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광활한 우주⑥화] Moon Rush!!! 지구인들이 달나라로 달려간다미국 중국 러시아 EU 일본 인도 한국 등 달나라 깃발 꽂기 경쟁 본격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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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달이다. 지구인들은 무려 38만㎞나 멀리 떨어진 그곳으로 숨 가쁘게 달려가 먼저 깃발을 꽂기에 온 힘을 다할 태세이다. 이른바 달나라 패권 경쟁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이 패권 경쟁은 얼마 전까지는 미국과 러시아(옛 소련 포함) 두 초강대국의 양강대결이었으나, 최근 들어 러시아가 주춤하면서 미국과 중국 ‘신양강’(新兩强)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여기에 일본 EU(유럽연합) 인도 등이 본격적으로 끼어들고 있고, 우주 개발의 신흥주자 한국도 이른바 ‘달 탐사 7개국’ 반열에 오르기 직전이다. 지금까지 달 탐사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EU 인도 등 6곳이다.
‘달나라에 깃발 꽂기’ 패권 경쟁은 먼저 반세기 만에 다시 달 유인착륙을 시도하는 미국에 의해 그 출발 신호탄이 쏘아졌다. 1969년 아폴로11호 우주인들이 인류 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딘 뒤 1972년까지 모두 6차례 사람을 달 표면에 사람을 보냈던 미국은 반세기를 넘겨 다시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려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첫 단계를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달 16일 아르테미스Ⅰ 로켓에 실려 발사됐던 미국 달 탐사선 ‘오리온호’는 마네킹 승무원을 태우고 약 한 달 동안 달 궤도 탐사 비행 임무를 마친 뒤 12일 태평양으로 무사 귀환했다. 오리온은 이번 비행에서 실제 우주비행사를 본떠 인체와 비슷한 물질로 만들어진 마네킹을 태웠고, 장비 안전성 등을 점검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오리온은 궤도 비행 중 달 표면 130㎞까지 접근했다.
NASA는 아르테미스Ⅰ 성과를 토대로 2024년에는 달 궤도 유인 비행(아르테미스Ⅱ)에 도전하고, 2025년에는 인류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Ⅲ 임무를 수행한다. NASA는 아르테미스계획 이후 우주비행사가 상주할 수 있는 달 표면 기지를 건설하고 우주정거장을 새로 만들어 심(心)우주 탐사기술을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1950년대 우주 도전의 선두주자였던 러시아가 최근 주춤하는 사이 중국과 일본이 미국의 뒤를 바짝 쫓는 형국이어서 지구 밖 우주 경쟁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의 달 탐사선 오리온호가 지구로 돌아오던 날 일본은 세계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을 지구 밖으로 발사했다.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만든 세계 첫 민간 달 착륙선 ‘하쿠토-R 미션Ⅰ’ 달 착륙선이 지난 12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일본은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 무인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된다. 여태까지의 달 착륙선은 모두 국가 주도의 형태였으나 일본이 처음으로 민간 주도의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일본의 달 착륙선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10㎏짜리 초소형 로버(탐사로봇) ‘라시드’와 일본 장난감 제조 업체의 변형 로봇 ‘소라큐’가 동행한다. UAE는 부분적으로 공동 참여했다.
‘하쿠토-R 미션Ⅰ’의 달 표면 착륙시점은 내년 4월 말로 예상된다. 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까닭은 연료 소모를 줄이는 비행궤도인 ‘탄도형 달 전이’ 방식으로 우주를 날기 때문이다. 태양과 지구 및 달의 중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기술로 운용되는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는 지난 8월 미국 플로리다 우주기지에서 미국기업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날아오른 뒤 4개월 반 동안의 긴 우주 항해 끝에 지난 17일 달 궤도 1차 진입에 성공했고 모두 다섯 차례의 궤도 수정을 거쳐 28일 달 상공 100㎞ 임무궤도에 안착했다.
다누리호는 자체의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지구와 달의 중력을 이용하여 달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이처럼 지구와 달에서 아주 먼 곳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달 쪽으로 되돌아오는 ‘우주 우회 노선’을 선택했다. 그래서 ‘직항 노선’을 타면 사나흘이면 갈 것을 무려 4개월 이상 걸려 우주 항해를 한 것이다. 그만큼 우주 항해에서 에너지의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다누리호가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에 안착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7번째 달 탐사국이 됐다. 임무 궤도에서는 내년 1월에 탑재체 초기 동작을 점검하고 본체 기능시험을 진행한 뒤 2월부터 본격적으로 탑재체의 달 탐사 임무 기능을 작동한다.
한편 러시아를 앞질러 우주 강국의 꿈을 키워나가겠다는 ‘우주 굴기(倔起)’의 이념으로 중무장한 중국은 지난 2007년 자국 최초의 달 궤도선 ‘창어1호’를 발사한데 이어 2019년에는 ‘창어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고, 2020년에는 ‘창어5호’가 달 샘플을 채취하여 귀환에 성공했다.
중국의 달 탐사는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국가우주국(CNSA)은 정부가 ‘창어 6~8’호로 이어지는 4단계 달 탐사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24년을 전후로 ‘창어6호’와 ‘창어7호’를 연이어 달에 보낼 계획이다.
특히 ‘창어7호’는 달의 남극을 목적지로 하고 있다. 달의 남극은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어서 달 탐사 국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지역이다. 중국은 또 ‘창어8호’를 통해 달 표면에 무인 연구기지를 설립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중국은 2030년 이전에 달 유인 착륙 탐사와 달 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인 착륙선과 ‘창정9호’로 알려진 초대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폴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신’이고,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달의 여신’이다. 또 ‘하쿠토’는 일본 신화에서 달에 산다는 흰 토끼의 이름이며, ‘창어’(상아)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이다. 다누리는 ‘달’과 ‘누리다’의 합성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