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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18년만에 대만에 역전 당한 한국경제..: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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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18년만에 대만에 역전 당한 한국경제..

2019년 반도체 기업 TSMC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앞질렀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지난 4월 28일 보도

박근종 칼럼리스트 | 기사입력 2023/05/03 [15:55]

[경제위기] 18년만에 대만에 역전 당한 한국경제..

2019년 반도체 기업 TSMC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앞질렀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지난 4월 28일 보도

박근종 칼럼리스트 | 입력 : 2023/05/03 [15:55]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Buble)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성장률 둔화로 인해 ‘아시아의 추락한 용’이라 불리던 대만이 다시 날아오르고 있다. 2019년 반도체 기업 TSMC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더니 지난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 Gross Domestic Product)도 한국을 추월했다. ‘늙어 가는 호랑이’라고 불렸던 대만이 다시 포효(咆哮)하고 있다. 빠른 체질 개선과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1인당 국내총생산(GDP) 지표에서 한국을 앞지르는 등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를 대표 수출품으로 하는 제조업 경쟁국으로 반도체 치킨게임을 해오던 터에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냉정한 진단이 나오면서 ‘비상(飛上)하는 대만’과 ‘비상(非常) 걸린 한국’이란 조소(嘲笑)가 나온다.

▲ 사진/박근종 칼럼리스트    

 

 지난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앞질렀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지난 4월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 통계처는 이날 “작년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 2,811달러(약 4,390만 원)로, 한국의 3만2천237달러(약 4,313만 원)보다 많았다.”라며, “대만의 1인당 GDP가 한국을 앞선 것은 2004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대만 통계처는 “대만과 한국은 인구 밀도, 경제 개발 모델, 산업 구조가 유사하다.”라며 “대만은 반도체 산업의 우위와 기업들의 능동적인 변화를 통해 최근 10년간 연평균 3.2%씩 성장해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 2.6%를 앞섰다.”라고 설명하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과의 1인당 GDP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지난해 원화 가치 하락 폭까지 컸던 것이 역전의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제조업 부가가치 역시 2013년 기준 대만은 GDP의 29.1%를 차지했지만, 2022년에는 34.2%로 5.1%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제조업 부가가치는 같은 기간 27.8%에서 25.6%로 2.2%포인트아 감소했다.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1인당 국민총소득(GNI │ Gross National Income)이 20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한데 이어 1인당 GDP마저 역전당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7일 발표한 ‘2022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 2,661달러로 전년도 3만 5,373달러보다 7.7%나 줄었다. 한편 3.4% 감소에 그치면서 3만 3,565달러로 선방한 대만에 비해 904달러가량 적은 1인당 국민소득(GNI)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 감소는 2009년 10.4% 감소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그만큼 국민 개개인의 호주머니 사정이 얇아졌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2.9%나 뛰면서 명목 GDP가 줄어 달러 기준 1인당 명목 GNI도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1970∼90년대에 대만은 한국,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다. 1990년대까지 한국을 앞섰지만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Buble)이 걷히면서 성장의 둔화를 가져왔다. 1인당 GDP는 한국에 뒤처지고 ‘추락하는 용’이란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2016년 취임하고 2021년 1월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를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더 거칠어진 중국의 공세를 이겨내고 있다.”라는 영국 로이터통신의 호평 속에 집권 7년여 만에 ‘용(龍)의 귀환’을 연상시킬 정도로 대만의 국력(國力)과 국격(國格), 체질(體質)을 확 바꿨다. 차이잉원 총통의 집권 초만 해도 대만은 중소기업의 집합체이자 중국의 하청공장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하이테크 아일랜드(Hightech island │ 첨단 기술의 섬)’로 확 바뀌었다. 경제 구조 개선과 반도체 등 수출 호황, 통화 가치 강세라는 3박자까지 두루 갖춰 집권 7년 만에 ‘차이잉원 기적(Miracle)’을 일군 셈이다.

