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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그 날이 오면....,뮤지컬 <공동경비구역JSA>

편집부 | 기사입력 2015/11/12 [17:21]

(공연리뷰)그 날이 오면....,뮤지컬 <공동경비구역JSA>

편집부 | 입력 : 2015/11/12 [17:21]


사진제공/창작컴퍼니다 [내외신문=김미령 기자]언젠가 우리 집에 놀러와 우리엄마 집 밥 같이 먹었으면. 아직은 멀고 먼 소원이 자랐다. 커져가는 애정만큼 자라는 소원은 애달프다.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있다. 남한군과 북한군의 끈끈한 우정에 가슴이 시린 것은 ‘적’이지만 또한 ‘형제’이기 때문인 것을. 뮤지컬 ‘공동구역 JSA’(연출 최성신)은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을 원작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인한 남북한 군의 갈등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휴먼드라마이다. 전쟁과 휴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념과 개인의 갈등이 아닌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대원들과 비무장 지대를 순찰하던 김수혁은 실수로 지뢰를 밟아 역시 순찰을 돌던 북한군 오경필, 정우진과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가운데 놓고 마주보고 있던 그들은 그 일을 계기로 우정을 나누게 된다. 비밀스런 만남이 계속되던 중 갑작스런 김일성의 죽음으로 인해 전방은 긴장감이 팽배해지는데....... 영화와 달리 뮤지컬 JSA에서는 50년 동안 계속된 ‘증오의 조건반사’와 이로 인해 반복되는 비극적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부각되지 않았던 남북한의 ‘동포애’와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의 개인사가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남북한 병사들 간의 총격전에 얽힌 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50년 전, 거제포로수용소에서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해 발생한 형제의 비극-베르사미의 아버지와 삼촌에게 일어났던 참혹한 과거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이 두 가지 사건의 대비와 배치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극명하게 그리고 있다. 참으로 소소하다. 잡지 몇 장, 담배, 라이터, 과자, 여자 사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선물을 준비한다. 설렜을까, 전해줄 생각을 하면서. 보초를 서면서 얼굴은 알지만 ‘적’에 불과했던 수혁과 경필, 우진. 한번 놀러와 했던 것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매일이 된다. 어느 새 형이 되고 동생이 된다. 금기된 법을 뒤로할 수 있었던 것은 김수혁의 호기심 때문일까, 아니면 서로를 향한 시선에 온도가 생겼기 때문일까  따뜻한 온기에 자란 소망은 여린 싹을 틔우고 겁도 없이 자란다. 그토록 따뜻했기에 사건은 슬프다못해 처절하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할 수 없다고 증명한 게 되었다. 절명의 순간이 다가오면 주고받는 눈빛, 함께 지낸 시간들에 가득하던 햇살은 사라지는 것이다. 마치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토록 따르고 아끼던 사이가 되었지만 역사가 축적해 놓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개인이 나눈 인간적 관계란 얼마나 희극적이며 비극적인가. 마지막까지 진실을 덮으려는 남북한의 태도, 진실을 규명하려했으나 배척당하는 베르사미. 하지만 그는 이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아버지를 오히려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삶이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묘한 상황과 입장을 그는 알게 된 것이다. ‘베르사미’가 아닌 ‘김성민’이란 이름을 입에 올리는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을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꼭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진심’을 알 수 있는 것이니. 사상과 이념이라는 허울에 갇혀 더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세상은 가엾다. 개인에게 틈을 주지 않을 것처럼 견고해보이지만 결국 그 또한 사람이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 다리를 건너 형제를 향해 나아가던 발걸음. 오늘은 조금 아팠을 지라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사건을 수사하는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 역에 이건명, 이정열, 임현수, 호기심 많고 정 많은 가진 남한병사 ‘김수혁’ 역은 김승대, 정상윤, 강정우, 현성(보이프렌드), 산전수전 다 겪은 군인으로서 카리스마와 냉철함을 지니고 있지만 다정한 마음도 함께 가진 북한 상병 ‘오경필’ 역에는 최명경과 홍우진, 김수혁과 함께 북한 초소에서의 밀회에 동참하는 ‘남성식’ 일병 역은 이기섭, 배승길, 장난기 많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북한 전사 ‘정우진’ 역은 주진하와 정순원, 이 밖에 정용현, 이윤형, 이제이, 박종현, 김은총, 장민수가 함께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현실을 뛰어넘어 함께 하는 꿈을 틔우게 하는 뮤지컬 는 12월 6일까지 대명문화공장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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