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서울 사람이다.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것은 없지만 지방이 고향인 사람들이 애향심을 가지고 있듯 필자도 서울에 대한 사랑과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름 대통령으로 서울·경기 출신인 사람이 한 번 쯤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지면 언론 매체에 나온 ‘전라도 사람’으로 살기라는 칼럼을 읽고 가슴에 응어리 진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한편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필자가 잘 아는 한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근무하는 회사는 호남 출신 사람들이 거의 60% 이상으로 회사의 위치는 서울이건만 호남지역 사람들의 득세가 눈에 띨 정도란다. 이러한 얘기를 들으면 위에 언급한 칼럼을 쓴 분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아마도 여지 것 밟히며 살아와 서로 간 향토애를 느껴 서로 보호해주며 이끌어 주기 위해 단합을 했을 거라는 답 정도면 다행이고, 그 동안 당해 왔다는 피해의식에서 심하면 그들만의 직장을 만들고 타 지역 사람들에 대해서는 완전히 배척시키거나 따돌리는 것이 합당하다는 얘기는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또 고향을 내려 갈 때 넓게 잘 닦여진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경부고속도로를 타다 호남 고속도로로 들어가며 왜소해 짐을 느껴다는 말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 최초 경부고속도로를 경제적 이유로 건설한 후에 다음 건설 된 고속도로는 호남행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타 지역은 고속도로 자체가 없었다는 말이다. 경상도와 비교해 초라함을 느끼며 이때부터 호남의 정체성이 싹터다는 대목도 정체성이 아니라 아마도 피해의식 싹튼 거 아닌가 싶다. 본인이 아니라고 부정해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바로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것이 쌓이고 쌓여 호남 스스로의 트라우마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어 인종 차별과 지역감정에 대한 언급도 적당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 특별히 공직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지역향토색, 향우회는 공직 사회를 좀 먹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아는 공직생활을 하는 또 다른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부서의 게시판에 아무런 내용도 없이 ‘전주 집 저녁 6시 30분’ 이라는 내용의 글이 붙어 있으면 그날은 호남향우회 모임이란다. 그들만의 지역 모임이기 때문에 다른 부수적인 내용은 판서를 하지 못하고 달랑 몇 글자만 남겨도 호남 출신 공무원들은 다 인식하고 모인단다. 실질적인 내용은 꺼내 놓지 못하면서 괜한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호남사람들이나 호남 사람들의 표적이 될까 조심스런 마음에 지역감정에 대한 내용을 터부시해 대화의 주제로 꺼내지 못하는 타 지역 사람들 모두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동반자 입장으로 가지 않더라도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선거가 끝난 시점부터 새해가 바뀐 현재까지 계속 지역감정에 대한 발언으로 편을 갈라 물의를 빚고 있지 않은가. 과연 이런 모습이 보기 좋을 수 있겠는가.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내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