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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체결 관련해 최소한 법에 규정된 절차는 준수하라

이호연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12/30 [19:25]

FTA 체결 관련해 최소한 법에 규정된 절차는 준수하라

이호연 논설위원 | 입력 : 2021/12/30 [19:25]

 

▲ 이호연 대기자    

 

지난 12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비준 동의안을 처리했다. RCEP에 참여한 다른 국가들은 내년 1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의 늑장 처리로 1달 늦은 21일부터 효력을 발생하게 될 예정이다.

 

RCEP은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ASEAN 10개국(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의 국가가 참여한 초대형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RCEP 비준 동의안과 처리와 관련해 절차적 하자가 너무 많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무역 7위의 무역 대국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무역영토 확장을 위해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현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이 좋더라도 정부가 관련 법에 규정된 절차를 어기면서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행정부의 오만방자한 행정처리와 국회의 무책임한 의정 태도

201111월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RCEP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우리 정부는 같은 해 117FTA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119일 대외경제장관회의 보고를 거쳐, 같은 날 국회 외통위에 보고했다.

 

우리 정부는 RCEP 협정문에 201911월 최종서명을 했지만, 국회에 제출된 날짜는 올해 101일이었다. 정부가 작업에 착수한 지 10, 그리고, 최종서명 일로부터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였다.

 

국회사무처는 부랴부랴 올해 11월 검토보고서를 작성했고, 외통위는 121일 오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거쳐 오후 전체회의에서 RCEP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다. RCEP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회의였다. 다음 날인 12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RCEP 비준 동의안을 처리했다. 이런 부실처리가 또 있을까 싶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1111일 열린 외통위 법안소위에 제출한 심사보고서에는 협정의 문안확정 및 서명일 이후 상당 기간이 경과하여 국회에 제출되었고, 그 과정에서 국회와의 소통이 없었으며, 지연 제출로 인해 협정 발효가 지연되게 된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 필요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법안심사 소위 속기록을 보면,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15만쪽이 되는 협정문을 갖고 와서 불과 30분 토의하고 통과시키는 건 불합리한 부담"이라고 말했고, 이어 그는 "FTA 비준 동의안을 한 달 만에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은 전례도 없고, 졸속이라는 비판을 들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힘 지성호 의원은 "데드라인이 임박한 시점에 (비준안을) 무조건 통과시켜야 하는 환경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질책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도 "제출이 늦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회와 소통도 없었다"며 날 선 비판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전윤종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한국이) 대외적으로 외국에 대한 신뢰 관계가 있고 또 RCEP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했을 때 하루가 급한 상황"이라며 신속한 비준처리를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RCEP과 관련해 국회에 어떤 보고도 하지 않다가, 협상 발효일을 코앞에 두고 국회를 압박한 것이다.

 

국회도 지난 10년 동안 정부의 RCEP 처리 과정 등과 관련해 현안보고 등을 요구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RCEP은 거의 모든 정부 부처가 관련된 사안인 까닭에 외통위 전체회의 통과 이전에 관련 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옳았을 것이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교육위원회, 그리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RCEP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 관련 모든 위원회는 검토보고서조차 작성하지 않았으니 한숨만 나온다.

 

행정부가 국회의 비준 동의안 처리를 의례적인 통과절차로 간주한 오만한 태도도 문제지만, 국회도 무책임한 의정 처리와 관련해 질책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행정부가 관련 법에 규정된 절차는 준수했나 

국회 상임위에서 전윤종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한국은 (RCEP 회원국)15개국 중에 가장 엄격하게 국내 절차를 진행했다"고 답변했다.

 

과연, 우리 행정부가 산업부 전윤종 통상교섭실장이 옳은 말을 한 것일까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제3항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른바 헌법에 규정된 조정보상의 원칙을 강행규정으로 명문화한 한 것이다.

 

코로나 19 피해 보상금도 조정보상의 원칙에 따라 관련법이 제정됐고, 해당 법률에 따라 보상금이 지급됐다.

 

