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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애이불비, 뜨거운 우리의 것을 만나다, 뮤지컬 <아리랑>: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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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애이불비, 뜨거운 우리의 것을 만나다, 뮤지컬 <아리랑>

김미령 | 기사입력 2015/08/29 [06:01]

(공연리뷰)애이불비, 뜨거운 우리의 것을 만나다, 뮤지컬 <아리랑>

김미령 | 입력 : 2015/08/29 [06:01]


(사진제공:신시컴퍼니)

[내외신문=김미령기자] 뮤지컬 리뷰

어쩌면 우리 민족이기에 느낄 수 있는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어느새 전부 일어서 함께 하는 커튼 콜. 무대 위 아래의 모든 사람이 부른다, 우리의 노래 ‘아리랑’을.

조정래의 대하소설, 12권이 원작인 뮤지컬 은 돈 때문에 아들을 하와이로 보내야만 했던 감골 댁 가족과 양반이었으나 모든 것을 뒤로하고 독립운동가로 살아가는 송수익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민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기쁠 때나 슬플 때 언제나 삶 가운데 흐르는 우리의 노래, 아리랑을 변주한다.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지기까지 3년의 긴 시간을 투자한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뮤지컬은 연극과 뮤지컬에서 본인만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고선웅 연출이 직접 각색했다. 작곡에 김대성, 안무에 김현, 무대디자인에 박동우, 조명에 ‘댄싱섀도우’로 인연이 깊은 사이먼 코더(Simon Corder), 의상에 조상경, 영상디자인에 고주원, 최고의 크리에이티브들이 유감없는 힘을 더했다.


1막에선 순박한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힘을 앞세워 폭력을 행사하는 일본의 폭정 속에 사랑과 소망, 삶을 짓밟힌다. 끝내 그들이 고향을 뒤로 하고 만주로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2막에서는 먼 타국에서도 끈질기게 투쟁하는 이들과 목숨을 담보로 지난한 삶을 버텨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라도에서 하와이, 만주, 일본을 넘나들고 등장하는 인물만 500여명이 나오는 대하소설을 세시간정도의 뮤지컬로 각색하다보니 원작과는 설정 자체가 달라진 부분이 있지만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제대로 담겨 고스란히 전달된다. 일제의 폭정 속에 무너진 우리민족의 삶과 인권, 목숨을 담보로 싸워야만했던 독립운동 등.

독립운동이란 좁은 의미로 열사들의 활동이겠지만 넓게 보면 고통 속에도 조국을 위해 각자의 삶을 버텨내는 모두의 삶이 아닐까. 짓밟히는 수국이와 옥비의 모습은 마치 당시의 조선 같다. 싫다고 몸부림쳐도 거대한 힘 앞에 사정없이 유린당하는. 고운 내 사람 하나 지켜낼 힘조차 맘대로 할 수 없어 절망하는 득보의 모습은 민족 전체를 대변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 저항하고 투쟁해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오늘과 내일을 살아간다는 것은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다. 오래 전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해지니 말이다.

그리 험한 일을 겪으면서 수국이와 득보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어떤 험한 일이 있어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란 사랑, 그 하나라고 말한다. 한스러운 세상, 소박한 꿈 하나 가질 수 없었던 시간을 살아가지만 마음만은 험한 세상에 침범당하지 않고 고운 내 님만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신분과 특혜를 버리고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송수익과 이 나라가 내게 해준 것이 무엇이기에 라고 외치며 일제의 앞잡이로 움직이는 양치성. 두 사람의 대비는 극명하고도 서글프다. 누구나 송수익이길 꿈꾸지만 현실 앞에 양치성이 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에 알았을까, 자신도 조선의 아들이며 실은 알고 있었고 떳떳하고 싶었다는 걸.

일본은 자신들이 먼저 문명국이 되었으니 미개한 우리민족을 돕겠다는 우습지도 않은 명분을 들고 침략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강력한 문명의 힘을 들고 평화로운 나라를 짓밟은 것 뿐이다. 그래서 이육사(절정), 김수영(풀), 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사는 진한 감동으로 남는다. 민족의 저항정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까, 라이선스 뮤지컬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벅참을 선사한다.

미선소에서 일하던 수국이 유린당하는 장면에서 수국꽃잎이 피어나거나 1막 마지막 만주로 떠나는 장면에서 흩어지는 눈보라처럼, 소도구를 최소화하고 LED스크린을 이용한 무대는 프리뷰 초반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자연스레 극의 진행을 돕고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야하는 극의 특성상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로도 훌륭했다.

배우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훌륭하다.

독립 운동가로 높은 기개를 잃지 않는 송수익 역에 서범석, 안재욱, 그를 사모하는 옥비 역으로 멋진 소리로 작품을 빛내고 있는 국립 창극단의 이소연, 옥비의 오라비로 수국이를 사랑하는 득보 역에 이창희, 김병희, 짓밟히고 서러운 세월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여인 수국이 역에 임혜영, 윤공주, 아들을 하와이로 보내고 꽃 같은 딸의 아픔을 지켜봐야하는 어머니 감골 댁 역에 김성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가장 안타까운 인물 양치성 역에 김우형, 카이, 시대의 아픈 모습을 대변하는 또 한사람의 외로운 인물 수국의 오빠이자 감골댁의 아들 방영근역에 박시범 배우등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들이 마음을 다해 함께 한다.

제의가 왔을 때 한사람도 거절하지 않았다는 일화마저 감동적인 것은 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삶에 흐르고 있는 노래이기에. 9월 5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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