무대 ONYT, 의상 이신혜, 분장 배윤정, 조명디자인 조성오 등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구현되어, 문화공동체협동조합& 창작그룹 가족의 이시원 작, 강영걸 연출의 ‘녹차정원’을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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