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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화려함과 섹시함으로 포장한 신랄한 블랙코미디

편집부 | 기사입력 2015/06/30 [14:26]

(리뷰) 화려함과 섹시함으로 포장한 신랄한 블랙코미디

편집부 | 입력 : 2015/06/30 [14:26]


뮤지컬 ‘시카고’오리지날 내한 공연

 

[내외신문=김미령 기자]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며 스토리의 진행방식이 아닌 장면의 특징을 살리는 컨셉 뮤지컬이다. 거의 100년 전 이야기지만 여전히 신선하고 매력적이며 그 어떤 뮤지컬 보다 세련되고 섹시하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두 번째 롱런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뮤지컬이다.

 

뮤지컬 ‘시카고’는 A Brave Little Woman(1926년/모린 달라스 왓킨스(Maurine Dallas Watkins)이 원작으로, 연극으로 먼저 공연되었다. 연극을 바탕으로 무성영화가 제작 되어 흥행했으며 1975년 브로드웨이의 밥 퍼시(Bob Fosse)가 뮤지컬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0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초연,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이후, 각 시즌마다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으며 2014년 10번째 시즌에 이어 2015년 여름, 최고의 오리지널 팀이 내한했다.

 

남편과 동생의 불륜을 목격하고 두 사람을 살해한 벨마 켈리. 그러나 보드빌 무대에서 돈을 벌던 때 보다 감옥에서 더 핫한 인기 스타다. 쿡 카운티 교도소장인 마마 모튼의 도움으로 이슈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기 때문.

 

그러던 어느 날, 순진한 남편 몰래 만나던 내연남이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로 죽여 버린 록시 하트가 들어온다. 부패했지만 성공률 100%의 변호사 빌리 플린에 모든 관심을 빼앗기게 되자 속이 탄 벨마는 손을 잡으려 하지만 록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살인, 섹스, 불륜, 사기 그리고 재즈. 한 가지도 버거울 법한 주제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장 추악한 범죄이자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는 죄인 살인마저도 쇼가 되고 상품이 된다. 버거운 이야기들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역시 음악의 힘이 크다. 1920년대 빅밴드를 중심으로 한 재즈는 세련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음악에 취해서일까, 어마 무시한 이야기들보다 섹시한 배우들의 모습을 더 보고 즐기게 되는 것이다.

 

오래 전의 이야기인데도 마치 어느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되는 것 역시 신선하다. 이야기의 흐름보다 중요한 것은 보드빌 무대의 컨셉으로 시작점이 되는 ‘All that Jazz', 여섯 명의 미녀 죄수들이 자신들의 죄를 정당화하는 ‘Cell Block Tango’등의 무대는 파격적이고 화려하다.

 

온통 시스루 룩에 잘 빠진 남녀 배우들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무대 정 중앙에 자리한 음악감독과 빅밴드이다. 이야기의 진행 속에 슬쩍 끼었다가 빠져나가는 음악감독과 작품전체를 완전히 주도해 나가고 있는 음악의 흐름은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루할 틈 같은 건 허락하지 않는다.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어 배우들의 동선은 조금 아쉽지만.

 

관능적인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보다보면 아주 가볍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나 1920년대의 시카고는 범법 행위가 매일같이 대서특필 되고 관심이 향하는 곳에 돈이 모였다. 살인범이어도 예쁘고 섹시하면 언론플레이를 통해 사기를 치고 스타가 되었으며, 구멍투성이인 형법제도와 황금만능주의의 만연으로 사회는 썩을 대로 썩어있었다고 당시 사회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쁘고 섹시한 여자 살인범이 주인공인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포장만 잘하면 살인조차 상품이 되는 시대의 악을 풍자한 것이다. 게다가 수완 좋은 빌리 플린은 당시의 언론을 싸구려 저널리즘으로 비꼰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기사거리가 되는지 파악하고 있을 정도였던 것.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불행하게도 기시감이 든다. 1920년대의 시카고는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이기도 한 때문이다.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특종이라며 일단 선정적인 보도부터 하고보는 언론, 여전히 황금만능주의, 외모 지상주의에서 성장은커녕 더 심각한 늪에 빠져 버린 사회. 세상 어디에나 있는 진실을 화려함과 섹시함으로 세련되게 꼬집고 있는 것이다.

 

자막에서도 리듬과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신나는 쇼 뮤지컬, 시원한 음악과 섹시한 배우들이 넘쳐나는 멋진 블랙 코미디, 뮤지컬 ‘시카고’. 빅밴드 재즈 선율에 사회 풍자를 더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오는 8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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