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휩쓴 초대형 산불과 6600만년 전 지구전체 산불로 멸망한 공룡올해 캐나다 산불 발생은 6월 현재 2천 건 이상으로 지난 10년 평균의 1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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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캐나다의 산불이 급격히 확산한 까닭은 가뭄과 해충으로 말라 죽은 나무들이 많아 이른바 ‘땔감’이 널려있는 데다가 풀마저 바짝 말라붙어 화력 좋은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나무 해충의 활동 지역이 늘어나면서 고사하는 나무들이 늘어나 화재에 취약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특히 캐나다의 주요한 산림자원인 소나무와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 침염수가 잎말이나방과(科) 해충의 공격에 잎이 말라서 죽어가고, 소나무좀이 유행하면서 줄기가 병들어 화재에 매우 취약해졌다고 한다. 침엽수림에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잎말이나방은 보통 캐나다 남부지역 중심으로 활동해왔었으나 기후 온난화 탓에 캐나다 중부 지역까지 북쪽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여 산불 피해 규모를 급격히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캐나다 전체가 그야말로 ‘불난 집’ 위기에 처하자 각 분야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나 특히 원유생산 차질은 거의 치명적 수준이다. 캐나다는 세계 4위의 원유 생산국이며, 원유생산의 80%가 앨버타주에서 이루어져 있는데, 불길이 원유생산시설까지 위협하자 석유기업들은 산불에 대한 예비적 조치로 아예 원유생산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캐나다의 산불 피해는 캐나다에 국한되지 않고 이웃 나라 미국에까지 아주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미대륙의 요즘은 계절적으로 북서풍이 불어오는 시기여서 캐나다 산불의 연기와 미세먼지가 미국 북동부 인구 밀집 지역의 대기질을 매우 위험스러운 수준으로 악화시켰다.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등 캐나다와 가까운 오대호 부근 미국 도시들은 아예 연기와 미세먼지로 가득 차서 시야마저 불투명해지기도 했고, 뉴욕, 워싱턴 등 대서양 연안 대도시의 하늘은 연기와 안개가 섞인 연무(煙霧)가 햇빛에 반사되면서 하늘을 노랗게 물들여 마치 외계 행성의 하늘 같은 기현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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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 따라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뀌면서 자취를 감추었던 마스크가 다시 도시의 길거리에 유행처럼 등장했다. 미국 동북부 도시 곳곳의 항공편이 결항하기 일쑤였고, 메이저리그 야구 등 각종 야외 스포츠 행사가 연기되기 일쑤였다. 대기질 악화 상황이 지속되자 미국 북동부 지역에는 대기 오염 경보 단계에서 매우 심각함을 나타내는 ‘코드 퍼플’(자주색경보)을 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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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국토가 넓은 나라 캐나다의 산불은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오지 않는 한 당분간 현재 추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캐나다와 미국 북동부의 초여름 대기질은 그야말로 숨쉬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소방관들을 캐나다 산불 현장에 대규모로 파견하는 강수까지 두었지만, 세계 최강국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게 현재 상황은 문자 그대로 ‘out_of_control’(통제불능) 상황이다.
한편,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들에서는 산불 역시 이웃 나라, 이웃 대륙, 이웃 대양에 직접 영향을 끼칠 만큼 대단하다. 최근의 ‘세계적 초대형 산불’로는 호주와 시베리아, 캘리포니아, 그리고 아마존의 산불들을 꼽아볼 수 있다.
아마도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되고 산불은 2019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거의 반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타올랐던 ‘호주산불’일 것이다. 국토면적 770만㎢로 우리나라 면적의 77배나 되는 호주는 하나의 대륙이 곧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있는 만큼 넓어 산불이 많을 수밖에 없으나,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호주산불’은 당시 세계적 톱뉴스에 자주 오를 만큼 위력과 피해 규모가 역대급으로 대단했다.
호주 제1의 도시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스주와 제2의 도시 멜버른이 있는 빅토리아주 등 호주 대륙 동남부를 중심으로 이곳저곳 산발적으로 거의 반년 동안 산불과 들불이 번져 약 18만㎢가 피해 범위에 들었다. 남한 면적 10만㎢의 두 배 가까운 넓이이다. 따라서 인명과 재산 및 산림과 동물의 피해 규모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막심했다.
