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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극단적 선택까지 라이브하게 나둘것인가?: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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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극단적 선택까지 라이브하게 나둘것인가?

‘우울증 갤러리(우울갤)’가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 창구로 악용
경찰 요구에도 디시인사이드가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거부

박근종 칼럼리스트 | 기사입력 2023/05/15 [12:39]

청소년들 극단적 선택까지 라이브하게 나둘것인가?

‘우울증 갤러리(우울갤)’가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 창구로 악용
경찰 요구에도 디시인사이드가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거부

박근종 칼럼리스트 | 입력 : 2023/05/15 [12:39]

▲ YTN화면 캡쳐  우을증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목사.

 

최근 ‘진화된 n번방’이라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우울갤)’가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 창구로 악용되고 있어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오후 2시 30분쯤 10대 여성 A 양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 장면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라방)’에 담겨 그대로 송출돼 생중계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 5월 5일 오전 4시쯤에도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나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17세와 15세 여학생 두 명이 경찰에 구조됐다.

 

모두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하던 이들이다. 경찰 요구에도 디시인사이드가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거부하면서 피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다 이렇다 할 정화대책조차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원래 ‘우울증 갤러리’는 우울증에 대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5년에 개설되었다. 신설된 후 몇 개월 내지 1∼2년간은 우울증에 관한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고 우울한 사람들끼리 위로를 받자는 느낌이 조금이나마 있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친목갤로 변질된 지 오래인데다 범죄의 온상을 넘어 범죄의 소굴이 되고 있어 보인다.

 

 2018년부터는 심신이 미약한 어린 여성들에게 남성들이 접근해 성 착취를 하는 통로로 악용됐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대를 대상으로 하는 자살 조장과 온라인 그루밍(Grooming │ 잠재적 가해자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이나 청소년과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수법)과 같은 성 착취의 온상으로 지적돼 옴 것이다. 이른바 ‘신대방팸’ 소속 남성들이 ‘우울증 갤러리’ 이용 여성들을 유인해 성폭행, 협박·폭행, 약물 투여 등의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등의 첩보와 신고가 경찰에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자살을 시도했던 A양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이곳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고 참담하지만, 우리 사회에 청소년들이 이토록 마음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에 사회적 타살이 아닌지 마음만 무겁고 아프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5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와 관련해 미성년자 성 착취 의혹 등이 제기된 ‘신대방팸’을 놓고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완료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 한 건물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생중계를 하며 숨진 10대 중학생 A 양에 대해서도 서울경찰청 형사와 여성청소년, 사이버 기능 TF를 꾸려 수사에 나선 상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 양과 극단 선택을 공모한 B 씨(27 세)를 자살방조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동작경찰서는 ‘신대방팸’ 20대 남성 4명을 미성년자 의제 강간 등 혐의로 입건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11일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성폭력 사건까지 발생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 1월 20대 남성 C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여성 D 씨의 신체를 동의 없이 만진 혐의를 받는다. 아스퍼거증후군은 자폐성 장애의 하나로 인지 능력과 지능은 일반인과 비슷하나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특정 분야에 집착하는 정신과 질환이다.

▲ 사진/박근종 칼럼리스트    

 

이렇듯 도움을 구하기 위해 ‘우울증 갤러리’를 찾았는데 오히려 자살을 권유받았거나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례도 나와 충격을 더하고 있다. 철저한 익명성에 기댄 디시인사이드는 혐오문화를 확산해온 온상으로 지목돼 온 것 또한 사실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제대로 제재받은 적이 없었다. 지난달 경찰의 ‘우울증 갤러리’ 폐쇄 요구에 디시인사이드 측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통해 갤러리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와 기존 이용자들의 반발 등을 이유로 폐쇄 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미성년자 이용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글을 남기면 더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라며 거부한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지난달 27일 내부 기준으로 “전체 게시 글의 70% 정도가 불법이어야 사이트를 차단한다.”라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는 이유로, ‘우울증 갤러리’ 차단 결정을 보류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방치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일 뿐이다. 현존 기준이 실질적 해악을 막지 못한다면, 그 기준을 바꾸는 것이 마땅하다.

