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미국 ‘자동차 무역 수지’ 카드 꺼내

한·미 방위비분담금을 두고 치열한 논리적 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미국산 무기 수입 카드

제 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이 이뤄졌다. 이번 협상을 위해 외교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와 미국 국무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가 만남을 가졌다.

특별협정을 위한 만남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산 무기를 많이 수입했다는 것을 들어 설득에 나섰따. 이에 미국은 한·미 자동차 무역 수지를 생각하라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과 한국 양국 간의 고위급 채널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모두 62억7900만 달러(약 7조4530억원)의 미국산 무기를 수입했다”며 “앞으로도 구매액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미국, 한국 자동차 수출로 무역 역조 주장

미국은 우리나라의 발언에 이어 한국이 미국에 자동차 수출을 예로 들며 미국은 엄청난 무역 역조를 겪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무기 수입액은 6억1200만 달러(약 7270억원·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규모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부품 제외) 수입액은 136억3500만 달러(약 16조1850억원·무역협회)였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총액 50억 달러 제안의 부담스러워 미국산 무기 구매 비용을 강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조금이라도 설득하려는 시도였지만 미국은 반대의 의견을 내놓으면 강력하게 반응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3년간의 무기 구매 계획을 밝혔다고 전해졌다.

트럼프 생각 반영

미국에서 얘기한 ‘자동차 무역수지’와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재앙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트럼프 후보 캠프는 경제 계획안 보고서에서 한·미 FTA 때문에 9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했다. 반면 한국과의 무역수지 적자는 거의 두 배로 늘었다며 미시간·오하이오·인디애나 주의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피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미국산 무기’를 이용한 설득에 미국에서 ‘자동차 무역수지’ 카드를 꺼내며 협상이 유리한 쪽으로 흘러갈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미국 측은 방위비 분담금을 높게 설정함과 동시에 한국과의 무역 관련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협상과 관련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미국산 무기’는 동맹을 거래관계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방식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인데, 그럴수록 미국 쪽에 전선을 확대할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적어도 초기 협상 단계에선 주한미군 운용비라는 방위비 분담금 본연의 취지를 강조하는 전략이 낫다”고 말했다.

2월 10일 있었던 1차 분담금 협상에 이어 2차 협상은 다음주 초에 미국에서 열릴 계획이다. 2차 협상의 장소로 가장 유력하게 얘기가 오가고 있는 곳은 하와이다. 2차 협상에서는 장원삼 협상 대표를 대신해 기획재정부 출신인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로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