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49재
김미화 시인
산수유 노랗게 눈 뜨는 이른 봄날에 지우지 못한 그리움으로 편지를 씁니다. 꽃망울마다 맺힌 사연 올올이 풀어가다 보면 당신의 음성이 소쩍새의 먼 울음소리로 들려옵니다. 가지 많은 나무로 바람만 타다 우리 곁을 황망히 떠나시던 그날부터 내 눈가에는 눈물만 글썽입니다. 예쁘지 않아도 예쁘게 봐주시고 좋지 않아도 좋게 봐 주시고 싫은 것이 있어도 꾹 참았던 그 침묵이 당신의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 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나에게 천사 같은 아가야 내 아들과 살아 줘서 고맙다는 그 말씀은 세상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어 내 상처를 따뜻하게 치유해 주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제야 당신의 뜻을 알 것만 같습니다 길모퉁이 돌아서는 봄바람이 당신이라는 것을 어두운 밤 북극성처럼 떠있는 별이 당신이라는 것을 산수유처럼 소박한 우리 어머니 오늘이 바로 당신이 머물었던 이승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슬픔도 아픔도 없는 꽃잎같이 봄길 따라 가볍게 가십시오. 이제 여기 일이랑 다 잊어버리고
김미화 시인
1992년 한국재림문인협회 등단. 2002년 재림문인협회 우수상. 2006년 "한국현대시선" "청계천에서" 우수상. 2008년 "문학세계" "침묵의 빛장" 외4편 시부분 우수상. 한국삼육대학 신학과 졸업. 강서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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