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21세기 부동산 문제를 19세기 토지론으로 풀 수 있나

토지공개념·불로소득 환수 논쟁 속 다시 등장한 ‘헨리 조지’

중국·싱가포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국가 소유=시장 소멸’ 아니라는 현실

집값은 세금만이 아니라 공급·금융·교통·일자리·도시계획이 함께 만든다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9/29 [08:42]

21세기 부동산 문제를 19세기 토지론으로 풀 수 있나

토지공개념·불로소득 환수 논쟁 속 다시 등장한 ‘헨리 조지’

중국·싱가포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국가 소유=시장 소멸’ 아니라는 현실

집값은 세금만이 아니라 공급·금융·교통·일자리·도시계획이 함께 만든다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6/09/29 [08:42]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자산격차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때마다 어김없이 소환되는 경제사상가가 있다. 19세기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다.

본문이미지

 

헨리 조지는 1879년 출간한 『진보와 빈곤』에서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빈곤과 불평등이 지속되는 원인을 토지와 지대 문제에서 찾았다. 그는 건물이나 생산 활동이 아니라 토지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지대를 과세해 공공이 환수하고, 다른 세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단일세’ 구상을 주장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1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토지정책 논쟁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다.

그러나 별개의 질문이 있다.

 

2026년 대한민국의 집값과 주거 문제를 19세기 토지론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늘날 주택 가격은 토지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금리와 대출규제, 주택 공급, 인구와 가구 수, 일자리, 교육환경, 교통망, 재건축·재개발 가능성, 용적률, 도시계획, 지역의 산업 경쟁력과 미래 개발 기대가 동시에 가격을 움직인다.

 

같은 면적의 땅도 지하철과 철도가 연결되고 기업과 대학이 들어서며 상권이 성장하면 완전히 다른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현대 부동산정책의 질문은 단순히 ‘누가 토지를 소유하느냐’에서 끝날 수 없다.

그 땅을 누가 이용하고, 어떤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새로 창출된 가치가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중국, 토지는 국가 소유지만 부동산시장은 존재한다

중국의 토지제도는 이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헌법 제10조는 도시의 토지를 국가 소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농촌과 도시 교외의 토지는 법률상 국가 소유인 경우를 제외하면 집단 소유를 원칙으로 한다.

 

동시에 중국 헌법은 법률에 따라 토지사용권을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시 국유토지 사용권 관련 중국의 현행 규정에 따르면 토지사용권의 최고 출양기간은 주거용 70년, 공업용 50년, 상업·관광·오락용 40년, 교육·과학·문화·보건·체육용 50년 등으로 정해져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드러난다.

토지 자체의 법적 소유자가 국가라고 해서 부동산의 시장가격과 자산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토지사용권과 건물, 개발권과 입지 가치가 결합해 다시 거래되고 가격이 형성된다.

결국 소유권을 사용권 구조로 바꾼다고 해서 시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사례를 단순히 ‘헨리 조지 정책의 성공 또는 실패’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중국의 토지제도는 사회주의적 토지 소유구조와 시장경제가 결합해 만들어진 독자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HDB도 단순한 ‘임대주택’은 아니다

싱가포르 역시 자주 거론된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공주택 HDB는 일반적으로 신규 주택에 99년의 권리를 부여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HDB 구매자를 단순한 세입자가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주택에 대한 권리를 가진 소유자로 설명하고 있다.

 

소유자는 일정한 요건 아래 주택에 거주하고, 매각하거나 임대할 수 있으며 거래대금 역시 소유자가 취득한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해당 권리는 정부로 돌아간다.

따라서 싱가포르 역시 ‘국가가 토지를 통제하면 부동산 시장이 사라진다’는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국과 싱가포르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법적 토지소유 형태와 시장에서 형성되는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토지가치세는 논의할 수 있다…그러나 만능열쇠는 아니다

그렇다면 토지가치세 자체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게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경제학에서는 건물 등 토지 위의 개선물보다 토지 자체의 가치에 과세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왜곡이 적을 수 있다는 논리가 오랫동안 논의돼 왔다.

 

토지 공급 자체는 크게 늘거나 줄기 어렵기 때문에 토지 가치에 대한 과세가 생산과 투자 활동을 직접적으로 위축시키는 다른 세금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하나의 이론을 현대의 모든 부동산 문제에 적용하는 데 있다.

21세기 한국의 집값은 토지지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서울의 특정 지역에 일자리와 교육, 교통, 문화시설이 집중되고 공급이 제한된다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방에서는 인구와 산업이 빠져나가면서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빈집이 늘어나는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 강남과 지방 소도시의 부동산을 동일한 처방으로 다루기 어려운 이유다.

집값은 ‘세금 하나’가 아니라 복합방정식이다

 

부동산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하나의 원인으로 모든 문제를 설명하려는 접근이다.

보유세를 올리면 어떤 지역에서는 매물이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 상황과 공급 부족이 심하다면 세 부담 일부가 임대료나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대출을 강하게 막으면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산이 없는 청년과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

 

공급을 확대하더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직장과 교통망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택만 짓는다면 수요 분산 효과는 제한적이다.

 

결국 정책은 세금, 금융, 공급, 교통, 산업, 교육을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는 합리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교통망을 확충해 생활권을 넓혀야 한다.

 

지방에는 기업과 대학, 연구시설, 문화산업을 육성해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은 새로운 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

 

무주택 실수요자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를 같은 금융규제로 묶을 것인지도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땅을 가졌나’만이 아니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 가운데 사회 전체의 투자와 도시 발전 때문에 만들어진 부분을 어느 정도 공공이 환수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도로와 철도, 학교와 공원, 공공시설이 들어서면서 주변 토지가격이 상승했다면 그 가치의 일부를 사회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은 정책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어떤 토지가 높은 가치를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해야 한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지역, 첨단산업 연구소가 집중된 도시, 대형 문화시설이 조성된 지역의 토지가치 상승은 단순히 땅을 보유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만은 아니다.

기업 투자와 노동, 기술, 인프라, 도시계획이 결합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대의 토지정책은 가치의 환수뿐 아니라 가치의 창출을 함께 다뤄야 한다.

19세기 사상가에게 21세기의 정답을 맡겨서는 안 된다

헨리 조지는 당대의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난 부와 빈곤의 역설을 날카롭게 포착한 사상가다.

 

『진보와 빈곤』이 오늘까지 읽히는 이유도 그 문제의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879년과 2026년의 경제는 다르다.

오늘날 도시가치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글로벌 금융과 플랫폼 산업, 초고속 철도와 데이터센터, 대학과 의료시설까지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진다.

헨리 조지를 공부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헨리 조지에게 오늘 대한민국 부동산정책의 정답을 맡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치권이 먼저 해야 할 일은 특정 사상가의 이름을 반복해 부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은 왜 오르는가.

지방의 주택가격은 왜 반대로 하락하는가.

청년은 왜 주택시장 진입이 어려운가.

토지가격, 건축비, 금리, 대출규제, 공급량, 교통, 교육, 일자리와 산업입지가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이를 분석한 다음에야 세금과 공급, 금융과 교통, 산업정책의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정책의 핵심 질문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토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머물 것이 아니라 ‘토지 위에서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가 국민에게 더 폭넓게 돌아가도록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19세기의 문제의식은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해법은 21세기의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핵심어: 헨리조지, 진보와빈곤, 토지단일세, 토지가치세, 토지공개념, 부동산정책, 주택가격, 중국토지제도, 싱가포르HDB, 주택공급

주장을 더 선명하게 다듬어줘정책 대안을 구체적으로 추가해줘기사체로 더 압축해줘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헨리조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