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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김가희 | 기사입력 2010/08/06 [00:52]

G20 정상회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김가희 | 입력 : 2010/08/06 [00:52]

도서관 모임’서 세계경제 큰 틀로 성장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 초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인 작은 ‘라이브러리 그룹(Library Group)’이 오늘날 G20의 발원지다. G20 정상회의는 현재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으로 격상돼 실질적으로 세계경제 운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로 세계 경제사에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다.
?G20의 등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의 의미와 역사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란 국제사회 차원의 규범과 규칙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방식을 말한다.

국제사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민족국가(Nation State)와 다른 방식으로 규범을 만든다. 국제사회에는 법 집행을 강제할 수 있는 정부조직은 없는 대신 국가 간의 조약, 개인과 민간기관의 거래 등을 통해 다양한 국제규범을 만들며,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규범을 만들고 집행하기도 한다.

지구촌의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국제기구가 유엔(UN)이다. 국제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지만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가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경제 분야는 유엔과 분리된 국제기구들이 담당한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을 시작으로 국제금융 분야의 국제통화기금(IMF) 등 각 경제 분야별로 독립적인 국제기구가 설립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기구의 규범이 공식적 절차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GATT의 모든 가맹국은 공식적으로 동등한 자격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특정 국가들의 리더십에 의존했다. 설립 초기부터 우루과이라운드까지 미국과 유럽이 협상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강대국들은 필요에 따라 비공식 협의회를 운영해 국제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결정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1970년대 중반부터 세계경제의 주요 현안을 논의해온 ‘G7’이다.

G7 결성은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 달러화 가치의 급락으로 미국 달러를 주거래 통화로 삼는 브레턴우즈 협정이 흔들리고 세계경제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74년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 10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이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모여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스미소니언 합의’를 도출했고, 당시 조지 슐츠 미국 재무장관이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의 재무장관에게 백악관 도서관(라이브러리)에서 따로 만날 것을 제안한 데서 ‘라이브러리 그룹(Library Group)’이 만들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결성된 것이 G5(Group of 5)다. G5는 1975년 이탈리아, 1976년 캐나다의 참여로 G7으로 확대 개편됐다. G7은 1997년 러시아가 참여해 G8이 됐으나 재무장관회의는 아직도 G7 국가만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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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시작된 G20 재무장관회의가 정상회의 모태

G20 정상회의의 모태가 된 G20 재무장관회의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신흥국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인식에서 1999년 시작된 비공식적 협의체다.

비공식 기구와 절차가 확산된 배경에는 공식 국제기구의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특히 유엔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1백90여 회원국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가 합리적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점도 있지만 서방국가들에 비판적인 강성 개발도상국들이 유엔 논의를 주도하면서 서방 선진국의 지원과 신뢰를 상실했다.

IMF와 세계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국제금융기구의 개혁 논의는 수년간 진행돼왔으나 아직도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출범한 G20 정상회의 등장 이전의 글로벌 거버넌스는 영역별로 국제기구가 존재하고 이를 일부 국가가 참여하는 비공식 협의체가 보완하는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IMF다. IMF의 자문에 응하는 비공식 협의체는 G7과 G20이다. IMF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1백86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총회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선진국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다.

그러나 이러한 비공식 기구와 공식 기구가 공존하는 ‘클럽모델(미국의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코헤인 지칭)’로는 국제사회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IMF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을 시작으로 회원국, 특히 신흥국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IMF 구제금융 메커니즘을 회피하고 외환보유고의 확대, 지역통화협력 등을 통해 자국의 통화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

지금까지의 클럽모델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세계경제가 소수 강대국이 관리할 수 없을 만큼 다원화되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시장의 확대로 모든 영역에서 상호 상관성과 의존성이 높아져 특정 영역을 담당하는 국제기구가 자신의 영역 문제를 독립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워졌다.

신흥경제와 아시아의 경제 규모가 확대돼 미국과 유럽 국가들 중심으로 경제 이슈를 해결할 수 없게 된 것과 민주주의 발전으로 국제기구의 책임성과 투명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가 늘어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개편은 불가피했고, G20 정상회의 출범은 시스템 개편의 시작이 됐다. 시스템 개편으로 향후 국제사회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다. 안보 분야의 축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라면 경제 분야의 축은 바로 G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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