 

세계 무대에서 대만을 ‘포효(咆哮)하는 갑(甲)’으로 만든 요인은 차이잉원 총통의 “기술(Technology)이 대만 안보의 보장판이다.”라는 ‘기술 중시(重視)’와 “민간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인공이다.”라는 ‘기업 친화(親和)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7년 내내 실천에 옮긴 성과다. 2019년 초부터 금융·세제(稅制)·용수(用水)·전력·인력 지원을 묶은 패키지 인센티브 제공으로 해외에 나가있던 대만 기업들의 국내 귀환을 유도했고, 중소·중견기업 중심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만은 TSMC 등 주문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 반도체 위탁생산)’ 대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한“국가전략 산업인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해 관련 인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라는 업계의 요청을 전폭 수용해 각 대학이 반도체 전공 신입생을 1년에 1번이 아닌 6개월마다 1번씩 뽑고 방학 기간을 조정해 연중무휴로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는 ‘특단의 조치’를 강행하여 매년 550명의 석·박사급을 배출하는 인재 양성 시스템을 만들었다. 게다가 대만 입법원(국회)은 지난 1월 연내 시행을 목표로 기술혁신·세계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업체가 R&D·선진 생산공정 설비에 투자하는 경우 각각 투자비의 25%와 세액 5%를 공제하는 ‘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어 최근에야 지원법을 만든 한국보다 훨씬 빠르고 파격적이었다. 

 

현재도 우리와 격차를 벌리며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대만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20%로 한국의 최고 세율보다 4%포인트나 낮다. 지난해 기준 매출 10억 달러를 넘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대만은 28곳인 데 반해 한국은 고작 12곳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평택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어 놓고도 송전선 연결이 5년이나 지체되었고,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는 토지 수용 지연 등으로 착공이 3년이나 늦어졌다. 

 

한국과 대만의 희비를 가른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격차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만과 한국 모두 수출 위주의 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수출의 핵심은 결국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양국 제조업의 기둥이 바로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빅데이터·자율차 등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 메모리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재편됐는데, 이 세계적·시대적 도도한 흐름에서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이 조류에 잘 올라탔고, 잘 안착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지난 3월 13일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56.1%에서 4분기 58.5%로 상승했지만,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15.5%에서 4분기에 15.8%로 다시 소폭 반등했다. 매출도 TSMC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매출은 전 분기 대비 1.0% 줄어든 199억 6,200만 달러인 데 반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전 분기보다 3.5% 감소한 53억 9,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TSMC의 시가 총액은 약 4,372억 달러로 2019년 11월 이미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또한, 2013년 대만의 1.8 배에 달했던 한국의 수출 규모는 작년에 1.4 배로 격차가 줄었으며 지난해 대만이 반도체 산업의 우위에 힘입어 514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올린 데 반해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봉쇄와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의 영향으로 478억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최근 10년간 제조업 연평균 성장률은 대만이 5.5%로 한국 2.8%의 1.96배 수준이다. 한국 경제는 대만에 비해 성장률 1.6%대 2.1%, 경상수지 흑자 비율 2.6%대 11.8%, 소비자 물가 3.7%대 2.4% 등 대부분 지표에서 뒤처졌다. 정부와 정치권, 산업계 모두 팽팽한 긴장감을 견지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격차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대만은 2.0%로 1.5%인 한국보다 높다. 

 

환율이 오르면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 수출이 늘어나고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지난 5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 4월 수출액은 496억 1,5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달 578억 4,300만 달러보다 14.2%나 줄었다.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 감소는 D램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반도체 수출액이 41.0%나 격감한 게 큰 영향을 미쳤지만, 디스플레이·석유제품·석유화학·철강 품목도 10~30%나 감소했다. 4월 무역수지는 26억 1,7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14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5월 3일 매매기준율 1,339원에 육박했지만, 수출은 줄고 무역수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높이는 데도 작금의 고환율은 원자재·중간재의 수입 물가를 더 큰 폭으로 끌어올려 기대만큼 득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성장엔진인 제조업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과거 한국에 추월당했던 대만이 절치부심하며 권토중래했던 것처럼 산업 전략을 기초부터 다시 짜고, 성장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지 않는다면 대만을 다시 따라잡기는 결단코 쉽지 않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두끈을 옭아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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