‘호주산불’의 연기는 남태평양을 지나면서 뉴질랜드의 하늘 색깔을 노랗다 못해 새빨갛게 변질시켰고, 5천m 상공에서 1만1천㎞를 날아가 남미 대륙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하늘을 짙은 잿빛으로 물들였다. 그리고는 지구 남반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호주 대륙으로 돌아오기까지 했다.
‘호주산불’이 이처럼 막심하였던 까닭은 이른바 ‘화재적란운’(火災積亂雲)이 불씨를 옮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대규모 화재로 발생한 뜨거운 열과 공기가 상승하여 수직으로 매우 높게 구름을 형성하면 바를 내리지 않으면서도 천둥 번개만 치는 ‘화재적란운’이 되어 다른 지역에 불씨를 마구 뿌리면서 화재 범위를 확산하게 된다.
이렇듯 거의 반년 호주 대륙 동남부를 휩쓴 산불은 2020년 1월 중순부터 여름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잦아들었다. 호주 역사상 최대의 산불이었다. 이에 따라 이때의 ‘호주산불’은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통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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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불’에 이어 최근의 초대형 산불로는 시베리아 산불을 꼽을 수 있다. 비록 러시아 우랄산맥 동쪽부터 북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시베리아 지역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 세상 사람들로부터 큰 이목을 끌지는 않지만, 시베리아에서는 한 번 산불이 일어나면 그야말로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그 규모가 막심하다.
2019년 여름 시베리아 중부의 이르쿠트쿠주와 크라스노야르주 및 시베리아 동부의 부라티야자치공화국과 야쿠티야자치공화국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남한 면적의 3분의 1 가량인 3만㎢의 삼림을 불태웠다. 이처럼 막대한 삼림이 불타고 있는데도 시베리아 지역에는 불을 끌 소방인력이 별로 없어 러시아 정부는 화재 진압 시늉만 낼 뿐 속수무책으로 화재를 방관했다.
시베리아 산불의 원인은 ‘마른 폭풍’(Dry Thunderstorm)으로 추정됐다. 천둥·번개가 치고 강한 바람이 불지만 비는 지면에 도달하기 이전에 증발해 버리는 ‘마른 폭풍’이 여기저기 불씨를 흩뿌린 것이다. 이때 시베리아에는 30℃ 이상의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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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밀집한 대도시가 적은 탓에 시베리아 산불이 당장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지하에 묻혀 있는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경우이다. 지금의 시베리아 동토층은 지구가 지금보다 따뜻했던 시절 수천 년 또는 수억 년 동안 죽은 나무와 나뭇잎, 풀 등이 땅속에 켜켜이 쌓인 뒤 얼어붙은 땅이다. 산불, 들불로 땅이 녹게 되면 그 속에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튀어나와 온실가스가 되어 지구온난화를 부추길 수 있다. 시베리아 산불이 지구 기후변화에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호주산불’과 시베리아 산불 이외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과 남미 대륙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도 가끔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캘리포니아주는 3월부터 건기가 시작되어 6~8월에는 하늘에서 거의 물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어 9~10월이면 그야말로 산천초목이 바짝 말라붙어 있다. 이때 자그마한 불씨가 거대한 산불을 일으킨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주는 인구가 밀집된 도시들이 산재한 지역이어서 산불의 피해가 그만큼 지대하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자연발화에 의한 산불보다는 경작지를 넓히려는 사람들에 의한 방화(放火)가 대부분이다. 