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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특별법, 피해구제 사각지대 해소와 더 촘촘한 보완을

박근종 칼럼리스트 | 기사입력 2023/05/01 [11:54]

전세사기특별법, 피해구제 사각지대 해소와 더 촘촘한 보완을

박근종 칼럼리스트 | 입력 : 2023/05/01 [11:54]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4월 27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2년간 한시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살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피해자에게 우선 매수 권한을 주고, 낙찰자금을 4억 원 한도에서 저리로 대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 매수를 원치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주택을 사들인 뒤 피해자에게 저렴하게 임대할 수도 있고, 생계가 곤란한 경우 생계비도 지원한다. 

 

수개월을 방치하다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진 후에야 나온 대책이라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뒤늦게나마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여 피해자에 대한 법적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 자격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요건의 모호성이 너무나 심할뿐더러 형평성 논란 소지도 다분해 지원 대상이 소수에 그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피해구제 사각지대가 많다.

▲ 사진/박근종 칼럼리스트    

 

야권과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선(先) 보상, 후(後) 구상권 청구’ 방안은 특별법에서 제외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모든 사기 범죄를 국가가 떠안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라는 정부의 우려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정부는 “모든 사기 범죄를 국가가 떠안는 선례가 된다.”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구제 사각지대는 없어야 한다. ‘사회적 재난’에 가까운 전세 사기임에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여 피해자를 양산한다면 정부가 책임을 방기(放棄)하거나 의무를 해태(懈怠)하는 처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제도 부실 관리와 무분별한 전세대출 확대의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감안하면 ‘무조건 안 된다’라는 식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는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전세 사기 지원 대상 요건은 ①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②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집행권원 포함) 진행 ③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④수사 개시 등 전세 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⑤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⑥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6가지다. 이러한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그 판단도 국토교통부에 설치되는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가 지원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세사기·깡통전세 전국피해자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 2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차라리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특별법에서 피해자 인정기준으로 제시한 조건 중 ①요건인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과 ②요건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집행권원 포함) 진행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다. 세입자가 전셋집 입주 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지 않거나, 계약 만료 후 임차권 등기 없이 다른 집으로 이사한 경우엔 지원 대상에서 빼는 등 명확한 경계는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맞다. 하지만 나머지 요건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우선 ③요건인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은 피해 주택의 면적과 보증금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명시하지 않고 하위법령에 위임했다. 정부는 전용면적 85㎡, 시세 3억 원 이하에 피해 주택이 몰려 있다고 보지만, 면적이나 보증금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해 놓는 것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보증금 기준에 따라 경계선에 근접해 있는 피해자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보증금 3억 원 이하로 확정하는 경우 3억1,000만 원의 세입자는 1,000만 원 차이로 요건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계선 효과’ 때문에 억울하게도 배제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다음 ④요건인 ‘수사 개시 등 전세 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있어서 ‘전세 사기 의도’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 집주인의 고의성이 관건인데,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동탄 오피스텔 전세 사기 의혹’을 받는 임대인 부부의 행태도 전세 사기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세입자들에게 “세금이 체납돼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 소유권을 이전해 가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을 볼 때 고의성이 없었다고 비칠 소지가 있어서다. 정부가 예로 제시한 ‘수사 개시’도 세입자들이 고소하면 반드시 따르는 절차이기 때문에 전세 사기 의도를 가리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미추홀구 등 피해자들이 밀집된 곳과 달리 고발을 해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소규모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 외 ⑤요건인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가른다는 것이나, ⑥요건인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서 ‘보증금의 상당액’을 판단하는 작업도 혼란이 예상된다. ‘다수’나 ‘상당’의 기준 모호성 때문이다. 자칫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해석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안상미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지원 대상 기준을 빡빡하게 두는 것은 피해자 보고 ‘사기 인증’을 받아오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피해자 감별법’ 아니냐는 비판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편, 정부가 공개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 방안’에는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 3명이 경매로 인한 강제퇴거와 생활비 부족으로 기본적 생활이 어려웠다는 점을 반영한 피해자의 주거 안정에 관심이 집중됐다.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재해·재난으로 인한 이재민 수준으로 간주하여 1인 가구 기준 매달 최대 102만 원의 생계·주거비를 6개월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연 가구 소득 7,000만원 이하인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주택을 낙찰받으면 1.85~2.7%의 금리로 4억원까지 최장 30년간 대출받을 수 있다. 연 가구 소득이 7,0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특례보금자리론으로 3.65~3.95% 금리에 최대 5억원 대출이 가능하다. 또한 대출 규제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적용받지 않는다. 취득세는 200만 원까지 면제되고, 재산세도 3년간 25~50% 감면받는다. 

 

게다가 재난·재해 발생 시 활용하는 긴급 복지 지원 제도를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도 적용하기로 해 대도시 1인 가구 기준으로 월소득 156만 원, 재산 3억 1,000만 원 이하라면 생계비를 월 62만 원, 의료비를 300만 원 이내(최대 2회), 주거비를 월 40만 원(6개월~1년간) 받을 수 있다. 신용 대출도 3% 금리로 최대 1,2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야권이 요구하는 ‘떼인 보증금’ 선(先)지원만 빼고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지원책은 거의 망라한 셈이다. 그야말로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대책이다. 관건은 정부가 제시한 전세 사기 지원 대상 요건을 어떻게 충족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나 로또 당첨과 같이 어렵다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피해자 특별법’이 ‘피해자 감별법’이 되어선 결단코 안 되는 이유다.

 

또한, 지난 4월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기준은 신규 계약에 대해 5월 1일부터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조건이 강화된다. ‘깡통전세 계약’을 막자는 취지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기존 100%에서 90% 이하로 가입 기준이 바뀌는 것이다. 빌라는 매매가가 아닌 공시가의 140%로 가격이 산정돼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더 까다로워진다. 전세금을 반환받기 위해서는 보증보험 가입 조건에 맞춰 전세 계약을 하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갭투자’가 성행했던 2021년 전세 계약의 2년 만기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전세 사기 피해자가 각지에서 속출하고 있다. 특별법은 피해자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도록 돕는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들은 거의 다 특별법 적용 대상”이라고 주장하지만, 미추홀구 피해 2,700여 가구 중 검찰에 기소된 것은 161개 가구에 그쳤다. 2,500여 가구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인천 미추홀구에 이어 구리, 동탄 등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의 피해자들도 계속 늘고 있다. 이상 더 허송할 시간이 없다. 여야는 정쟁을 접고 법안을 촘촘히 보완해 내달 본회의에서 차질 없이 특별법을 처리하길 바란다.

 

지난 4월 28일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인정조건이 “너무 까다롭거나 기준이 모호해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라며 ‘보여주기식 특별법안’이라고 비판한 것에 귀를 쫑긋 기울이고 세부 시행령과 세부 시행규칙 등을 통해 모호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이지만 정부 기준으로는 피해자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 엄격하고 까다로운 요건 탓뿐만 아니라 애매하고 모호한 추상적 기준 탓에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살피고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야당의 특별법안도 올라 있다. 정부·여당의 안과는 달리 전세 사기 보증금의 ‘선(先) 보상, 후(後) 구상권 청구’ 행사가 들어 있다. 여야는 본회의 처리에 앞서 특별법이 보다 실질적이고 더 실효적인 구제책이 되도록 ‘선(先) 보상, 후(後) 구상권 청구’을 포함 ‘전세 사기 피해자 요건’을 충분히 논의하고 협의해, 피해구제 사각지대 해소와 촘촘한 보완을 기해야만 한다.

작가·칼럼니스트(,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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