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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이에서 살아남기

노춘호 | 기사입력 2013/01/24 [09:16]

60% 사이에서 살아남기

노춘호 | 입력 : 2013/01/24 [09:16]

필자는 서울 사람이다.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것은 없지만 지방이 고향인 사람들이 애향심을 가지고 있듯 필자도 서울에 대한 사랑과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름 대통령으로 서울·경기 출신인 사람이 한 번 쯤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 경기 출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감정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또 서울경기 출신 정치인을 중심으로 지역적으로 독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얼마 전 지면 언론 매체에 나온 ‘전라도 사람’으로 살기라는 칼럼을 읽고 가슴에 응어리 진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한편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필자가 잘 아는 한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근무하는 회사는 호남 출신 사람들이 거의 60% 이상으로 회사의 위치는 서울이건만 호남지역 사람들의 득세가 눈에 띨 정도란다.
특히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호남지역 출신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자연스레 모임 아닌 모임이 형성된다고 한다. 현재도 필자의 지인은 이런 60%의 틈바구니에서 직장 생활을 하느라 이리 치이고 저리 차이면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얘기를 들으면 위에 언급한 칼럼을 쓴 분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아마도 여지 것 밟히며 살아와 서로 간 향토애를 느껴 서로 보호해주며 이끌어 주기 위해 단합을 했을 거라는 답 정도면 다행이고, 그 동안 당해 왔다는 피해의식에서 심하면 그들만의 직장을 만들고 타 지역 사람들에 대해서는 완전히 배척시키거나 따돌리는 것이 합당하다는 얘기는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또 고향을 내려 갈 때 넓게 잘 닦여진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경부고속도로를 타다 호남 고속도로로 들어가며 왜소해 짐을 느껴다는 말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 최초 경부고속도로를 경제적 이유로 건설한 후에 다음 건설 된 고속도로는 호남행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타 지역은 고속도로 자체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후로도 고속도로 건설은 호남이 주를 이루며 고속도로 건설도 대형 공사였던 곳은 대부분 호남과 관련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항은 도로공사 연혁에도 자세하게 나타나 있는 부분이다.

경상도와 비교해 초라함을 느끼며 이때부터 호남의 정체성이 싹터다는 대목도 정체성이 아니라 아마도 피해의식 싹튼 거 아닌가 싶다. 본인이 아니라고 부정해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바로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것이 쌓이고 쌓여 호남 스스로의 트라우마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어 인종 차별과 지역감정에 대한 언급도 적당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
차별 받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야 같을지 몰라도 인종과 지역을 어떻게 비교하겠는가. 이렇듯 하나부터 일일이 열거하면서 비교하자면 끝이 없는 것이다.

특별히 공직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지역향토색, 향우회는 공직 사회를 좀 먹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아는 공직생활을 하는 또 다른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부서의 게시판에 아무런 내용도 없이 ‘전주 집 저녁 6시 30분’ 이라는 내용의 글이 붙어 있으면 그날은 호남향우회 모임이란다. 그들만의 지역 모임이기 때문에 다른 부수적인 내용은 판서를 하지 못하고 달랑 몇 글자만 남겨도 호남 출신 공무원들은 다 인식하고 모인단다.
선거 때 호남에서 나오는 투표율과 득표율에 대해서 거론 하지 말라는 얘기가 이런 비효율적인 지방색 모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내용은 꺼내 놓지 못하면서 괜한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호남사람들이나 호남 사람들의 표적이 될까 조심스런 마음에 지역감정에 대한 내용을 터부시해 대화의 주제로 꺼내지 못하는 타 지역 사람들 모두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역감정은 진정 소비적이고 아무 쓸모없는 논제인데 불구하고 벌써 수 십 년을 곱씹어 이어 오고 있다. 향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대국적인 차원에서 대통합을 이루고자 하고 있는데 앞에서는 48%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며 뒤에서는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있는 민주통합당도 문제다.

동반자 입장으로 가지 않더라도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선거가 끝난 시점부터 새해가 바뀐 현재까지 계속 지역감정에 대한 발언으로 편을 갈라 물의를 빚고 있지 않은가. 과연 이런 모습이 보기 좋을 수 있겠는가.
국민들은 갈라진 한국이 아닌 통합된 한국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민주통합당과 호남지역 사람들은 이제라도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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