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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한일합작연극 극단 세이넨단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히라타 오리자 작/연 ‘모험왕’

편집부 | 기사입력 2015/07/12 [19:40]

(박정기의 문화산책)한일합작연극 극단 세이넨단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히라타 오리자 작/연 ‘모험왕’

편집부 | 입력 : 2015/07/12 [19:40]


[내외신문=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한일합작연극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극단 세이넨단(靑年團)의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 작.연출의 ‘모험왕(冒險王)’을 관람했다.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 1962~)는 도쿄 출생으로 극작가이자 연출가다. 극단 세이넨단 대표이고, 오사카대학 커뮤니케이션.디자인센터 교수다. 열여섯 살 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했으며, 대학 시절에는 연세대학교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기도 했다.

 

대학 2학년 때 극단 세이넨단(靑年團)을 만들어 연극 활동을 시작한 후, 담담하고 사색적인 스타일의 연극을 선보이며 1990년대 일본 연극계의 새로운 조류를 이끌었다. 대표 작품으로 ‘도쿄노트’ ‘서울시민’ 5부작, ‘S고원으로부터’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잠 못 드는 밤은 없다’ ‘혁명일기’ ‘발칸동물원’ ‘얄타회담’ 등이 있다.

 

‘도쿄노트’로 일본 최고 권위의 희곡상인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수상했고, ‘강 건너 저편에’로 아사히무대예술상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현대 일본인의 정체성을 냉철하게 파고들어 가는 지적이고 세련된 그의 연극 세계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연극을 통한 시민 교육, 일본의 문화예술 행정에도 관여하고 있으며, 로봇 연극 창작에도 힘을 쏟는 등 새로운 창작의 영역을 끊임없이 개척하고 있다.

 

‘모험왕’은 1980년 초여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제일 저렴한 숙박업소, 아래윗간으로 된 침대와 따로 놓인 침대 등 아홉 개의 침상이 있는 방에, 동료가 아닌 제 각기의 여행객인 젊은 남녀가 다인 실에 함께 머무르고 있는 일본인 여행자들의 이야기다.

 

당시 일본의 청년들은 세계 각국으로 배낭여행을 다녔는데, 터키의 이스탄불의 한 숙박업소를 배경으로 주변의 중동, 인도, 그리스의 여행관련 이야기와 함께,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 이란 이라크 전쟁, 청렴결백의 표상으로 알려진 티토 유고슬라비아 태통령의 죽음과 한국의 5.18 광주사태 등 세계 각국의 정치적 변화를 일본인의 시각으로 이야기한다. 당시 세계 최고의 경제 발전을 이루어가던 일본 사회를 스스로 떠나 세계 각국으로 떠도는 젊은이들이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나 그들의 습성은 무척이나 일본인답고 건전하며 예절 또한 바르다.

 

무대는 아래윗간으로 된 침대가 무대 좌우에 놓이고, 객석 가까이에는 침대 하나가 가로 놓여있다. 배경 하수 쪽에 등퇴장 로가 있고, 상수 쪽은 주방으로 설정된다. 중앙에 탁자와 의자가 있고, 탁자위에는 찻잔과 집기, 그리고 잡지책이 잔뜩 놓여있다. 방안에는 각 침대마다 침구와 간단한 일용품과 배낭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았다.

 

무대 좌우에 작은 스크린이 있어 한글자막이 영상으로 투사된다. 연극은 먼저 와서 머물고 있던 여행자와 나중에 투숙하는 여행자, 그리고 새로운 방문객에게 차를 대접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투숙객중 대학생이 있어 분위기를 밝게 상승시키고, 어느 손님이건 예외 없이 차를 대접하는 인물, 홀로 여행을 다니는 젊은 여인, 벌써 발칸반도 일대와 인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인물, 그와는 반대로 중동과 인도, 그리고 그리스로 향해 떠나려고 하는 인물들의 여행관련 이야기가, 당시의 세계정치의 변동과 함께 대화 속에 펼쳐진다.

