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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속도감 있게 승부 걸길

박근종 | 기사입력 2023/03/19 [17:23]

[박근종 칼럼]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속도감 있게 승부 걸길

박근종 | 입력 : 2023/03/19 [17:23]

세계 각국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첨단 반도체 확보를 둘러싼 치열한 글로벌 각축전이 불꽃 튀는 전쟁을 방불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핵심 성장 엔진이자 안보 전략 자산으로 일자리와 민생과도 직결된 첨단산업 육성 청사진을 제시하고 총력전에 돌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가 첨단산업 육성전략’ 및 ‘산업벨트조성계획’을 발표했다.

▲ 사진/박근종 칼럼리스트    

 

우선 ‘국가 첨단산업 육성전략’으로 ▷초격차 기술력 확보, ▷혁신 인재 양성, ▷지역 특화형 클러스터(Cluster │ 집적단지), ▷튼튼한 생태계 구축, ▷투자특국(投資特國), ▷통상역량 강화 등의 세부 육성전략을 세우고, ▷반도체(340조 원), ▷디스플레이(62조 원), ▷이차전지(39조 원), ▷바이오(13조 원), ▷미래차(95조 원), ▷로봇(1조 7,000억 원) 등 6대 첨단산업에 2026년까지 550조 원 규모의 민간 주도 투자를 유도한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파격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승부수를 띄워 핵심 인재 양성과 투자 유인 강화를 통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무역수지가 갈수록 악화일로(惡化一路)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키우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반기며 환영한다.

 

다음 ‘산업벨트조성계획’으로 ▷수도권(1개 단지)에서는 용인(710만㎡ │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대전·충청권(4개 단지)에서는 대전(530만㎡ │ 나노·반도체·항공우주), 천안(417만㎡ │ 모빌리티·반도체), 오송(99만㎡ │ 철도), 홍성(236만㎡ │ 수소·미래차·이차전지), ▷광주·호남권(4개 단지)에서는 광주(338만㎡ │ 미래차), 고흥(173만㎡ │ 우주산업), 익산(207만㎡ │ 푸드테크), 완주(165만㎡ │ 수소저장·활용산업 특화), ▷경남권(1개 단지)에서는 창원(339만㎡ │ 방위·원자력산업), ▷대구·경북권(4개 단지)에서는 대구(329만㎡ │ 미래차·봇산업), 안동(132만㎡ │ 바이오의약), 경주(150만㎡ │ 소형모듈 원전), 울진(158만㎡ │ 수소생산), ▷강원권(1개 단지)에서는 강릉(93만㎡ │ 천연물 바이오) 등 전국 6개 권역 15개 지역 4,076만㎡(약 1,200만 평) 규모의 15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여 기업 투자를 전폭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에 조성되는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중 핵심은 경기 용인의 710만㎡(215만 평 │ 서울 여의도 넓이의 2.4배) 부지에 조성되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다. 단일 단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2042년까지 향후 20년간 300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 5개를 건설하고, 정부는 최대 150개의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팹리스(Fabless │ 반도체 설계업체) 등을 유치한다. 국내에 화성-기흥-평택-용인을 연결하고, 여기에다 SK하이닉스의 이천 생산단지, 팹리스 밸리인 판교까지 더해지게 되면 완벽한 ‘반도체 삼각편대’를 구축하게 된다. 그야말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는 전망이다. 또한 지역적인 연결을 넘어 산업적으로도 메모리-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소부장-팹리스 등 반도체 산업 전 분야의 밸류체인(Value chain │ 가치사슬)을 하나로 묶어 연결한다는 기대감이 크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무려 5,957억 달러(약 780조 6,053억 원)에 달하는 가히 천문학적 규모다. 이 중에서 메모리반도체(Memory Semiconductor │ 정보저장)와 시스템반도체(System Semiconductor │ 정보처리)의 비중은 메모리반도체가 1,440억 달러로 24%인데 반해 시스템반도체는 3,605억 달러로 61%의 비중으로 무려 2.5배 정도 크다. 문제는 한국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 강국’이지만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의 글로벌 점유율은 고작 3% 수준으로 경쟁력이 매우 약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1위를 넘어 파운드리(Foundry │ 반도체 위탁생산)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반도체 1위까지를 목표로 전력, 차량용,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을 타깃 삼아 2030년까지 차세대 유망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에 3조 2,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직간접 생산 유발 효과 700조 원과 고용 유발 효과 160만 명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결정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비전 제시다. 세계 반도체 기업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여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미국과 반도체 산업 고도화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에 과감히 맞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산실이자 총본산 역할을 맡겠다는 역동적인 시도다. 미·중 패권 경쟁에 휘말려 한국의 산업전략이 심하게 위협받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의 미끼와 대중국 제재 등으로 한국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공장을 블랙홀(Black hole)처럼 빨아들이면서 국내 첨단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 우려가 더욱 커진 터다. 관건은 무엇보다 실행이다. 토지 조성부터 인재 공급까지 정부가 책임지기로 한 만큼 차질 없이 실행으로 옮겨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건 속도와 타이밍이다. 오는 7월부터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대상으로 ‘인허가 타임아웃제’를 시행한다. 모든 인허가절차를 60일 안에 끝낸다는 ‘인허가 타임아웃제’와 관련 규제를 경쟁국 수준으로 낮춘다는 ‘글로벌 스탠더드 준칙주의’는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경쟁국보다 앞설 수 있으며, 기업에 대해서도 투자 약속 이행을 압박할 수 있고, 정부의 령(令)도 제대로 선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30년 0%대로 추락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지금의 실행 여부에 달렸다. 첨단산업 육성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입지, R&D(연구개발), 인력, 세제 지원 등을 빈틈없이 적기에 실행해 나가야만 한다. 규제 완화와 교육, 주택, 문화 등 정주여건 개선도 긴요하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기업 모두 다 엄중한 시기임을 인식·명찰하고 혁신으로 재무장한 ‘콜럼버스의 달걀(Egg of Columbus)’과 같은 발상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호응하고 답할 차례다. 정부는 투자, 인력, 기술, 생태계 등 종합적인 육성 전략을 통해 글로벌 선도국 도약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대 클러스터와 유기적 생태계로 압축 도약과 돌격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과 첨단 패키징 거점 구축에 국가 진운(進運)의 명운(命運)을 걸고 국가 역량(力量)을 총 집주(集注)하여 매진(邁進)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반도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수도권 대학 정원 문제부터 서둘러 풀어야 한다. 최근 야당이 전향적(轉向的) 자세로 돌아서면서 대기업 등의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K-칩스법(반도체 특별법 │ 「조세특례제한법」)’이 지난 3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간 이견이 있어 합의에 시간이 걸렸지만 지난 2월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수용되었다. 국회는 서둘러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신속히 통과시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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