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때아닌 검은 리본 논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공무원들에게 근조(謹弔) 등의 글자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압사사고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각 시·도와 중앙부처 등에 애도 기간 동안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공문에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해당 공문은 행안부가 인사혁신처 지침을 각 자치단체에 전달한 것으로, 행안부도 이와 관련해 공문만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근조라는 단어가 사람의 죽음에 대해 삼가 슬픈 마음을 나타내는 표현인 만큼 참사 부상자들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통일성 있게 하나의 표준을 안내하기 위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면서, 부상자를 고려한 지침이라는 추측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러한 전례가 없었던 탓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상황 점검 회의 당시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달았으나,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근조 글자가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다는 등 공직 사회에도 혼선이 빚어졌다.

전라남도 등 일부 지자체는 기존에 사용하던 근조 리본을 준비했다가 급하게 검은색 리본을 새로 구매해 공무원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서울에서는 근조 글자가 적힌 리본을 뒤집어 패용한 지자체도 있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국무위원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세월호 추모 리본과 같은 모양의 검은색 리본을 달았다.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하면서도 같은 리본을 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면서 추모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검은 리본엔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