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사망·200년 만의 가뭄·기록적 홍수…기후위기, 세계의 일상을 덮치다프랑스 폭염 기간 초과 사망 5,764명…2003년 이후 가장 심각한 인명 피해
|
![]() ▲ 폭염 기간인 6월 24일과 25일에는 프랑스의 하루 평균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30도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 1947년 이후 발생한 53차례의 폭염 가운데 절반이 2010년 이후 집중됐다는 점도 기후위기가 이미 구조적인 위험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유럽의 폭염 (그림=내외신문) |
프랑스 폭염 초과 사망 5,764명…“고령층 피해 집중”
프랑스 공중보건청은 지난 6월 17일부터 7월 2일까지 폭염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평년보다 5,764명이 더 사망한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이는 해당 기간 예상 사망자보다 36% 많은 수치로, 2003년 대형 폭염 이후 프랑스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폭염 관련 초과 사망으로 평가된다. 다만 초과 사망은 폭염이 직접적인 사인으로 확인된 사망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예상 사망자 수를 넘어선 모든 원인의 사망자를 집계한 잠정 통계다.
특히 수도 파리를 포함한 일드프랑스 지역에서는 예상치보다 1,999명이 더 사망해 초과 사망률이 81.2%에 달했다. 전체 초과 사망자의 약 3분의 2는 75세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났다. 병원과 요양시설뿐 아니라 냉방시설이 부족한 주택에서 생활하는 노인과 만성질환자들이 폭염에 집중적으로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염 기간인 6월 24일과 25일에는 프랑스의 하루 평균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30도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 1947년 이후 발생한 53차례의 폭염 가운데 절반이 2010년 이후 집중됐다는 점도 기후위기가 이미 구조적인 위험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폭염은 더 이상 단순히 더운 날씨의 문제가 아니다. 응급실 환자 증가와 노동생산성 저하, 전력 수요 급증, 냉방비 부담, 고령층 사망률 상승으로 연결되는 사회·경제적 재난이다. 건설·배달·농업 등 야외 노동자의 작업시간 조정과 유급 휴식권 보장, 공공 냉방시설 확대, 독거노인 방문 관리가 기후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 영국 웨일스 북부와 어퍼세번 지역에는 7월 23일 공식 가뭄 상태가 선포됐다. 웨일스 천연자원청은 귀네드, 앵글시, 클루이드, 디강과 어퍼세번 유역을 가뭄 지역으로 지정하고, 남부와 서부 지역도 장기 건조 상태로 격상했다.(사진=내외신문) |
웨일스, 7월 강수량 평년의 2%…약 190년 만의 가뭄 우려
영국 웨일스 북부와 어퍼세번 지역에는 7월 23일 공식 가뭄 상태가 선포됐다. 웨일스 천연자원청은 귀네드, 앵글시, 클루이드, 디강과 어퍼세번 유역을 가뭄 지역으로 지정하고, 남부와 서부 지역도 장기 건조 상태로 격상했다.
웨일스 북부와 어퍼세번 지역의 7월 강수량은 평년의 2% 수준에 그쳤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웨일스는 약 190년 만에 가장 건조한 7월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강의 유량은 관측 이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과 야생동물 서식지 훼손 위험도 커지고 있다.
가뭄이 장기화하면 생활용수뿐 아니라 농업과 축산업에도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농민들은 사료용 작물을 조기에 수확하거나 생산량 감소를 감수해야 하고, 하천 수온 상승과 유량 감소는 어류와 수생태계의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가뭄 대응도 일시적인 절수 캠페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빗물 저장시설 확대, 농업용수 재이용, 누수 상수도관 교체, 습지와 하천 복원, 가뭄에 강한 작물 전환 등 물 순환 체계 전반을 바꾸는 중장기 정책이 필요하다.
![]() ▲ 웨스트버지니아 일부 지역에서는 불과 37분 동안 4.5인치, 약 114㎜의 비가 쏟아졌다. 6시간 동안 7인치가 넘는 강수량이 기록된 지역도 있었다. 급격히 불어난 물에 차량과 주택이 잠기고 도로와 교량이 파손되면서 구조대와 주방위군이 투입됐다. (그림ai활용) |
미국, 기록적 폭우·돌발홍수 반복…과거 기준 인프라 한계
미국에서는 텍사스와 미주리,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기록적인 폭우와 돌발홍수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여러 주에서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도로와 지하철, 주택과 상가가 침수되고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일부 지역에서는 불과 37분 동안 4.5인치, 약 114㎜의 비가 쏟아졌다. 6시간 동안 7인치가 넘는 강수량이 기록된 지역도 있었다. 급격히 불어난 물에 차량과 주택이 잠기고 도로와 교량이 파손되면서 구조대와 주방위군이 투입됐다.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보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가 내릴 때 짧은 시간에 과거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집중적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뜨거워진 바다 역시 폭풍에 지속적으로 수증기와 에너지를 공급한다.
문제는 미국의 상당수 배수시설과 제방, 홍수위험지도, 토지이용계획이 과거 기후자료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100년에 한 번 발생한다고 평가됐던 홍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기존 설계 기준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도시의 하수관과 저류시설 용량을 확대하고, 침수 위험지역의 신규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 공원과 습지, 투수성 도로를 활용해 빗물을 흡수하는 ‘스펀지 도시’ 방식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홍수지도 역시 최근 강수량과 미래 기후전망을 반영해 다시 작성해야 한다.
최근 세계 기후재난의 공통점은 폭염과 가뭄, 산불, 폭우가 각각 분리된 사건이 아니라는 데 있다. 폭염은 토양과 산림을 말리고, 건조해진 산림은 산불을 키운다. 뜨거워진 바다와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해 한 번 비가 내릴 때 극단적인 폭우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기후정책도 탄소배출 감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폭염 노동시간 조정, 도시 그늘과 녹지 확대, 분산형 에너지 구축, 농축산 방역 강화, 빗물 저류시설 확충, 취약계층 보호를 하나의 국가 생존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북극곰이나 먼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 응급실과 노동 현장, 농촌의 저수지, 도시의 하수관, 가정의 전기요금과 국민의 사망률을 동시에 흔드는 현재의 위기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재난이 발생한 뒤 복구하는 정책이 아니라, 달라진 기후를 전제로 사회 전체의 작동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