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한일이화 유양석 회장, 소액주주들로부터 4000억 소송 휘말려

김윤정 | 기사입력 2013/02/15 [13:10]

한일이화 유양석 회장, 소액주주들로부터 4000억 소송 휘말려

김윤정 | 입력 : 2013/02/15 [13:10]


"700억원 넘는 알짜 자회사 강소한일 지분, 회장 개인회사에 헐값 매각“ 소액주주들 피해 주장

대형 자동차 내장부품 업체로 생산 제품의 대부분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하고 있는 한일이화 유양석 회장이 우량 자회사 지분을 헐값에 인수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0월 4000억원 규모의 주주 대표소송에 휘말렸다.

검찰은 지난 11월 유회장의 자택을 포함한 계열사 5곳을 압수수색하고 지난달 충청세무법인과 충청회계법인, 현대증권에 대해 추가로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와 자동차 부품업계는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소송가액이 4000억원에 달해 유 회장이 패소하면 경영권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인 사건의 향방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액주주들 “자회사 헐값 매각해 피해 입혀” 소송 전모

지분 평가 낮춰 배임 의혹…

한일이화는 지난 2002년 중국에 자회사 강소한일을 설립, 자동차용 실내?외장재와 사출성형 부품 등을 생산해 기아차 중국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소액주주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강소한일의 매출액은 2009년 1550억원을 시작으로 2010년 1820억원, 지난해에는 287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288억원, 336억원, 450억원으로 상승했다.

강소한일은 최근 몇 년 새 기아차 실적호조와 맞물려 급성장했다.

문제는 이처럼 실적이 고공행진하던 시기에 강소한일 지분이 매각되면서 발생했다.

한일이화는 2010년 10월 강소한일지분 58%를 유 회장이 지분을 100% 소유한 개인회사 '두양산업'에 넘겼다. 유 회장이 지불한 금액은 255억원에 불과해 ‘헐값매각’ 의혹이 제기됐다.

한일이화 소액주주 측은 “한일이화가 중국 기아차공장 납품을 위해 현지에 설립한 강소한일모소유한공사(이하 강소한일) 지분을 시장가치와 동떨어진 가격으로 유 회장에게 매각해 한일이화가 피해를 봤다”며 한일이화를 상대로 최대 3937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순이익만 1000억원을 넘길 정도로 알짜 자회사의 가치를 3배정도 낮게 평가해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오너 일가에 넘겨 회사가치가 하락했고 이 때문에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고 소액주주측은 주장하고있다.

검찰 수사 확대 여부 주목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수사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검찰은 유 회장의 배임 혐의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주식 가치를 평가한 세무법인과 지분을 투자한 금융회사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세무법인 관계자가 강소한일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도록 회계사에게 의뢰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이화 소액주주들도 비슷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주들에 따르면 강소한일의 지분 매각은 9월 28일 이뤄졌으나 회계법인에서 만들어진 강소한일의 평가보고서는 10월 5일자로 작성돼 있다. 지분이 넘어간 시점에는 가치평가조차 이뤄지지 않다가 매입가 문제가 생기자 뒤늦게 회계법인의 평가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와 함께 현대증권과 NH농협캐피탈이 유 회장과 동일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인 뒷사정도 눈길끄는 부분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투자회사로서 이익이 되는 조건이 제시돼 투자했을 뿐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강소한일 주식을 유 회장에게 헐값에 넘기기 위한 방편으로 현대증권 등을 끌어들였다”는 의혹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검찰 조사에서 배임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패소시 경영권 타격 불가피

검찰 수사 이후 한일이화는 2세 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 유 전 회장은 20%의 지분을 아들 유양석 회장에게 증여한 뒤 지난해 4월에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최근 유 회장 체제의 경영성적표는 괜찮은 편이다. 현대·기아차의 수출 호조와 맞물려 주요 부품 공급업체인 한일이화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급증했다. 2011년 한일이화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3728억원, 순이익 68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오너가 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판 결과에 따라 현대차 계열의 납품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한일이화는 국내 11개, 해외 25개 등 총 36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 유희춘 명예회장이 2008년부터 3년에 걸쳐 아들 유 회장에게 상속을 마쳤다.

한일이화는 코스피200 종목으로 시가총액은 3400억원 가량이다. 주요주주는 유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33.58%, 국민연금공단 8.34%, 삼성자산운용 5.03% 등이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