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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극의 ‘거인’을 깨우고 있다”: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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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극의 ‘거인’을 깨우고 있다”

영국 4배, 한반도 4.5배 면적 바다얼음 사라져 햇빛 흡수량 늘고 해수면 상승 
2천만 년 잠자던 남극 거인이 깨어나면 지구에 치명적 위험 초래할 수 있어
영국, 미국 전문기관 ‘지구 얼음 90% 보유한 얼음 창고 붕괴 위험’ 경고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3/10/18 [11:05]

“우리가 남극의 ‘거인’을 깨우고 있다”

영국 4배, 한반도 4.5배 면적 바다얼음 사라져 햇빛 흡수량 늘고 해수면 상승 
2천만 년 잠자던 남극 거인이 깨어나면 지구에 치명적 위험 초래할 수 있어
영국, 미국 전문기관 ‘지구 얼음 90% 보유한 얼음 창고 붕괴 위험’ 경고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3/10/18 [11:05]
 

 우리는 지금 남극의 거인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2천만년 잠들어 있던 그 거인이 깨어나면 우리에게 어떤 재앙이 닥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영국 엑서터대학의 빙하학자 마티 시거트 교수가 최근 남극해(남빙양, 남대양)에 있는 바다얼음(해빙 海氷)의 면적이 역대 최저치로 줄어든 것에 대하여 내놓은 섬뜩한 경고이다. 남위 66도 이남, 남극권의 겨울이 끝나가는 올해 9월 남극해 바다얼음 면적은 1,700로서, 관측 이래 역대 최저였던 1986년 측정치보다도 100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남극권의 대륙 얼음과 바다 얼음은 그 엄청난 물량으로 인해 곧장 지구 전체의 기상 이변 및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의 직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때문에 시거트 교수의 비유성 경고가 한껏 설득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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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대륙을 둘러싼 남극해(남빙양)의 얼음 분포 개념도. 흰색 부분이 올해 9월 바다 얼음 분포 상황이며, 노란색 실선은 1981~2010년의 평균 외곽선이다. 노란선과 흰색 얼음 사이의 짙은 색 부분이 얼음이 사라진 구역이다. 예년 평균보다 100만㎢, 남한 면적 10배의 바다얼음이 사라졌다고 한다. 왼쪽 위 뾰족하게 생긴 땅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이 맞닿은 남아메리카 끝자락이고, 오른쪽 아래 회색 땅은 호주대륙이다. 남극대륙의 면적은 러시아 영토에 버금갈 만큼 넓은데, 흰색의 남극해 얼음이 남극대륙 크기와 비견되어 그 넓이가 얼마나 광대한지를 잘 알 수 있다.<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    

 

남극대륙과 주변 바다가 거의 모두 얼음 천지인 남극권은 전 세계 얼음의 대부분인 90% 가량을 갖고 있어 지구의 얼음 창고로 불린다.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나라 러시아(1,700)에 거의 맞먹고 두 번째로 넓은 나라 캐나다(998)보다는 훨씬 넓은 남극대륙(1400)의 지표면은 전체가 얼음덩어리이다. 그뿐만 아니라 남극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남극해 일대 해수면도 거의 모두 얼음이어서 남반구의 한겨울에는 1,700~1,800의 얼음바다가 남극대륙과 한덩어리로 뭉쳐 얼어붙는다. 이쯤 되면 남극권의 눈과 얼음, 곧 설빙(雪氷) 면적은 3,100~3,200나 되어 러시아와 캐나다 영토를 합친 면적보다도 훨씬 넓다.

 

이처럼 남극권 얼음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남극 바다얼음이 올해 9월 측정 결과 종전 최저치보다도 100나 더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 면적(24)4,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10, 한반도 면적(22)4.5배나 되는 거대한 물량이어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다. 1979년 남극 바다얼음에 대한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기존 최저치 면적은 1986년 겨울 9월의 1,800였다. 남극해의 바다 얼음은 겨울이 끝나가는 9월에 최고조에 이르고, 여름이 끝나가는 2~3월에는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절반 정도인 약 900로 줄어든다. 그래도 미국(980)이나 중국(959) 대륙과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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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해 바다얼음인 빙붕(氷棚)의 웅대한 모습. 이 정도 상태이면 해수면 아래로 수백m, 위로 수십m는 된다. 빙붕은 육지에서 바다로 밀려져 나온 얼음덩어리이거나 바다에서 소금기를 빼면서 얼어붙은 덩어리이기도 하다. 남극해의 빙붕은 겨울철이면 남극대륙의 얼음보다 그 면적이 넓어, 햇빛 반사 작용에 따른 지구 기온조절 기능을 하면서 해수면 유지 기능도 발휘한다. < dreamstime.com>    

 북반구의 여름은 거꾸로 남반구의 겨울에 해당한다. 그래서 남극의 얼음은 겨울이 끝나가는 9월 중순쯤에 최대치에 이른다. 이처럼 남극의 얼음 물량이 최대치에 이르는 시점에서 측정 이래 최대 물량의 바다 얼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남극해 바다얼음 면적의 기록적 축소에 대한 위험 경고는 최근 영국과 미국의 기상·기후 전문기관과 전문가 사이에서 잇따라 제기되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는 지난달 25일 남반구의 올겨울 남극 바다 얼음이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올겨울 남극 바다 얼음 면적은 9101696, 이는 올해 최대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서, 기존의 최저치인 1986년 겨울보다 약 100나 적은 것이다.

