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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얼어붙은 교차점

편집부 | 기사입력 2015/07/06 [13:19]

(리뷰) 얼어붙은 교차점

편집부 | 입력 : 2015/07/06 [13:19]


공연 이미지/드림컴퍼니 제공

 

연극 ‘프로즌’

 

[내외신문=김미령 기자]연극 ‘프로즌(연출:김광보)’은 얼어붙은 마음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극작가 브리오니 래버리(Bryony Lavery)의 대표작으로 1998년 영국 버밍엄 레퍼토리 씨어터에서 초연, 그 해 TMA awards 작품상을 수상하고, 2004년 토니 어워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국 초연으로 극단 맨씨어터 제작, 미니멀리즘의 대가 김광보 연출로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소아성애자인 남자가 딸을 죽였다. 심부름을 보냈던 엄마 낸시는 죄책감으로 또 다른 딸조차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고 살아가다 그를 용서하기로 결심, 연쇄살인범들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에게 랄프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하지만 낸시는 랄프를 만나는데 그녀는 정말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 어린 시절의 학대로 인한 범죄자의 성향. 범죄 수사물이 넘쳐나다 보니 흔해져버린 이야기임에도 이 연극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최소화시킨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의 열기 때문일 것이다. 온전히 연기의 열기로 채워져 단 세 사람의 배우가 뿜어내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강렬하고 한편으론 냉정하다.

 

연구를 위해 랄프를 만난 아그네샤 역시 정신과 의사임에도 자신의 마음도 온전히 다스리지 못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랄프는 좀처럼 아그네샤에게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낸시는 어린 딸을 심부름 보낸 대가로 아이를 잃고 20년의 시간을 고통스레 보낸다. 만나지 않아도 얽혀있는 랄프와 낸시. 만나고 있지만 결코 닿아지지 않는 랄프와 아그네샤.

 

그들의 삶은 같은 시간을 가고 있지만 결코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무표정하던 랄프가 흐트러지는 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느닷없이 덮쳐왔을 때와 낸시를 통해 자신의 죄를 정면으로 만났을 때였다. 죄를 저지를 때조차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몰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죽이고 또 죽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정한 말로 랄프의 얼어붙은 맘을 어루만지나 싶던 낸시는 네가 내 딸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각인시킨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의 시간은 해빙된 것 같았다. 랄프의 장례식에서 아그네샤와 만난 그녀는 말한다. 죄를 알고 저질렀으니 죄책감과 함께 살아가라고.

 

진정한 용서는 무엇일까, 과연 사람이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자신의 몫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야 말로 ‘죄’에 대한 속죄가 아닐까  냉정한 결론이지만 포장하지 않은 날것이기에, 또 현실과 맞닿아 있기에 묘한 위로가 된다. 짊어져야하는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니니까.

 

누구나 건드릴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스스로도 안고 갈 뿐, 어쩔 수 없는 얼어붙은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한 지도 모른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딛고 마주하는 그 순간이 무서울지라도, 그것이 해볼 수 있는 전부라면.

 

연출 김광보를 필두로, 윤색에 고연옥, 무대 정승호 등이 참여 극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아동학대를 받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연쇄 살인범 소아성애자 랄프 역에 박호산과 이석준, 랄프로 인해 딸을 잃은 엄마 낸시 역에 우현주, 범죄의 근본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 역에 정수영이 열연한다.

 

지난 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프로즌’은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오는 10일부터 26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연장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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