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 가면 1
김우식
강진에 가면 눈 속에 동박새가 보이는 여인을 만나 가우도 다리 위를 넘어오는 붉은 동백의 꿀 냄새를 맡고 싶다
너를 기다린다는 것은 동박새의 심장에 촛불 한 자루 밝히는 일인 줄은 안다 체온 가진 것들의 그리움을 도려내는 일인 것쯤은 안다
괜히 울어도 보고 검은 물 밑바닥에 고여 있던 어둠이 몸을 뒤채며 청잣빛 비늘로 깨어나는 순간을 보고 싶다 뱃고동 소리가 채 물러나지 않은 꼭두새벽 미명을 팽팽하게 일으켜 세우고 싶다
사뭇 적요해진 시선으로 강진 들판에서 배어드는 바람 속에 물에 젖지 않는 동백향
나는 그 향기에 젖고 싶은
김우식 시인
김우식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문학 박사)· 시집 『이팝나무 아래 서다』『아침 숲에 들다』 외• 논문집 『로버트 브라우닝의 극적독백시의 특성저서 『문법 뒤집기』외• 대전 시인협회 부회장• 한국작가회의 대전지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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