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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비리연루직원 엄중처벌, 안하나  못하나?

최주호 | 기사입력 2014/09/17 [13:09]

국기원 비리연루직원 엄중처벌, 안하나  못하나?

최주호 | 입력 : 2014/09/17 [13:09]


2014 세계태권도한마당 행사대행 용역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국기원 고위직원이 연루된 비리사실이 들통난 가운데 국기원이 뒤늦게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김현성, 조사위)를 구성해 지탄을 받고 있다.

태권도계에서는 국기원이 비리사실을 한마당대회 조직위로부터 이미 통보받아 알고 있었으면서도 대외적으로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꺼려해 눈치만 보다가 일선 지도자들이 들고 일어나며 여론이 악화되자 명목상의 형식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곱지않은 시선이다.

한 태권도인은 “국기원에 분명히 감사제도가 있을텐데 감사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사건처럼 중차대한 부정 비리사실이 발견이 되었다면 즉시 감사가 이를 신속히 처리하면 될 것을, 감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직무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국기원정관을 보면 ‘제9조(임원의 직무) ④항에서 감사의 직무에 대해 명확히 명시되어 있고, 각1호(국기원의 업무, 재산상황 및 결산에 대한 감사), 2호(이사회 운영과 그 업무에 관한 사항을 감사)에서 불법 또는 부당한 사항을 발견한 경우 지체 없이 이사회에 보고 또 소집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 조사위 김현성 위원장은 “국기원이 아닌 밖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선을 그으며, “국기원 직원이 관련된 사건이라 조사위에서 충분한 조사를 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사법기관에서 현재 진행중인 사건이라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수위에 관한 결정은 사법기관에서 처리되는 것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국기원과 포항시가 공동주최를 했지만 주관 측이 세계태권도 한마당대회 조직위원회인 만큼, 세계태권도 한마당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어패논란을 낳고 있다.

태권도인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조직위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도 상위기관인 국기원의 행사이므로 국기원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처리해야 하고, 비리사실이 발각된 내용만으로도 사법기관에 정식적으로 수사를 의례하여 더한 의혹을 없애야한다. 또한 사건의 혐의자는 사건은폐를 획책할 수도 있으므로 이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직무에 관한 모든 권한을 정지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7월 24일 한마당 조직위원회(위원장 김일문)는 국기원 직원 이 모씨가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용역업체 평가위원 위촉과 심사위원 점수표 조작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했고, 이를 국기원에 공문을 발송해 불법적인 행위를 한 이 모씨에 대한 인사조치와 법적책임을 물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국기원 측은 세계태권도한마당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모씨를 조직위 실무책임자 직위에서 해촉하는 선에서 이 사건을 일단락 짓고 이 씨에 대한 인사문제 및 법적책임 등은 행사가 종료된 뒤 진행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한마당이 끝나고 나서도 이 씨에 대한 인사조치 및 법적책임 등 후속조치가 진행되지 않자 한마당 조직위는 지난 8월 29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씨에 대한 비리의혹을 전면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국기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뒤늦은 9월 1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위에서 파악한 이 씨의 비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이를 오늘(17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태권도인들이 요구하는 엄중처벌 의지는 없어 보인다.

많은 태권도인들은 이번 사건의 비리연루자를 엄벌에 처해 일벌백계의 본을 삼게 하고, 이를 계기로 국기원 인사와 행정에 투명성이 담보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례처럼 시간만 끌다가 유야무야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뒤, 잊혀질만 하면 제자리로 돌려놓는 관행을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 태권도신문 편집국장으로 오랜 태권도계 패악을 수술하며 개혁을 이끌었던 박완규 GTN TV 주필은 "최근 밝혀진 서울시태권도협회 조직적 비리에서 보듯 복마전의 폐습에 젖어있는 기득권 태권도인들간의 얽히고 설킨 비리고리 탓에 악의축을 끊어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라는 격으로 모두 한통속이니 징계를 주는 쪽이나 징계를 받는 쪽 모두 비위사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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