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아들 증거 없앤 경찰은 처벌 못 한다”…친족 특례가 드러낸 법과 상식의 간극

휴대전화 파손·폐기 사실 확인됐지만 형법 제155조 친족 간 특례로 불송치

형사처벌 면제가 무혐의 의미하지 않아…수사기관 내부 사건의 공정성 논란 확산

경찰관의 직업윤리와 피해 교사 보호 외면했다는 비판…징계 수위와 제도 개선 주목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6/08/13 [16:07]

“아들 증거 없앤 경찰은 처벌 못 한다”…친족 특례가 드러낸 법과 상식의 간극

휴대전화 파손·폐기 사실 확인됐지만 형법 제155조 친족 간 특례로 불송치

형사처벌 면제가 무혐의 의미하지 않아…수사기관 내부 사건의 공정성 논란 확산

경찰관의 직업윤리와 피해 교사 보호 외면했다는 비판…징계 수위와 제도 개선 주목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8/13 [16:07]

담임 여성 교사를 불법 촬영하려 한 아들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내다 버린 현직 경찰 간부가 형사처벌을 피하게 됐다. 경찰은 휴대전화 파손과 폐기 행위 자체는 확인했지만, 친족을 위해 증거를 없앤 경우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특례에 따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법률 조항에 따른 수사 결과라는 점에서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범죄 수사와 증거 보전을 직업적 책무로 하는 경찰관이 가족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핵심 증거를 직접 파기했다는 점에서 법적 결론과 국민의 법 감정 사이에 상당한 간극을 남겼다.

 

전북경찰청은 13일 아들의 불법 촬영 시도에 사용된 휴대전화를 파손해 폐기한 혐의를 받은 A경감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A경감이 증거를 없앤 사실은 확인했지만 형법 제155조 제4항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경감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사건은 지난 5월 전북지역 학교에서 발생했다. A경감의 아들 B군은 담임교사의 신체 일부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아들의 행위를 알게 된 A경감은 해당 휴대전화를 부순 뒤 외부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휴대전화는 불법 촬영 여부와 촬영 시도 과정, 추가 촬영물의 존재, 삭제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였다. 그러나 최초 수사를 담당한 전주완산경찰서 수사팀은 사라진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 교사의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B군은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A경감의 증거인멸 의혹은 경찰청이 경찰관 가족 관련 사건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외부로 알려졌다. 이후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가 사건을 넘겨받아 휴대전화와 사내 메신저, 수사팀 관계자들의 통화 기록 등을 조사했다.

본문이미지

▲ 범죄 이미지(AI활용 제작)    

 

수사의 관건은 A경감이 다른 사람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도움을 요청했는지 여부였다. 친족이 가족을 위해 직접 증거를 없앤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제3자를 끌어들여 증거를 없애도록 했다면 증거인멸 교사 등 별도의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동료 경찰관이나 가족이 증거인멸에 가담한 정황, A경감이 다른 사람에게 증거 파기를 지시하거나 조언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단순 증거인멸 행위만 인정하고 사건을 불송치했다.

현행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같은 조 제4항은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인멸죄를 범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가까운 가족에게 국가의 형사사법 절차를 위해 가족을 고발하거나 가족에게 불리한 증거를 보전하도록 강제하기 어렵다는 인간적·정책적 판단에서 마련된 특례다. 가족을 보호하려는 본능적 행동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A경감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현직 경찰 간부다. 경찰관은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증거를 보전하고 적법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해야 할 직업적 의무를 지닌다. 자신의 가족이 관련된 사건이라면 직접 개입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증거를 제출하거나 사건에서 회피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태도다.

 

그럼에도 A경감은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를 보전하기는커녕 직접 파손해 폐기했다. 형법상 친족 특례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과 별개로 경찰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한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A경감이 수사 과정에서 경찰 내부망에 “제가 설령 증거인멸을 했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사실은 논란을 키웠다. 법률상 처벌 면제 가능성을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화 근거처럼 내세웠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은 ‘행위가 없었다’거나 ‘행위가 정당했다’는 뜻이 아니다. 형법 제155조의 친족 특례는 증거인멸 행위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조항이라기보다 일정한 가족관계에서 형벌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인적 처벌 면제 규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A경감의 불송치는 결백을 확인한 무혐의 처분과 성격이 다르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경찰관 가족 사건을 얼마나 공정하게 처리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남긴다. 초기 수사팀이 사라진 휴대전화를 적극적으로 추적했는지, 휴대전화 파손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 해당 사실을 상급기관에 제대로 보고했는지 등이 명확히 설명돼야 한다.

 

가해 혐의를 받는 학생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라는 사실을 수사팀이 알고 있었다면 더욱 엄격한 이해충돌 방지 조치가 필요했다. 사건을 처음부터 다른 경찰서나 상급기관에 배당했는지, A경감과 수사 관계자 사이에 직·간접적인 업무 관계가 있었는지, 피해 교사에게 증거 파손 사실을 충분히 알렸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피해 교사의 관점이 사건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는 문제도 있다. 휴대전화가 사라지면서 피해자는 자신을 대상으로 실제 촬영된 영상이나 사진이 존재했는지, 다른 저장 공간이나 온라인 계정으로 전송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증거 파기는 단순히 국가의 수사를 방해한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범위를 확인할 기회까지 빼앗은 행위일 수 있다.

 

경찰은 A경감의 행위가 경찰공무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엄중한 징계를 예고했다.

 

 하지만 ‘엄중 징계’라는 선언만으로 훼손된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정직·강등·해임 등 실제 징계 수위와 징계 사유가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제시돼야 한다.

 

징계 과정에서는 휴대전화 파손 행위뿐 아니라 A경감의 사건 개입 경위, 초기 수사팀과의 접촉 여부, 내부망 게시글의 적절성, 경찰관 행동강령과 품위유지의무 위반 여부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초기 수사와 보고 과정에서 누락이나 축소가 확인된다면 관련 수사관과 지휘라인에 대한 감찰도 병행해야 한다.

 

친족 간 증거인멸 특례에 대한 입법적 검토도 필요하다. 가족관계의 특수성을 존중하려는 현행 규정의 취지는 유지하더라도 수사기관 종사자나 법 집행 공무원이 자신의 전문적 지위와 정보를 이용해 가족의 범죄 증거를 없앤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처벌을 면제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법률이 형사처벌의 문을 닫았다고 해서 공직윤리와 사회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국민이 묻는 핵심은 A경감이 형법상 처벌 대상인지에만 있지 않다. 범죄 증거를 지켜야 할 경찰관이 그 증거를 없앴는데도 경찰 조직이 스스로를 얼마나 엄정하게 바로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경찰이 예고한 징계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문다면 ‘경찰 가족 사건은 경찰이 감싼다’는 불신만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수사와 감찰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에 상응하는 징계를 내린다면 형사처벌의 공백을 공직윤리와 조직적 책임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이번 불송치 결정은 법률 적용의 종착점일 수 있지만 경찰의 책임까지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법 때문에 처벌하지 못했다”는 해명이 아니라, 법 집행기관 구성원이 법의 예외를 방패로 삼지 못하도록 어떤 통제와 책임 체계를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경찰 조직의 구체적인 답변이다.

이 기사 좋아요
기자 사진
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