아마존의 산불은 ‘지구의 허파’로서 산소 배출을 크게 담당하는 열대우림을 파괴한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이처럼 벼락이나 화산폭발 또는 운석충돌 등에 의한 자연발화(發火)이던지, 사람의 실수에 의한 실화(失火)이던지, 사람의 고의에 의한 방화(放火)이던지 어떤 형태로든, 언젠가는 어느 곳에서 산불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게 지구의 운명이다. 표면이 생명체로 가득 찬 지구에는 나무와 풀처럼 가연성(可燃性) 탄소 성분을 많이 가진 불쏘시개와 땔감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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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46억 년 지구 역사를 통틀어 ‘절대비교불가’의 엄청난 산불이 지구 표면 전체를 휩쓸었던 적이 있음을 상기(想起)해볼 필요가 있다. 지구 표면에 있는 거의 모든 나무와 풀을 불태웠던 그 산불은 당시 생존했던 동·식물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었지만, 지금 지구에 생존해 있는 동식물에게는 ‘절대 축복의 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산불이 없었다면 오늘날 같은 인류문명은 애당초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는 그 산불 덕분에 지구상에 출현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 산불은 바로 6600만 년 전 북중미대륙 멕시코 동부, 카리브해 연안의 유카탄반도에서 시작해 모든 대륙, 모든 섬의 풀과 나무를 태웠던 지구 최대 폭발 사건의 후속 결과였다. 공룡이 최상위 포식자로 지구를 지배하던 중생대 백악기 마지막 어느 날, 15㎞ 길이의 소행성이 시속 10만㎞의 엄청난 속도로 유카탄반도 해안 일대에 충돌했다. 소행성의 절반은 유카탄반도 육지에, 절반은 카리브해 바다에 처박혔다. 이 충돌로 지구에 길이 190㎞, 깊이 20㎞의 충돌구(크레이터)가 생겼다가 이내 주변이 고열에 의한 액상화 현상으로 무너져내리면서 현재는 1㎞ 깊이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 소행성 충돌의 위력은 그 크기가 아니라 속도였다. 지구 둘레가 4만㎞이고, 지구와 달의 거리가 38만㎞인데 시속 10만㎞로 지구와 충돌했으니 그 중력 가속도의 위력이 어떠할지는 가히 상상할 만하다. TNT 100조 톤, 보통 핵폭탄 10억 개 정도의 파괴력이라고 한다.
충돌 즉시 지구 암석이 녹아 액상화된 파편들이 하늘로 치솟았고, 다시 불덩이가 땅 위로 마구 쏟아졌다. 이때 북중미와 남미 대륙은 불덩이들이 날아가 숲과 들판을 태웠고, 나머지 대륙들은 뜨거워진 공기가 불을 일으켰으며, 또 충돌 여파에 따른 지각 변동으로 화산이 마구 폭발하여 산불, 들불을 일으켰다. 소행성의 대기권 진입 시에는 대기와의 충돌 압력으로 인해 주변 온도가 2만~3만 도까지 치솟아 지구 대기 전체를 아주 뜨겁게 달구었다.
당시 지구의 육지는 판게아(Pangaea)라는 하나의 초대륙(超大陸 Supercontinent)에서 지금의 7대륙으로 갈라지던 초기 무렵이어서 각 대륙이 서로 아주 가까이 자리하고 있었다. 따라서 지금처럼 넓은 태평양, 대서양이 없던 시절이라 유카탄반도 소행성 충돌의 파괴력은 각 대륙에 파급되기가 매우 수월하던 상황이었다. 당시는 한 마디로 바다를 제외한 모든 땅덩어리가 ‘불지옥’이었다.
불은 땔감이 없으면 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불이 꺼진 뒤에도 소행성 충돌에 따른 먼지와 지구 전체의 산불 들불로 인한 가스와 그을음은 쉽사리 땅 위로 내려앉지 못하고 하늘을 떠돌면서 햇빛을 차단했다. 그 결과로 지구 표면 평균온도는 0도 가까이 떨어졌고,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해 죽어갔다. 식물이 없으면 동물도 없다. 이른바 ‘핵겨울’이 아주 오랫동안 지구 생명체를 위협했다. 공룡을 비롯해 지구 생물 종의 4분지 3이 절멸했다.
이에 따라 중생대 쥬라기에서 백악기까지 1억5천만 년 동안 찬란하게 이어졌던 공룡시대가 끝나고, 땅속이나 물속에서 살아남았던 작은 포유류가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로 등장했다. 유카탄반도 소행성충돌로 인한 산불, 들불이 핵겨울을 일으켰고, 그 핵겨울이 파충류 공룡시대의 종말을 가져오고 ‘젖먹이 동물’ 포유류의 전성시대 막을 열었다. 사람은 포유류에 속해 있다. 그러면서 모든 생물 종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