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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수 기자의 구중단상] 지도층 전상서

추연수 | 기사입력 2014/05/17 [11:35]

[추연수 기자의 구중단상] 지도층 전상서

추연수 | 입력 : 2014/05/17 [11:35]

陽浮月沈 (양부월침)
한 검소한 학자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학자에게 잔치의 초청장이 한 장 날아왔다.
그 나라의 장관이 여는 매우 큰 잔치였다.
학자는 잔치가 열리는 날 검소한 복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잔치에 도착한 학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잔치는 화려하고 거창했다. 오색의 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학자는 입구로 걸어갔다. 그런데 입구를 막아 선 문지기는 남루한 옷차림의 학자를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학자는 겨우 아는 사람을 만나 입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잔치에 들어선 학자는 한적한 구석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그를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술을 권하지도 않고 식사를 내 주지도 않았다. 학자는 머쓱해져서 조금 있다가는 나와 버렸다.

학자는 곧 집으로 돌아가 검소한 옷을 벗고 가장 좋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잔치에 갔다. 학자는 아까처럼 입구로 다가갔다.
그러자 좀 전에 학자를 밀쳐냈던 문지기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학자는 쉽게 입구를 지날 수 있었다.
잔치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학자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학자를 좋은 자리에 앉혔다. 고급식사가 나오고 술도 아주 비싼 것으로 나왔다.

학자는 자리에 앉은 채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리고는 갑자기 옷을 벗더니 옷을 음식과 술에 가져다 대며 학자가 말했다.
“옷아, 이 음식들은 네가 먹어라.
사람을 보고 주는 음식이 아니라 옷을 보고 주는 음식이니까 말이다.”

어느 분이 기자의 페이스북으로 보내주신 글이었다.

명심보감에 勿以貴己而賤人(물이귀기이천인)하고 勿而自大而蔑小(물이자대이멸소)라는 말씀이 있다.?
나를 귀하게 여김으로써 남을 천하게 여기지 말고 자기가 크다고 해서 남의 작은 것을 업신여기지 말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자신의 처지에 견주어 못한 사람들을 멸시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람들이 금고를 애지중지하고 귀하게 지키는 이유는 금고가 귀하기 때문이 아니요, 그 안에 보관된 귀중한 물건 때문이다. 가장 화려한 갑옷을 입은 자가 아니라 남루하고 낡은 천으로 감싸놓았다 해도 옥쇄를 가진 이가 바로 임금이다.

이번 세월호의 사건을 보면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그 세월호에 강남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면 과연 우리 정부가 이렇게 했을까  해경이 승무원부터 구해 냈을까  하는 이야기였다.?
참으로 참담하고 참람한 이야기가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한국사회에는 사람을 가진 것으로. 입은 것으로, 차지하고 있는 자리로, 사는 집과 동네로, 배운 것으로, 타고 다니는 차 등등으로 차별하고 없신여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위정자와 공직자들이 백성들을 대함에 있어서 높낮이와 귀천이 있다면 그들은 이미 위정자와 공직자들이 아니다. 이번 세월호의 사건을 보며 장자와 노자의 말씀이 떠올랐다.

장자께서는 사람들에게는 8가지의 결점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을 우리 공직사회와 정치인들에게 적용해 풀어보았다.?

① 자기가 할 일이 아닌데 멋대로 나선다 하여 이를 총(摠)이라 했고,
② 일의 사정이나 상대방의 의향도 생각하지 않고 교묘히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하여 영이라 했으며,?
③ 윗선의 뜻에만 맞추어 말하고 윗선의 의향을 살펴 그에 영합한다 하여 첨(諂)이라 하였고,
④ 일이 옳고 그름을 분별치 않고 오직 윗선의 기분을 맞추는 데에 급급하여 유(諛)라 하였고
⑤ 남의 나쁜 점만을 말하기 좋아 한다 하여 급(讒)이라 하였으며,
⑥ 윗선과 백성을 서로 이간시켜 자신의 자리와 이익을 만든다 하여 적(賊)이라 하였고,
⑦ 윗선을 칭찬하는 척하면서 나쁜 꾀로 속여 결국 윗선을 망하게 한다 하여 특(慝)이라 하였으며,
⑧ 옳고 그른지를 가리지 않고 둘 다 좋다고 하면서 자신에게 이로운 것만을 취한다 하여 험(險)이라 하였다.?

이 8가지 결점은 위정자와 백성들의 정신과 나라를 어지럽히고 나라는 물론 자신을 해치는 것이니 이런 사람은 친구로서는 물론이고 나라의 신하로는 더욱 쓰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에게는 4가지 병폐가 있다고 했다.?

① 큰일을 벌려 놓고 바꾸어 자신의 공명을 나타내려 하는 것을 도라하여 그것이 첫째요,
② 사사로운 재주로 일을 혼자 처리하고 남을 침범해서 자기 이익만 취하는 탐(貪)이 둘째요?
③ 잘못한 것을 알고서도 고치지 않고 남의 충고를 듣고서도 여전히 행하는 흔이 셋째요,?
④ 자기 비위에 맞으면 옳다고 생각하고 맞지 않으면 헐뜯는 긍(矜)이 넷째라 했다.

세월호의 사건을 보며, 이 시대의 공직자와 정치인들, 언론인들에게 주는 옛 성현들의 따끔한 충고가 아닐까?

나랏님과 백성을 하늘과 같이 모시고 살아야 하는 공직자와 정치인들, 언론인들에게 다음 한 마디의 구절을 전하고자 한다.

"陽浮月沈 (양부월침)"

해와 달이 빛을 비추나 같지 아니하고, 해가 뜨면 달은 지는 법이며, 해의 기운으로 빛을 가졌으나 해가 오르면 달은 스스로 제 모습을 감춘다.

양명의 세상은 오직 백성들을 위한 것이요, 세상이 어두울 때는 나서서 백성들의 소망으로 어두움을 밝히는 것이 바로 위정자와 그 신하들의 소임이며, 그러한 마음으로 모시고 섬기야 한다.

임금도, 신하도 오로지 백성을 하늘의 해와 같이 생각하며 모든 일을 해야한다. 백성들의 높낮이와 귀천은 하나이며 그것은 하늘의 해와 같은 존재임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백성들의 귀천을 따지며 높낮이를 따지며 그에 따른 처세에만 밝은 공직자와 정치인들은 더 이상 이 땅에 살며, 나라와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못 내 이 부끄러움을 감출길이 없다. 작금의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이 나라와 백성들이 힘을 다시 되찾기를 기도한다.?

밤이 아무리 길고 어두워도 결국 아침이 찾아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어느 대통령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아침은 온다."?

-九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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