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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수 기자의 구중단상] 선거철이면 당부하고 싶은 말

추연수 | 기사입력 2014/03/26 [12:07]

[추연수 기자의 구중단상] 선거철이면 당부하고 싶은 말

추연수 | 입력 : 2014/03/26 [12:07]


[내외신문] 6월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매 선거철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선거철이면 온 나라가 소속한 당을 떠나 서로 헐뜻고 비난하며, 헛 공약에 헛 소문까지 난무하는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만 남아 취임 후 재임기간 내내 그 상처를 치유하느라 고생들이 많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약속을 지켜주고, 잘 화합하여 잘 살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왠지 다른 종족이나,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처럼 국민들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들이 정복할 세상만 보고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공자께서는 “군자는 화합을 이루면서도 똑같지는 아니하고 소인은 똑같으면서도 화합 하지 못한다.”[君子는和而不同하고小人은同而不和니라.]고 했다.≫

공자가 유랑생활 13년 때 송나라에서 습격을 받았을 때에도 공자는 태연히 “하늘이 나에게서 덕(德)이 나오게 했는데 환태(患殆)가 나를 어찌 할 수 있겠느냐?”며 하신 말씀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나와 다른 사람들과도 화합하지만 그들이 나와 같아질 것을 바라거나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동이불화(同而不和)는 나와 같은 사람만 善이요 同志이고 나와 다른 사람과는 화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한쪽에 서길 강요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다. 여당편이냐, 야당편이냐, 진보냐 보수냐, 좌익이냐 우익이냐를 하염없이 따지고 들며 편을 가르고 싸움질을 한다. 더 나아가 일등이 되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고, 다른 사람을 인정하면 큰 손해를 볼 것 같은 피해의식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지 않으면, 생각이 같지 않으면 곧 악(惡)이요 적(敵)으로 규정하고 서로를 비난하고 해치려고 한다. 그야말로 諸者不義 耽辱侈?(제자불의 탐욕치호 - 모든이가 불의하고 욕보임을 즐겨하며 사치하고 짐승처럼 먹을 것을 찾아 울부짖는다)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이것은 파국의 징조다. 소돔과 고모라가 그러했고, 로마가 그러했고, 당쟁의 소용돌이로 결국 나라를 잃었던 조선이 그랬다.

나라가 번성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려면 공자가 말씀하신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에게 있어 화이부동은 오로지 국민과 나라를 걱정하고 위하는 충성심이 그 뿌리가 된다.

또 하나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에 같이한다는 뜻으로, 자기의 지덕(智德)과 재기(才氣)를 감추고 세속을 따름을 이르는 말이다.

이 화광동진(和光同塵)이란 《노자(老子)》에 나오는 것으로, 자기의 지혜와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인과 어울려 지내면서 참된 자아를 보여준다는 뜻이다.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 이목구비를 막고 그 문을 닫아서, 날카로운 기운을 꺾고, 혼란함을 풀고, '지혜의 빛을 늦추고[和其光]', '속세의 티끌과 함께하니[同其塵]', 이것을 현동(玄同)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친해질 수도 없고, 소원해지지도 않는다. 이롭게 하지도 않으며, 해롭게도 하지 못한다. 귀하게도 할 수 없으며, 천하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천하에 귀한 것이 된다[知者不言 言者不知 塞其兌 閉其門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是謂玄同 故不可得而親 不可得而疏 不可得而利 不可得而害 不可得而貴 不可得而賤 故爲天下貴]."

참으로 아는 사람은 그 아는 것을 구태여 말하지 않으니, 말이 많은 사람은 진정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진정한 앎이 있는 사람은 그 이목구비를 틀어막고, 지혜의 문을 닫으며, 지혜의 날카로움을 꺾고, 지혜 때문에 일어나는 혼란을 풀고, 지혜의 빛을 늦추고, 그리고 속세의 티끌과 하나가 되니, 이것을 현동(玄同)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동의 사람에 대하여는 친해질 수도 없고, 멀어질 수도 없으며, 이득을 줄 수도 해를 줄 수도 없고, 귀하게 할 수도 천하게 할 수도 없으니, 천하에 가장 귀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도(道)는 언제나 무위(無爲)하면서도 무위함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노자의 도가사상(道家思想)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화광동진'과 '현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할아버지의 말씀이 기억난다.

“나라가 흥하려면 선비가 서울로 가고, 나라가 망하려면 제 고향으로 내려간다.”

“장사치와 말재주꾼들이 다투어 도읍에 모이는 것을 보거든 고향에서 후학을 기르며 조용히 살아라.” 하신 할아버님의 말씀이 요즘 왜 그리도 생각나는지...

선거철을 앞두고 우리 정치인들에게 이것저것 말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그저 화이부동(和而不同)과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두 구절을 생각하며 선거에 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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