(1) 농어업인에 대한 피해 보상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FTA 농어업법)’에 따르면, 정부는 협정의 이행이 농어업 생산감소 및 농어가 소득감소 등 농어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ㆍ분석하여 그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리고, 농어업인 등의 피해에 대한 보전대책, 농어업인 등의 지원을 위한 관련 제도의 개선 방안 및 그 밖의 농어업인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농업업인등 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MB 정부시절, 한미 FTA 체결과 관련해 광우병 파동으로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20111124일 농림수산식품부는 협정 발효 후 15년간 농어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누적 피해액만 126683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하면서, 정부는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업 분야를 돕기 위해 당초 2007년부터 2017년까지 221천억 원의 FTA 피해대책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쌀 직불금을 비롯해 농민들에게는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집행된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국회에 이번에 제출한 ‘RCEP 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생산액은 20년간 평균 77억원, 20년 누적 1,531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열대과일류 수입 증가로 국내 과일 생산액 감소분(연평균 40억원)이 전체 농업생산액 감소분의 52.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도 이러한 (RCEP에 대해 영향) 분석결과가 계산 가능한 부분에 한해 매우 보수적으로 추정된 수치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고, 민감품목의 경우 보다 정밀한 단계의 부분균형분석이나 정성분석 등이 연이어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알셉 자체에 대해서 영향이 크다거나 대책이 부족하다이런 논의는 농업계에서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업계에서는,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농업계와 소통하는 자리를 갖지 않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농민단체 대표자 등과 몇 차례 협의회를 했지만, 협의가 아닌 설명의 자리였을 뿐이고, “농업계가 우려하는 원산지 통합규정의 파급력 등을 감안, 실질적 피해액 산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비례대표) 조태용 의원은, “국내 과수 생산액이 연 45천억원이나 되는데 정부가 피해액을 너무 축소해서 보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공청회를 열어 농산품 피해를 점검하고 농민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관련법에 규정된 피해 영향조사도 부실하게 진행했고, 업계와의 소통도 부족했고, 정당한 보상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은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2) 중소상공인과 근로자에 대한 피해보상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무역조정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고용노동부장관은 무역조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무역조정지원 종합대책을 공동으로 수립하여야 하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고용노동부장관은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으로 인하여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한 피해와 무역조정의 실태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산업통상부가 올해 630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RCEP 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이나 사라질 일자리 관련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해당 보고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그리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중소벤처기업부나 고용노동부는 참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영향 조사가 허술하게 진행되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06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FTA로 무역피해를 입은 기업은 총 171개사로 나타났다.

 

중국의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봉제, 완구, 신발 등의 노동집약적 산업은 상당 부분 아세안 국가로 이전했기 때문에, 국내의 노동집약적 영세 소공인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FTA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은 사실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 분명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피해 영향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지극히 잘못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56월 발표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자유무역협정 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농수산 시장 개방 충격 최소화를 위해 발효 이후 10년간 4783억원을 지원하는 보완 대책을 수립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155월 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포함한 4개 국책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FTA 영향평가라는 용역보고서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20156월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 3쪽에, ‘·FTA 체결 후 10년 동안 제조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53,964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되지만, 농수산 분야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16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세한 중소상공인 산업 분야별 피해 예상 손실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언급도 없었다.

 

이후 중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영향평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정부는 산업연구원에 추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의 용역보고서는 국회의 비준처리가 끝난 이후인 20161월에 발표됐다.

 

산업연구원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소상공인에 대한 체계적인 DB의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중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영향조사에 필요한 통계나 기초자료조차 없어 피해 영향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한심한 행정처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5년 한중 FTA 체결과 관련해,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분야의 피해 영향조사 시늉이라도 냈었지만, 올해 RCEP과 관련해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피해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FTA체결 관련 절차 이행이 조금씩이라도 개선되지는 못할망정, 점점 더 엉터리로 처리되고 있어 걱정이다.

 

전윤종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이 국회 상임위에서, "한국은 (RCEP 회원국)15개국 중에 가장 엄격하게 국내 절차를 진행했다"고 발언했는데, 이 발언은 사실과 분명히 다른 까닭에 국회증인감정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짙다.

 

그리고, 전윤종 실장이, "비준 과정은 조속히 마치고, 대책은 (이후에)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게 국익에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는데, 관련 법에 규정된 취지와 정반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사전 피해영향 조사와 정당한 보상이 원칙이기 때문에 전후가 뒤집힌 것이다.

 

CPTPP 가입 관련 정부가 해야 할 일

지난 27일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내년 4월경 CPTPP 가입신청서 제출을 목표로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CPTPP(Comprehensive·Progressive Trans-Pacific Partnershi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칠레,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페루, 베트남, 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2018년 말 발효됐다.

 

지난 27일 홍남기 부총리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민감 분야 파급효과와 보완대책 방향을 논의하고 대외적으로는 내년 의장국인 싱가포르, 부의장국 멕시코·뉴질랜드를 비롯한 회원국과 비공식 접촉·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관련 공무원은 비밀이라며 피해영향 평가 보고서의 공개를 거부했다. 피해당사자들이 볼 수도 없는 것이 옳다면 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피해영향조사 용역을 진행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대선 관련 정치권이 혼란한 틈을 타고, RCEP 사례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두루뭉술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이 자타가 공인하는 ‘FTA 강국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할 처지에서, FTA 체결을 통해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거센 코로나 19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도 수출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로서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것은 최소한 준수해야만 할 것이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할 일은 해야만 하는 것이다. 엉터리 처리가 버릇으로 굳어버리지 않을지 걱정이다.

 

조약은 헌법 정신에 따라 국내법에 우선하여 적용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 대상도 아니다. 방대한 양의 서류를 제대로 읽어 볼 시간도 없이, 수많은 경제적 약자들의 생존권이 걸린 중대한 사안을 졸속처리한 것은 지극히 잘못된 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관심을 촉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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