 

남극대륙과 주변 바다를 한데 일컫는 남극의 얼음은 남극대륙의 얼음과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바다의 얼음이 한데 뭉쳐 얼어 있는데, 남극대륙의 얼음에 비해 남극 바다 얼음은 기상·기후에 따라 얼고 녹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하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의 이번 발표는 남극 바다 얼음에 국한된 것이다. 남극의 얼음은 대륙 얼음이 1400의 대륙에 1년 내내 그 면적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비해, 바다 얼음은 바다 쪽 경계선이 기상·기후에 따라 들어갔다 나갔다를 거듭한다. 그래서 바다 얼음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줄었다하는 것이다.

 

이처럼 남극 바다 얼음이 기록적으로 줄어든 데 대해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 측은 “150여 년 전 인류의 산업혁명 이래,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지구온난화를 초래했고, 이에 따라 남극 바다 얼음이 갈수록 더 많이 사라진다면서 이는 결국 지구 기온을 높이는 ()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현상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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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대륙의 위성사진 합성 사진(왼쪽)과 남극대륙에서 바다쪽으로 이어진 빙붕(氷棚) 개념도(오른쪽). 오른쪽 그림에서 빨간점이 남극점이고, 파란색이 남극대륙이며, 흰색 부분이 빙붕 위치 지역이다. 남극점 아래쪽의 로스빙붕(Ross Ice Shelf)은 세계 최대의 빙붕으로서, 그 면적이 52민㎢로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5배가 넘는다. 빙붕은 대륙의 얼음이 중력에 의해 바다 쪽으로 밀려나 마치 육지처럼 견고하게 떠 있는 얼음덩어리를 말한다. 로스빙붕은 육지에서 바다까지의 최대 길이가 800㎞나 되고, 얼음의 두께는 200m 내외에 이르며, 해수면 위로는 수십m 절벽을 형성하고 있다.    

 남극의 바다 얼음이 녹아 바다 표면이 더 넓어지고, 이에 따라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여 또 다시 바다 얼음을 더 많이 녹게 만드는 악순환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남극의 거대한 바다 얼음은 그 흰색으로 인하여 태양빛을 대기와 우주로 반사함으로써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이 약화되면 한 가지 요인이 다른 요인까지 증폭시키는 양의 되먹임현상으로 지구 기온 조절 능력이 흐트러진다고 한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의 발표보다 1주일 앞선 지난달 17일 영국의 BBC방송도 전문가들의 자료를 인용해 남극 바다얼음이 관측 사상 역대 최소 면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9월 현재 남극해에 떠 있는 바다얼음 면적은 1700미만으로, 역대 최소 면적을 기록했던 1986년보다 100가량 작다는 것이다. 1979~20229월 평균치보다는 15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는 영국 국토 면적의 6배나 되는 엄청난 면적이다.

 

BBC는 이렇게 줄어든 바다얼음은 결국 지구온난화 현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다얼음이 사라지면 바다는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할 수밖에 없고, 따뜻해진 바다는 더 많은 얼음을 녹이는 악순환이 벌어져 남극이 지구의 냉장고에서 열 방출기로 변하는 것과 같다고 BBC는 지적했다.

 

한편, 남극의 바다 얼음 면적은 이번 겨울 9월뿐만 아니라 지난 2월 여름에도 최저치를 기록해 2022년에 세운 종전 기록을 단 1년 만에 깨뜨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의 수석 연구원 월트 마이어는 올해는 단순히 기록을 경신한 해가 아니라, 여름과 겨울 모두 극도로 분명하게 기록을 경신한 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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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남극 탐사 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찍은 태양의 연속 사진. 태양은 동쪽(왼쪽)에서 떠서 오른쪽으로 간다. 가운데 가장 낮은 곳이 지리상의 남극점 방향이다. <극지연구소 제공>    

 

 전문가들은 남극의 얼음이 급속도로 소실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남극의 항상성이 깨지고 변동성을 가져올 위험성이 커졌다라는 말에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남극은 거대한 얼음 대륙이다. 이 말은 곧 ’, ‘언제나얼음 천지였던 곳에 커다란 변동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남극대륙은 1억 년 전쯤 한 데 붙어있던 호주대륙과 갈라지기 시작해 4,000만 년 전 완전히 갈라졌고, 남반구 중위도에서 남극 쪽으로 남행(南行)을 지속한 끝에 2,000만 년 전부터 현재 위치에 자리 잡아 얼어붙기 시작했기 때문에 만년설이 아니라 천만년 얼음의 땅인데, 그 남극대륙과 남극해의 항상성이 깨어지면 과연 어떠한 결말에 이를지 자못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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