 

터키 이스탄불 시내의 어느 호텔이나 숙박업소보다 가장 저렴하기에 젊은 여행객들이 많이 투숙하는 숙박시설인데다가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이지만, 간단한 일용품이나 식품을 사러 갈 때에는, 같은 방의 투숙객의 용품이나 간식 물을 대신 사다주기도 한다. 터키탕에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도 하고, 부근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하면서 여행에서의 피로를 푸는 정경이 역시 대화 속에 묘사가 된다. 이들 중에는 그저 침상에 누워만 있는 인물도 있고, 대학생처럼 항상 깡충거리며 이 침대 저 침대로 뛰어다니며 말을 붙이거나 참견을 하러다니는 인물도 있어 대조가 된다.

 

이들 여행객의 다인 실에 불쑥 미모의 젊은 여성이 여행자 차림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한 남성의 이름을 대며 그가 여기에 묵고 있느냐며, 자신이 그의 부인이라고 말한다. 남녀 투숙객들은 그녀의 미모에 놀라 잠시 할 말을 잊었다가, 남편분이 여기 묵고 있다며, 그녀 남편의 침대를 알려주고, 역시 주방에서 차를 가져다 대접한다.

 

그녀는 자신은 이스탄불 시내 한 호텔에 방을 예약해 두었다고 이야기를 하니, 모두 “으와-!”하고 놀란다. 그 호텔은 이스탄불에서 가장 비싼 최고급 호텔이고, 현 숙박업소보다 100배나 비싼 곳이기에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여인이 남편침대에 가 앉으니, 투숙객들은 편히 쉬라는 마음에서인지, 하나 둘 밖으로 나간다.

 

여인은 남편의 침대에 누워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때 늘 이불속에 누워만 있던 남성 투숙객이 일어나, “그게 무슨 노래냐?”며 묻는다. 여인은 놀라 벌떡 일어난다. 이불 속에서 일어난 투숙객과 여인의 노래관련 대화가 잠시 펼쳐진다. 여인은 음악선생이고, 남편은 국어선생이라는 게 소개가 된다.

 

탁자 위의 많은 책들이 그녀의 남편이 가져다 놓은 것임이 상대와의 대화로 알려진다. 그 때 그녀의 남편이 젊고 어려 뵈는 여인 두 명을 데리고 등장한다. 남편은 자신의 아내를 보고, 놀란 듯 잠시 말을 잊는다. 남편을 따라 온 두 여인에게 사람들은 들어와 앉으라고 권한다. 두 여인은 탁자 옆 의자에 앉는다. 부부는 오랜만에 서로 대면을 하는 듯싶고, 남편은 반가워하는 모습보다는 덤덤한 모습으로 상대를 대한다. 함께 온 여인들은 자신들 때문인가 싶어 가겠다고 하며 일어선다.

 

남편은 배웅을 하겠다며 따라 나선다. 여인은 여행배낭을 다시 짊어지고, 호텔로 가겠다며 투숙객에게 인사를 하고 떠난다. 모두 “사요나라”를 외친다. 대학생이 늘 누워있던 투숙객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국어선생을 따라왔던 두 명중 한명의 여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만, 국어선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되돌아간다. 그 때 새로운 투숙객들이 모습을 보이면서 그들의 행선지가 대화로 소개가 되고, 투숙객들이 여장을 풀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아키야마 켄이치, 코바야시 사토시, 오타 히로시, 스즈키 치카코, 오타케 타다시, 무라이 마도카, 카와무라 타츠야, 사토 마코토, 카이즈 타다시, 키비키 유코, 이시마츠 타이치, 이토 츠요시, 키쿠치 카나미, 토미타 마키, 모리야마 타카쿠니, 사토 시게루, 이소진, 시로타 마사히코 등 출연자 전원의 잔잔한 호수 위의 물결 같은 동작과 호수주변 숲속을 스치는 바람결 같은 대화가 관객의 뇌리와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한일합작연극,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극단 세이넨단(靑年團)의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 작.연출의 ‘모험왕(冒險王)’은 연출력이 감지되는 새롭고 독특한 형식의 표현주의 연극이다.

 

한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오는 16일부터 26일까지 공연되는 신모험왕(新冒險王)의 공연에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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