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퇴정시킨 판사 연임 재심사…법원 내부의 ‘재판 독립’ 시험대허용구 부장판사, 연임 적격 문제로 2차 심사…“독립적 재판 압박 아닌가” 공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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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부장판사와 검찰의 충돌은 2024년 11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기업 관계자 등의 재판에서 발생했다.
당시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 재판장이던 허 부장판사는 성남지청에서 사건을 수사한 뒤 다른 검찰청으로 인사 이동한 검사가 ‘직무대리’ 형식으로 공판에 출석한 것을 문제 삼아 퇴정을 명령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행사했다며 반발했고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제기했지만, 해당 기피신청은 대법원에서 최종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대목이 있다.
검찰의 기피신청이 기각됐다는 사실을 곧바로 “검사 퇴정명령의 법적 정당성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재판부 기피 여부와 직무대리 검사의 공판 출석이 적법했는지는 서로 다른 법적 쟁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원고법은 2025년 3월 28일 퇴정명령 관련 검찰의 항고를 기각하면서도, 직무대리 명령에 따라 검사가 공판에 출석한 행위 자체를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함께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을 둘러싼 법적 판단은 하나의 결론으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이번 연임 심사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법원행정처가 문제 삼았다는 평가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허 부장판사에게 전달된 심사 사유에는 ‘권위적이고 고압적으로 소송을 진행한다’, ‘변호인을 질책하거나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신청을 잘 받아주지 않는다’, ‘합의부를 일방적으로 운영한다’, ‘동료 법관이나 직원들을 고압적으로 대한다’는 등의 평가가 포함됐다.
또 자기주장이 강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취지의 평가, 복잡한 사건의 처리 능력과 기록 검토에 관한 부정적 의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지적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검증이 필요하다.
법관의 독립은 재판 당사자나 변호인, 법원 직원에게 부당한 언행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권한 남용이나 인격적 침해가 있었다면 법원은 이를 평가하고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
그러나 반대 측면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엄격한 소송지휘와 고압적인 재판 진행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복잡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재판장이 절차를 엄격하게 통제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면 다른 법관들의 재판에도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평판’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와 기록이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했는지, 유사한 사례에서 다른 판사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는지, 문제가 된 행위가 반복적이었는지 일시적이었는지, 당사자의 해명은 충분히 검토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서로 다른 문제를 하나로 묶는 것이다.
허 부장판사가 직무대리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한 판단이 법적으로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문제와, 허 부장판사가 앞으로 법관으로 계속 근무하기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연임 심사는 본질적으로 다른 절차다.
법률 해석을 둘러싼 상급심의 견해 차이가 존재했다고 해서 그것 자체가 연임 부적격 사유가 돼서는 곤란하다.
반대로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허 부장판사의 모든 재판 운영과 근무평가가 정당했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다.
두 사안을 분리해 각각의 근거를 따져야 한다.
사법부 독립은 흔히 정치권이나 행정부, 검찰 등 외부 권력으로부터 법원을 보호하는 문제로 이해된다.
그러나 법관의 재판 독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법원 내부의 인사권 역시 중요한 문제다.
재판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승진이나 보직뿐 아니라 연임 여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법관 사회에 확산된다면 판사가 법률과 양심보다 조직 내부의 평가를 먼저 의식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논란에서 법원행정처가 보여줘야 할 것은 ‘심사를 할 권한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떤 기준과 근거로 심사했는가’이다.
허 부장판사가 공개적으로 재판 독립 침해 가능성을 제기한 이상, 법원도 가능한 범위에서 연임 심사의 객관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평가자의 개인정보와 인사자료의 비밀은 보호하더라도, 당사자가 어떤 행위를 문제 삼는지 파악하고 실질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수준의 소명 기회는 보장돼야 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허 부장판사의 2차 연임 심사를 검사 퇴정명령에 대한 ‘보복 인사’라고 단정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가 제시했다는 사유에는 검사 퇴정 사건 자체가 아니라 재판 운영과 동료 법관·직원에 대한 태도 등이 포함돼 있다.
동시에 이러한 평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허 부장판사를 연임이 부적절한 법관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 판사의 거취를 넘어 법관 인사제도의 신뢰성에 관한 문제로 이어진다.
사법부의 독립은 부적절한 법관을 보호하는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사권 역시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판사를 길들이는 장치로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
법원이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강조한다면 그 원칙은 외부 권력과 맞설 때뿐 아니라 법원 내부의 인사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이번 연임 심사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다.
구체적인 근거, 일관된 기준, 충분한 소명 기회.
사법부가 이번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역시 결국 이 세 가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