 

게다가 해당 사건 이후 1일 평균 극단 선택 관련 112신고가 31%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날(5월 8일)까지 접수된 관련 112신고는 23건이나 된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SNS가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이를 모방하는 현상인 이른바‘베르테르 효과’의 매개가 되지 않을까 우려까지도 나온다.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독일에서 출판된 이후 청년 독자들이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라 자살을 시도했던 것에서 유래한다. 다만 현대적으로 의미를 되새기게 된 것은 1974년 ‘미국사회학리뷰(American Sociological Review)’에 게재된 데이비드 필립스(David Philips)의 ‘THE INFLUENCE OF SUGGESTION ON SUICIDE(자살에 대한 가설의 영향) : SUBSTANTIVE AND THEORETICAL IMPLICATIONS OF THE WERTHER EFFECT(다른 효과의 근거 및 이론적 함축)’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베르테르 효과는 10대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일수록 베르테르 효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극단 선택 보도 여부도 언론이 판단해야 할 몫이지만 베르테르 효과 등 그 역기능을 고려해 신중하게 기사화했으면 한다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이 늘어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악화(惡化)됐고 피폐(疲弊)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친구들로부터 격리된 채 성장하면서 불안·우울감을 겪는 청소년들이 늘어났다. 경제위기로 가계 살림이 나빠진 데 따른 스트레스도 아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아동청소년 우울증 및 불안장애 진료 현황 자료를 살펴본 결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아동청소년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불안장애로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 수는 2만 3,590명으로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1만 6,895명)에 비해 39.6% 늘어났고,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 수는 3만 9,868명으로 2019년(3만 3,536명)에 비해 18.9% 증가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27일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고의적 자해(자살)는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순위 1위이고, 40대, 50대에서는 사망원인 순위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10∼19세) 조(粗) 사망률(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은 7.1명(43.7%)으로 한해 전 6.5명(41.1%)보다 0.6명(10.1%)이나 증가했다. 60대(-5.7%)와 40대(-3.4%), 80대 이상(-2.2%) 등 대부분 연령대에서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무엇보다도 12~14살 연령층으로 좁혀 보면, 해당 연령대 자살률은 2020년 3.2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무려 1.8명(56.25%)이나 크게 늘었다. 10대의 자살·자해 시도 역시 증가 추세를 보이는데, 이들의 자살위험은 다른 연령대보다 무려 20~30배 높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청소년들의 우울감이나 고립감이 더 심해진 상태로 최근 들어 부쩍 나빠지고 있는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는 이렇듯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소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속감과 위로를 얻으려 하지만 부작용이 너무 크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여성은 ‘조금만 잘해줘도 쉽게 넘어온다.’라는 식의 수사가 통하는 이곳에는 이들을 어떻게 해 보려는 심보를 가진 ‘가짜 우울증 남성’들이 넘쳐난다. ‘우울증 갤러리’에서처럼 성 착취를 당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권유받는 일이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생명의 가치가 우선함을 명찰하고, 게시물 저작권 운운하며, 풍선효과를 핑계로 더는 경찰의 ‘우울증 갤러리’ 폐쇄 요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영상 유포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해당 게시판을 차단 조치해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조치 역시 임시방편에 그칠 게 뻔하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다 온라인과 문화콘텐츠에 자살 유해 정보가 워낙 많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이런 음흉하고 몰지각한 ‘가짜 우울증 남성’들과 연애와 성착취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피해당하고 있는 여성들은 점점 더 깊은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빠져들고,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취약한 상태에 놓인 여성을 상대로 한 교제 폭력·살인, 가스라이팅(Gaslighting │ 심리 조종)·그루밍 성범죄 등을 저지르는 사건은 더는 우리 사회에 발붙이게 해선 안 된다. 마지막 보루까지 내몰려 마침내 스스로가 무너져내리는 여성의 취약함을 악(惡)이용 해선 결단코 안 된다. 어떠한 경우에서도 자신을 학대하기보다 분명하게 분노하고, 자기감정에 충실하며, 스스로에 솔직할 수 있는 사회가 우리들이 갈망하는 사회다. 우울증 청소년들이 도움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안전한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상담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국가가 익명 사이트를 만들고, 상담사를 포함해서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답답함을 토로할 수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 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실패와 좌절로 인해 고립된 우리 청소년들의 우울을 혼자서 짊어지고 무겁고 버겁고 외롭게 힘들어하지 않도록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국가가 함께 나누고 덜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에 불과한 한국의 ‘공공 정신복지예산(2021년 기준 4,065억 원 │ 국민 1인당 예산은 5,389원 │ 선진국 평균은 9만 5,200원)’을 조속히 확충하고, 솜방망이에 불과한 자살방조 범죄의 처벌(극단적 선택 동반자 모집 등 자살 유발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 자살교사·방조죄의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도 강화하는 등 다각적·다층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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